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밥캣 상장이 미뤄지면서 국내 기업공개(IPO)시장이 한동안 찬바람에 휩싸일 것으로 보인다.
두산밥캣이 10일 상장을 연기하기로 하면서 상장을 추진했던 기업들이 공모 희망가격을 너무 높이 잡으면서 된서리를 맞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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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성철 두산밥캣 대표이사(왼쪽부터 셋째),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둘째), 박태진 JP모건 총괄대표(넷째) 등이 지난 3월21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서울사옥에서 두산밥캣의 코스피 상장을 위한 대표주관계약을 체결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두산밥캣은 주당 공모가격 4만1천~5만 원을 바랐지만 기관투자자들의 수요예측 결과 4만1천 원 선에 투자자 대부분이 몰려 흥행에 실패하자 상장을 미루기로 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4일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증권신고서에서 희망 공모가격을 11만3천~13만6천 원으로 내놓았는데 지나치게 높은 가격을 매겼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공모물량을 살펴보면 기업가치 9조 원대에 이르는데 상반기에 영업손실 757억 원을 본 점을 감안하면 기업가치를 너무 높게 평가했다는 것이다. 한미약품 사태로 바이오회사들의 주가가 약세를 보이고 있는 점도 수요예측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두산밥캣과 같은 대형 공모주들이 공모가격을 높이고 있지만 그만큼의 투자수익을 얻기 힘들다고 기관투자자가 판단하고 있다”며 “상장기업의 주가가 전반적으로 부진해 기관투자자의 관련 수익률이 떨어지고 있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업공개에 주로 투자하는 기관투자자인 공모주펀드는 1~8월 기준으로 평균 수익률 0.9%를 기록했는데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의 상승률 4.73%를 훨씬 밑돈다. 새로 상장된 기업들의 주가가 대부분 공모가격보다 떨어졌기 때문이다.
7월 이후 코스피나 코스닥에 새로 상장된 종목 16곳 가운데 공모가격보다 높은 주가를 유지하고 있는 종목은 6곳에 불과하다.
두산밥캣 이전에 서플러스글로벌과 까사미아 등이 기관투자자의 수요예측에서 부진한 결과가 나오자 상장을 미루기도 했다.
역대 최대 수준의 기업공개일 것으로 전망되던 호텔롯데가 검찰의 롯데그룹 수사 등을 이유로 5월에 상장하려던 일정을 무기한 연기한 점이 공모주시장에 악재로 작용한 것으로 증권업계는 바라보고 있다.
국내증시도 하반기 들어 일정 수준 안에서만 등락하는 ‘박스권 장세’를 나타내 새로 상장되는 기업들에 대한 투자심리를 악화시킨 것으로 보인다.
기업공개를 주관하는 증권사들이 공모가격을 지나치게 높게 책정해 공모주시장의 위축에 일정 부분 영향을 줬다는 지적이 일각에서 나온다.
두산밥캣의 상장주간사인 한국투자증권 등은 주가를 주당 순이익으로 나눈 주가수익비율(PER)을 최저 19배로 계산해 희망 공모가격을 산정했는데 이때부터 국내 기계업종의 주가수익비율 12~13배보다 너무 높은 수준을 적용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헝셩그룹(신한금융투자)과 화승엔터프라이즈(한국투자증권)의 경우 청약미달이 일어나면서 상장주관사에서 미달된 물량을 인수하기도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