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황제’ 루퍼트 머독의 야망은 끝이 안 보인다. 머독은 라이벌인 미국 미디어기업 타임워너그룹을 인수하려다 거절당했지만 인수를 포기하지 않으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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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루퍼트 머독 뉴스코퍼레이션스그룹 회장 |
머독은 전 세계 180여 개의 계열사를 소유한 미디어기업 뉴스코퍼레이션스그룹을 이끌고 있다. 머독은 폭스뉴스와 영국 타블로이드 ‘더 선’ 등 신문 및 방송뿐 아니라 영화와 스포츠까지 손을 뻗쳐 거대한 미디어 제국을 세웠다.
머독은 한 번 찍은 대상은 결코 포기하지 않기로 유명하다. 앞으로 타임워너그룹을 인수하기 위해 어떤 행보를 보일지 업계는 주목하고 있다.
머독이 최근 타임워너그룹 인수를 제안했다가 거절당했다고 미국 뉴욕타임스가 16일 보도했다. 타임워너그룹 관계자는 “머독이 소유한 21세기폭스가 인수를 제안했으나 회사의 이익과 맞지 않아 거절했다”고 말했다.
머독은 영화와 방송을 전담하는 21세기폭스 외에 월스트리트저널과 영국 더타임스을 소유한 거대 미디어기업 뉴스코퍼레이션스그룹의 수장이다.
타임워너그룹은 주간지 타임과 경제지 포천 외에도 뉴스채널 CNN과 유료 드라마채널 HBO 등을 보유하고 있는 미디어기업이다.
체이스 캐리 21세기폭스 사장은 지난달 초 제프 뷰크스 타임워너그룹 회장을 만나 인수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캐리 사장은 타임워너그룹을 8백억 달러에 사들이겠다는 내용의 공식 인수제안서도 전달했다. 반독점법을 고려해 21세기폭스가 보유한 폭스뉴스의 경쟁채널 CNN은 분리해 매각한다는 구체적 경영방침까지 내놓았다.
머독은 타임워너그룹의 거절에도 불구하고 계속 인수를 추진할 뜻을 품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 회사가 합병할 경우 시가총액 1410억 달러에 연간 총매출은 650억 달러에 이른다. 이 정도 규모의 미디어기업은 전 세계적으로도 지상파채널 ABC를 지닌 디즈니와 미국 최대 케이블TV 회사 컴캐스트 정도다.
머독은 타임워너그룹의 HBO 등 알짜 케이블채널을 21세기폭스의 방송사업 아래로 들이는 데 욕심을 내고 있다. 또 타임워너그룹 산하 영화사인 워너브라더스와 21세기폭스 밑에 있는 20세기폭스가 한 회사가 되면 북미 영화시장 점유율만 25%가 넘는 점도 매력적으로 보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내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21세기폭스와 타임워너그룹이 합병할 경우 중복분야와 인력 등을 제거해 10억 달러 이상의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미디어업계 전문가들은 머독이 전 세계 미디어시장에서 계속 1위 자리를 지키기 위해 타임워너그룹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고 본다. 뉴미디어의 등장으로 판도가 빠르게 바뀌고 있는 미디어시장에서 합종연횡을 통해 경쟁력을 키우려 한다는 주장이다.
현재 넷플릭스와 유튜브 등 동영상 스트리밍 회사들이 계속 세를 불리면서 기존 방송의 위상을 위협하고 있다. 제프 베조스 아마존 CEO가 워싱턴포스트를 인수하고 기업 차원에서 스트리밍시장에 진출하는 등 새로운 경쟁자도 늘어났다.
머독이 이런 상황에서 미디어시장의 우위를 놓치지 않기 위해 타임워너그룹을 손에 넣으려는 것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는 분석했다.
머독은 ‘미디어 제국’을 만들기 위해 오래 전부터 여러 차례의 인수합병을 추진했다.
그는 1981년 영국 일간지 더타임스를 사들이면서 전 세계 미디어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했다. 1985년 미국 영화사 21세기폭스를 인수해 콘텐츠산업으로 영토를 넓혔다. 2007년 8월 미국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까지 50억 달러에 인수하면서 경제미디어 시장 1인자로 올라섰다.
머독은 2011년 뉴스코퍼레이션스그룹 산하 타블로이드 ‘뉴스오브더월드’가 영국 정치인들을 도청한 사건으로 곤욕을 치렀다. 이후 뉴스코퍼레이션스그룹을 뉴스와 출판을 담당하는 뉴스코퍼레이션과 엔터테인먼트사업을 전담하는 21세기폭스로 분할했다.
머독은 그룹 분할 이후에도 시카고트리뷴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인수를 추진하는 등 유명매체에 관심을 보였다.
미디어업계 전문가들은 머독이 타임워너그룹 인수에 성공할 경우 미디어시장 전체에 지각변동이 일어날 것으로 봤다. 토드 윙거 번스타인 애널리스트는 "미디어시장 전 부문에 걸쳐 댄스파트너를 찾아야 한다는 위기감이 커질 것“이라며 ”합병 바람 속에 혼자 남겨지고 싶을 기업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