정부가 신약에 대한 조건부 허가제도를 확대하는 법안을 내놓았다.

최근 한미약품의 올리타 사태로 신약의 안전성 논란이 제기된 가운데 정부가 규제를 해소하려는 움직임을 보여 주목된다.

24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정부가 21일 획기적 의약품 및 공중보건 위기대응 의약품 개발촉진법 제정안을 발의했다. 법안은 18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는데 본격적 입법절차를 받게 됐다.

  식약처 '신약 허가 확대' 법안 발의, 국회에서 논란 예상  
▲ 손문기 식품의약품안전처장.
획기적 의약품은 종전의 의약품과 비교해 치료효과가 현저하게 개선된 의약품이다. 제정안에 따르면 획기적 의약품으로 지정될 경우 개발단계에서부터 식약처로부터 행정적 지원을 받을 수 있다.

또 개발 과정별로 미리 심사하는 수시동반심사제도를 도입하고 품목허가를 신청하면 다른 의약품에 앞서 우선심사를 받도록 돼 있다.

이뿐 아니라 조건부 허가제를 도입해 임상2상 결과만으로 시판이 허가되고 임상3상은 추후에 제출할 수 있게 된다. 중증 환자에게 우선적으로 처방하기 위한 조치다.

식약처는 획기적 의약품에 대한 허가와 임상기간 등을 단축해 신약개발부터 환자투약까지 걸리던 기간이 10년에서 7~8년으로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손문기 식약처장은 “이번 제정안으로 생명을 위협하는 질병으로 고통받는 환자의 치료기회가 확대될 것”이라며 “획기적 의약품 개발이 촉진될 수 있도록 벤처기업이라도 신약을 개발할 수 있는 여건과 기반을 조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신약 심사과정을 단축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조건부 허가를 받은 한미약품의 폐암신약 올리타정을 투약하고 이상반응으로 사망한 환자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쉽사리 국회를 통과하지 못할 수도 있다.

국정감사 때 이미 도 획기적 의약품 제도 도입을 두고 공방이 벌어졌다.

권미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7일 식약처 국감에서 “임상 3상 조건부 허가로 의약품을 시판하도록 하는 규제완화 정책은 위험하다”며 “국민의 안전을 뒤로 하고 제약사의 비용부담을 줄여주는데 초점을 맞춘 것”이라고 비판했다.

윤소하 정의당 의원도 “무분별한 규제완화는 제2, 제3의 한미약품 사태를 불러올 수 있다”며 “안전성이 확인되지 않은 의약품에 대한 규제완화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여당은 제약산업 발전을 위해 행정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며 식약처에 힘을 실어줬다.

박인숙 새누리당 의원은 “신약 개발은 타이밍, 속도가 중요하다”며 “규제에 묶여 신약개발이 조금만 지연돼도 세계적으로 한반 늦기 때문에 규제를 해결해 주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성일종 새누리당 의원도 “어떤 경우에도 기업 연구나 미래 투자는 지속해야 한다”며 “식약처가 기업이 미래를 열고 국가에 이득이 되는 연구환경을 조성하도록 지원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식약처 '신약 허가 확대' 법안 발의, 국회에서 논란 예상  
▲ 이관순 한미약품 사장.
손문기 처장은 당시 획기적 의약품 제도가 과도한 규제 개혁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손 처장은 “획기적 의약품 지원법은 중증으로 고통받는 환자의 치료기회를 확대하기 위한 것”이라며 “전세계적으로도 확대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공교롭게도 한미약품의 이관순 사장은 이 법안에 대한 입법예고 기간에 획기적 의약품 제도 도입을 촉구한 적이 있다. 한미약품은 30종가량 신약 개발을 진행하고 있는데 대부분 개발 초기단계다.

이 사장은 8월17일 국회 제약산업 발전방안 모색을 위한 공청회에서 획기적 의약품 지정제도를 도입하고 정책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사장은 “미국과 유럽, 일본은 획기적 의약품 지정제도와 우선의약품 심사제도 등 다양한 제도를 운영 중”이라며 “관련법이 국회를 통과하면 국민에게 신속한 치료 기회를 주고 제약산업의 국제 경쟁력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 사장은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이 전이성 흑색종을 앓다가 미국 제약사 MSD의 면역항암제 키트루다를 맞은 뒤 완치된 사례를 들었다. 키트루다는 미국에서 혁신신약으로 지정돼 초기임상을 마치고 허가를 받은 의약품이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