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사채 시장이 상반기 단비 속에 끝났지만 기준금리 불씨까지 제거할 수준은 아니라는 평가가 나온다. 사진은 올해 상반기 일반회사채 발행 추이. 출처는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 |
[비즈니스포스트] 올해 상반기 회사채 시장이 모처럼 활기를 띠며 마무리됐다.
최근 우량 회사채에 이어 비우량 채권도 수요예측에서 흥행을 거뒀기 때문이다. 다만 기준금리가 동결돼 있는 이상 업종·만기별 수요격차가 남아 완전한 해갈은 멀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상반기 일반 회사채 시장은 6월 발행액수가 늘어나며 순발행 마감됐다.
일반 회사채는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를 보면 6월에 10조4628억 원 발행됐다. 1조8072억 원 순발행됐다.
5월 발행액수가 7조6602억 원이었고 순발행이 아니라 순상환 4457억 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최근 회사채 시장에는 온기가 돌고 있는 셈이다.
투자자 시선이 은행채 발행 감소에 자연스레 일반 회사채로 옮겨간 것으로 보인다.
은행채는 우량채권으로 발행이 늘면 통상 그보다 덜 우량한 일반 회사채를 위축시키는 이른바 ‘구축효과’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6월 은행채 발행액수는 19조7200억 원으로 순상환 1조5005억 원이었다. 올해 들어 유일하게 순발행을 기록했던 5월(발행 24조7600억 원)보다 크게 줄어들었다.
▲ 은행채는 우량채권으로 회사채발행을 위축시키는 구축효과를 지니고 있다. 실제로 5월에는 올해 들어 처음으로 순발행되는 등 발행액수가 치솟았는데 이달 회사채는 올해 들어 가장 적은 액수가 발행됐다. 자료 출처는 금투협 채권정보센터. |
정부가 회사채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기 위해 비우량 채권에 일정 비중 이상 투자하는 하이일드 펀드에 분리과세 혜택을 주기로 한 점도 6월 회사채 시장 단비 원인으로 꼽힌다.
금융투자협회에서는 6월12일부터 올해 말까지 시행되는 이 조치로 3조 원가량의 신규 자금이 하이일드 펀드로 유입될 것으로 예상했다.
금융위원회는 당시 “하이일드펀드는 중·저신용등급 채권시장 주요 수요기반으로 비우량 회사채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중요한 경로다”며 “하이일드펀드 투자가 활성화되면 중·저신용등급 기업이 자본시장을 통해 자금을 원활하게 조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상황과 노력에 힘입어 우량 회사채와 함께 비우량 채권도 투자자모집에 성공했다.
LG에너지솔루션(AA)은 6월28일 창사 이래 처음 회사채 발행으로 1조 원을 유치했다. 당시 몰린 금액인 4조7200억 원은 공모회사채 수요예측 제도가 도입된 뒤 최고치여서 시장에서는 ‘잭팟’을 터뜨렸다는 평가도 나왔다.
신용등급이 낮은 한진(BBB+)도 6월30일, 두산퓨얼셀(BBB0)은 6월20일에 각각 초과수요를 확인하며 회사채 수요예측을 마쳤다.
다만 회사채 시장은 업종이나 만기별 수요격차 탓에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아직까지는 특정업종이나 저신용등급 기업이 마음놓고 회사채를 발행하기는 어려운 데다 만기별 수요가 엇갈리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어서다.
실제로 두산퓨얼셀이 수요예측을 진행한 것은 1년6개월과 2년물 두 가지였다. 하지만 초과수요가 몰린 것은 2년물뿐이었고 1년6개월물에서는 미매각이 나왔다.
업종별로는 부동산 경기 침체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의 고민이 계속됐다. 올해 한국토지신탁과 KCC건설, 쌍용C&E, 신세계건설 등이 겪은 미매각이 6월(한양, BBB+)까지 이어졌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현재 크레딧 시장은 만기/섹터별로 투자심리가 차별화되고 있고 종목별 양극화 현상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신용등급 하위에 대해서는 보수적으로 접근하고 우량물은 중단기를 위주로 매수하는 전략이 유효할 것이다”고 내다봤다.
기준금리가 빠른 시일 안에 내리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여 최근 회복세에도 당분간 이같은 회사채 시장 양극화가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개선된 물가지표에도 정책목표(2%)를 웃도는 근원물가지표에 줄곧 연내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마저 내비쳐왔다.
기준금리는 제로금리에 가깝다가 지난해 가파르게 오르며 경기에 가계대출과 연체율, 부동산 경기 침체 등 다방면으로 큰 영향을 끼쳤다. 아직 완전히 해가 나지는 않았다는 이야기다. 김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