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외주식시장이 올해 들어 커지고 있다.
장외주식시장은 ‘하이리스크, 하이리턴(고위험, 고수익)’이 특징인데 저금리가 장기화하면서 투자자들에게 인기를 모으고 있다.
‘청담동 주식부자’로 알려진 유사투자자문사 대표가 검찰의 수사를 받으면서 투자자들의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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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 |
5일 금융투자협회에서 운영하는 장외주식 공식 거래시장 ‘K-OTC' 통계에 따르면 장외주식시장 하루 평균 거래대금이 1월 3억9천만 원에서 8월 8억9천만 원으로 2배 이상 늘었다. 하루 평균 거래량 역시 같은 기간에 50만주에서 165만주로 3배 이상 급증했다.
공식 거래시장이 아닌 사설 사이트와 개인 간 거래 등을 포함하면 실제 장외주식시장은 공식시장 규모의 최대 30배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장외주식은 상장요건이 미흡해 증권거래소나 코스닥시장에 상장되지 않은 주식을 말한다.
이곳에서는 공인된 시장관리자가 거래를 중개해 주지 않기 때문에 거래 당사자들이 직접 매매를 해야 한다. 소형 중개업체들이 가격 등 관련 정보를 제공하며 매매를 주선하기도 하고 개인끼리 수소문해 거래가 이뤄지기도 한다.
투자자들은 대개 상장이 예정된 우량기업의 주식을 장외에서 미리 매입해 선점하는 방식으로 시세차익을 노린다.
비상장주식은 개인 대 개인으로 거래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정확한 투자수익률을 알기는 어렵지만 대박을 칠 경우 시중에서 판매되는 고금리 금융상품보다 높은 투자수익률을 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제는 상장기업들과 달리 장외에서 거래되는 업체에 관한 정보는 일반인들이 쉽게 얻을 수 없다는 점이다. 특히 주가 상승의 호재로 여겨지는 상장시기 등에 대한 정보는 기업의 핵심관계자가 아니고서는 알아내기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무수히 많은 종목 중에서 ‘홈런’을 칠 종목을 발굴해 내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로 평가된다.
최근 ‘청담동 주식부자’라는 별칭으로 알려진 유사투자자문사 대표 이희진씨가 장외주식으로 수백억 원을 번 것으로 알려지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은 더 높아졌다.
이씨는 장외주식을 이용해 큰돈을 벌 수 있다고 홍보한 뒤 투자자들로부터 거액의 부당이득을 챙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씨는 투자자들에게 거짓정보를 흘리고 값싼 장외주식을 비싸게 파는 수법으로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서울남부지검은 최근 이씨의 회사인 미라클인베스트먼트와 자택 등 10여곳을 압수수색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감원도 이씨로부터 피해를 봤다는 투자자들의 진정이 잇따라 이씨에 대한 조사를 진행해 왔다.
투자자들이 안정성과 거래 투명성이 확보된 공식채널을 외면한 채 비공식시장을 찾는 것은 세금을 피하려는 목적이 크다.
비상장주식은 상장주식과 달리 시세차익에 대해 10%의 양도소득세를 내야 한다. 자본시장법상 모든 증권은 투자이익이 발생하면 세금을 내야 하지만 상장주식은 주식시장 활성화를 위해 양도세를 면제해 주고 있다. 이 때문에 장외시장 투자자들은 높은 세금을 피하기 위해 위험 부담을 안으면서 매매기록이 남지 않는 사설 사이트 등으로 몰리고 있다.
장외주식시장은 부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정규시장에 상장하지 못한 기업들에게는 사적 자금의 조달기회로 활용될 수 있는 등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업계에서는 장외시장 활성화를 위해 당국이 세금을 면제하고 정보공개를 투명하게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양도세 면제로 K-OTC 시장이 커지면 양도세 감소분은 거래세로 충분히 상쇄할 수 있을 것”이라며 “무엇보다 불법거래로 내몰리고 있는 투자자들을 안전한 공식시장으로 유도할 수 있는 만큼 기획재정부와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재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