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겸 KB국민은행장이 KB금융과 현대증권의 주식교환을 통해 고가매입 논란을 잠재울 수 있을까?
윤 회장은 현대증권을 비싸게 인수했다는 지적을 받아왔는데 현대증권과 KB투자증권의 합병과정에서 불거질 수 있는 소액주주들의 반대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 현대증권 최종 인수가격 낮추는 효과
전배승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3일 “KB금융이 현대증권의 잔여지분을 두 회사 사이에 소규모 주식교환을 하는 방식으로 인수하기로 하면서 최종적인 인수가격을 낮추는 효과를 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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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겸 KB국민은행장. |
KB금융은 현대증권 지분 22.56%를 주가순자산비율(PBR) 1.4배에 이르는 1조2573억 원에 사들여 고가매입 논란에 시달려 왔다. 주가순자산비율은 주가를 1주당 순자산가치로 나눈 비율이다. 이것이 높을수록 실제 자산가치보다 더욱 비싼 값에 자산을 사들였다는 뜻이다.
그러나 KB금융은 이번 주식교환에서 신주를 최대 3176만 주(8.2%)까지 발행해 현대증권의 잔여지분 70.38%와 1대 0.19 비율로 맞바꾸기로 했다. KB금융이 현대증권의 잔여지분을 주가순자산비율 0.5배보다 낮은 수준에 매입하게 되는 셈이다.
최정욱 대신증권 연구원은 “KB금융은 이번 주식교환을 통해 2조4700억 원 정도에 현대증권 지분 100%를 매입하게 됐다”며 “전체 인수가는 2015년 말 현대증권의 순자산가치를 기준으로 주가순자산비율 0.75배로 낮아지게 된다”고 분석했다.
KB금융은 이번 주식교환을 통해 1조 원 규모의 염가매수차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되는데 현대증권 인수 당시 지급했던 경영권 프리미엄을 회계적으로 상쇄하는 효과도 얻게 됐다.
KB금융은 신주 발행에 최대 1조1천억 원을 들이지만 현대증권을 완전자회사로 편입하면 자기자본이 2조3천억 원가량 늘어나기 때문이다.
염가매수차익은 기업 인수에 쓰는 비용보다 인수되는 기업의 공정가치가 더욱 클 경우 발생하는 가상의 이익을 회계장부에 반영하는 것을 뜻한다.
◆ 현대증권 KB투자증권 순조로운 합병 추진
윤종규 회장이 이번 주식교환을 통해 KB투자증권과 현대증권의 합병을 조금 더 수월하게 진행하려는 의지도 엿보인다. 주식교환이 마무리되면 현대증권은 상장폐지돼 KB투자증권과 같은 비상장기업으로 바뀐다.
이병건 동부증권 연구원은 “KB금융이 현대증권과 KB투자증권을 현재 상태로 합병하면 소액주주들의 반발이 나타났을 것”이라며 “현대증권을 100% 자회사로 만들어 합병과정을 원활하게 진행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현대증권도 2일 이사회에서 KB금융과 주식교환을 결의한 직후 “비상장기업인 KB투자증권과 합병하기보다 상장기업인 현대증권과 KB금융 간에 공정한 교환가치를 산정해 주식교환을 하는 것이 소액주주들의 가치를 도모하기 위한 최선의 방안이다”고 밝혔다.
현대증권 소액주주들은 지분 54.5%를 보유해 이들이 상장기업과 비상장기업의 적정가치 논란을 제기하면 KB금융도 무시할 수 없다. 윤 회장은 이미 KB금융에서 현대증권 자사주를 1주당 6410원에 매입한 일을 놓고 시민단체로부터 업무상배임 혐의로 3일 서울중앙지검에 고발되기도 했다.
현대증권은 10월25일로 예정된 임시주주총회에서 주식교환 승인안건이 특별결의돼야 KB금융과 주식교환을 할 수 있다. 반대주주들의 주식매수청구권 규모가 7700억 원을 돌파해도 주식교환이 무산된다.
현대증권 소액주주들은 이번 주식교환에 크게 반대하지 않을 것으로 증권업계는 보고 있다.
이철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증권 지분가치가 다소 낮게 평가된 것처럼 보이지만 주식교환 뒤의 이익 전망과 실적 개선 가능성을 감안하면 오히려 KB금융 주주가 약간 불리할 수 있다”며 “주식교환에 반대할 현대증권 주주는 많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