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상유 기자 jsyblack@businesspost.co.kr2023-05-15 13:3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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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은 해수면 아래 2km 구간의 바다 속 온도가 수십 년 동안 높아지고 이 속도가 더욱 빨라지면서 해양 생태계 파괴는 물론 급격한 기후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사진은 백화현상이 일어난 산호초 모습. 백화현상은 바다 속 온도가 높아져 해양 생태계가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 현상이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 홈페이지 갈무리>
[비즈니스포스트] 지구에서 발생한 열을 잡아두며 기온 상승을 억제하는 기능을 하는 바다가 이런 ‘에어컨’ 역할을 하는 데 한계에 이르렀다는 분석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해양 온도가 지속적으로 상승하면 바다 속 생태계가 파괴되는 것은 물론 해안 침수, 홍수 및 가뭄 주기 증가, 사이클론 위력 증대 등 기후변화에 따른 피해가 커질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14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은 “해수면 아래 2km 구간의 바다 온도는 수십 년 동안 멈출 줄 모르고 상승해왔다”며 “바다는 지금까지 계속 열을 흡수해 왔지만 이에 따른 엄청난 대가가 따를 것”이라고 보도했다.
최근 국제연합(UN)의 한 기후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1971년부터 2018년까지 47년 동안 바다가 품고 있는 열이 396제타줄(ZJ) 증가했다. 과학자들의 계산에 따르면 396ZJ은 히로시마 원자폭탄 250억 개를 합친 에너지 양보다 많은 것이다.
가디언은 2022년 바다의 열이 1년 전보다 10ZJ 늘어난 한 연구를 인용하며 “바다의 열 증가는 가속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바다 속 온도가 지속적으로 상승한 것은 화석 연료의 사용이 주된 요인이다.
폴 듀랙 미국 에너지부 국립연구소 연구원은 “바다의 열 보유 능력은 엄청난데 화석 연료 사용 등 ‘인위적’ 변화로 인해 발생하는 에너지의 90% 이상을 바다가 흡수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바다 속 온도 상승은 지구 온난화를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지금까지는 바다가 지구에서 발생한 열을 흡수해 지구 온도 상승을 최대한 억제하는 역할을 했지만 앞으로는 이런 기능이 온전히 작동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버나뎃 슬로이언 호주 연방과학산업연구기구 연구원은 “바다는 지구에서 에어컨 역할을 하며 끊임없이 추가 열을 흡수해 왔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이 ‘에어컨’은 무료로 제공되지 않는다”며 “바다 속 온도 상승은 다양한 기후 변화를 야기한다”고 경고했다.
우선 해양 생태계를 망가뜨릴 수 있다.
바다 속 온도 상승은 산호초 등 바다의 숲 역할을 하는 수중 식물을 죽여 해양 먹이 사슬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 홈페이지의 교육정보 ‘해양지식in’에 따르면 지구 온난화로 바다 속 온도가 계속 높아지면 우리 눈에 확인할 수 있는 변화로 백화현상이 나타난다.
백화현상이란 식물이 엽록소를 만드는 데 필요한 마그네슘이 부족하면 엽록체가 만들어지지 않아 하얗게 되는 현상을 말한다. 백화현상은 산호 속에 살던 미세조류(갈충조류)가 산호를 떠나서 생기는 것으로 해양 생태계의 변화를 보여준다.
바다 속 온도가 높아져 일부 어종이 적합한 온도를 찾아 더 깊은 바다로 살길을 찾아 가는 것도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측됐다.
국제연합의 기후 평가 보고서에 참여한 데이비드 슈만 호주 선샤인코스트대학교 교수는 “물고기는 물 밖으로 기어오를 수 없기 때문에 (바다 온도 상승에 따라) 더 깊이 들어가야 할 수도 있다”며 “그러나 일부 종들이 더위에서 살아남기 위해 더 깊이 들어간다면 다른 종의 생존을 위협하는 등 또 다른 문제를 불러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해양 생태계 파괴를 넘어 당장 인간에 직접적 피해를 미치는 기후위기도 이미 경고등이 켜진 상태다.
▲ 바다 속 온도 상승은 해수면 상승, 해안 침수, 홍수 및 가뭄 빈도 상승 같은 부정적 영향을 준다. 사진은 2020년 5월 비가 내린 후 만조가 오자 물에 잠긴 미국 버지니아주 노퍽의 한 도로. 해군기지로 유명한 해안도시인 노퍽에선 해수면 상승으로 조수 홍수(Tidal Flooding)가 더 잦아지고 있다. < flickr >
해양학자인 매튜 잉글랜드 호주 뉴사울스웨일즈대학교 교수는 “현재 빙하 해빙에 따른 현재 해수면 상승, 해안 침수, 홍수 및 가뭄 빈도 상승, 사이클론 위력 증대 등의 어려움이 존재하고 있다”며 “이는 모두 지구 온난화로 인한 바다 속 온도 상승의 부정적 영향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바다는 열을 흡수함으로써 기후변화가 천천히 진행되고 있다는 잘못된 안정감을 사람들에게 심어줬다”며 “그러나 바다 속 온도 상승에 따른 대가는 엄청날 것이다”고 경고했다.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