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신라 주가가 공매도 공시제 시행에 따른 수혜를 입어 반등할 수 있을까?
호텔신라는 주가부진의 주된 원인으로 공매도 세력의 표적이 됐다는 점이 꼽혀왔다.
하지만 제도 시행에 따라 내역이 공개된다 해도 공매도 자체가 근절되지 않고 실적개선의 모멘텀이 없으면 주가 회복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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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
호텔신라 주가는 6일 2.65%(1800원) 내린 6만6200원에 장을 마감했다.
공매도 공시제 시행에 따라 주가가 반등할 수 있다는 기대를 받았지만 글로벌 장에서 영국의 EU 탈퇴 결정의 불안이 현실로 나타나면서 외국인들이 대형주 위주로 매도를 집중해 내림세를 면치 못했다.
한국거래소는 5일 공매도 잔고 대량보유자 공시현황을 발표했다. 이는 공매도 공시제 시행에 따른 것이다.
6월30일 기준으로 한국거래소의 발표에 따르면 호텔신라는 공매도 대량보유자 수가 6곳으로 OCI(7곳)에 이어 코스피 종목 가운데 두 번째로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호텔신라의 공매도 잔고규모는 2820억 원이었다.
그동안 호텔신라 주가 관련 게시판에서 공매도 세력 때문에 주가가 부진하다는 개인투자자들의 원성이 사실로 확인된 셈이다.
공매도란 주가하락이 예상되는 주식을 빌려 판 뒤 주가가 내려가면 다시 싼 가격에 되사들이는 방식으로 차익을 실현하는 투자기법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특정 종목의 공매도 비중이 높아지면 주가가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
공매도는 외국인 지분이 많고 실적 부진에 따른 주가하락이 예상되는 기업들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 한국거래소 발표에서도 구조조정을 겪고 있는 조선해운업종이 공매도의 주된 표적이 된 것도 같은 이유다. 코스닥의 경우 주가가 고평가된 것으로 판단되는 바이오회사의 주식도 공매도의 손길이 많이 뻗쳤다.
증권업계는 공매도가 급감하면 주가가 오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강송철 연구원은 6일 삼성전자 주가추이를 분석하면서 "지난 5월처럼 삼성전자에 대한 공매도가 급증했던 구간에 주가 바닥, 반대로 공매도가 급감했던 구간에는 주가 고점이 나타난 경우가 많았다"며 "특히 작년부터 유독 신호가 잘 맞고 있다"고 분석했다.
공매도 공시제 시행에 따라 외국인들이 공개에 부담을 느껴 차익실현이 가능한 경우 공매도 청산에 나설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점쳐졌다. 또 공시제 회피를 위해 주식선물과 스와프 등을 적극 활용할 것으로 예상됐다. 결과적으로 공매도 비중이 줄어들면 상승을 억누르는 요인이 사라져 주가가 오를 수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공매도 세력이 빠져나간다 해도 모든 종목이 수혜를 보기는 어려울 것으로 분석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주가가 약세로 돌아설 때마다 공매도가 늘 주가하락의 원흉으로 지목되곤 했지만 주가부진의 원인을 공매도 탓만으로 돌리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업황이 악화되거나 실적 전망이 어두운 기업들을 대상으로 공매도가 이뤄졌다는 점에서 업황이 호전되거나 실적개선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공매도 세력이 빠져나간다 해도 주가 반등의 모멘텀을 찾기 쉽지 않다는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공매도 자체를 근절하고 기업이 체질약화나 기업 지배구조 악화, 주주친화정책 부재를 바꿔놓지 않는 한 주가가 추세적인 상승세로 전환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호텔신라의 경우도 주가가 회복세를 보이려면 사업구조의 90%를 차지하는 면세점사업에서 실적개선이 본격적으로 이뤄져야 할 것으로 지적된다.
호텔신라는 1분기에 연결기준으로 매출 8889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3% 늘었지만 영업이익 193억 원으로 같은 기간보다 42.6% 급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