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탁 현대로템 사장이 실적개선과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에서 호재를 만났다.
현대로템은 정부가 장기간 국가 철도망 확충사업을 벌이기로 하면서 성장동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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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승탁 현대로템 사장. |
20일 철도업계에 따르면 현대로템은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국가 철도망 구축계획에 따라 크게 수혜를 입을 것으로 점쳐진다.
국토교통부는 앞으로 10년 동안 고속철도 8조 원, 일반철도 38조 원, 광역철도 24조 원 등 모두 70조 원을 투자해 국가 철도망을 정비하고 확충하겠다는 계획을 17일 확정했다.
국토교통부는 대구~창녕 노선 연장, 거제~김천 노선 개설, 경전선 가운데 진주~광양 구간 전철화사업 등 구체적인 노선의 증설계획을 세웠다. 국토교통부는 국비 43조 원과 지방비 3조 원을 들이고 나머지 24조 원을 민자유치와 공기업 투자 등을 통해 확보하겠다는 사업자금 마련 방안도 내놓았다.
김승탁 사장은 국내에서 현대로템이 단단한 수익 기반을 갖출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해외사업 확대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기대한다.
현대로템은 국내 전동차와 고속철 사업 등에서 사실상 독점적 공급체계를 구축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 대규모 국책사업이 진행되면 안정적인 매출을 확보할 가능성이 높다.
현대로템은 국내 철도차량시장에서 수주금액을 기준으로 점유율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현대로템은 지난해 철도부문 매출에서 국내매출이 39%를 차지했고 올해 1분기에는 절반 이상을 담당했다.
현대로템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인 차량 발주 계획이 나오지는 않아 불확실한 요소가 많다”며 “하지만 현대로템은 국내의 대표적인 철도차량 회사인 만큼 계획이 진행되면 안정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대부분의 글로벌 철도차량회사들이 안정적인 내수시장을 기반으로 글로벌사업을 벌인다”며 “현대로템도 이번 철도망 확충사업이 계획대로 진행되면 글로벌사업 확대에 더 박차를 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가 고속철사업을 육성하기로 한 점도 앞으로 현대로템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보탬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15일 철도차량산업 8대 육성방안에 대해 공청회를 열고 국가 연구개발사업 등을 통해 세계 5위권의 고속철 제작사를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국내에서 고속철 제작기술을 보유한 회사는 현대로템뿐이다. 현대로템은 현재 글로벌 고속철시장에서 7위 수준인데 앞으로 정부의 지원을 통해 기술개발과 해외시장 개척 등에 더 속도를 붙일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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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로템이 개발한 동력분산식 고속열차 '해무'. |
현대로템은 최근 한국철도공사와 처음으로 동력분산식 고속철 수주계약을 맺으며 고속철사업 해외진출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대로템은 그동안 국내에서 고속철을 제작해 공급하며 기술력을 키워왔는데 해외로 눈을 돌려 터키와 말레이시아~싱가포르 고속철사업을 수주하기 위해 준비작업을 펼치고 있다.
두 사업은 각각 하반기 안에 발주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최근 글로벌 고속철사업에서 대세는 동력분산식 고속철이다.
현대로템은 동력분산식 고속철을 자체적으로 개발했지만 수주실적이 없어 해외사업 수주전에서 불리할 것으로 지적됐다. 현대로템은 국내에서 수주실적을 올리면서 이 약점을 일부 만회했다.
현대로템의 해외고속철 수주에 정부도 도움을 주고 있다. 정부는 민관 수주지원단을 구성해 현대로템이 말레이시아~싱가포르 고속철사업을 수주를 지원하고 있다.
현대로템 관계자는 “사업자금 마련을 위한 투자 유치 등 내용을 포함하는 정부의 지원이 해외에서 수주전을 벌이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헌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