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과 중국의 무역갈등이 심화되면서 삼성전기의 반도체기판 사업기회가 좁아질 수 있어 보인다. |
[비즈니스포스트] 미국이 데이터센터 구축에 필수적인 고성능반도체 수출을 금지하면서 중국 내 관련 투자가 위축될 가능성이 나온다.
미국의 제재 강화로 중국 정부의 대규모 데이터센터 투자계획에 차질이 빚어지면 반도체기판을 주력으로 하는 삼성전기의 사업 확장 계획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
20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경기침체로 IT제품 수요가 가뜩이나 부진한 상황에서 미국과 중국 갈등이 더욱 심화되면 삼성전기 반도체기판 사업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광수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IT수요 둔화 및 미중 갈등에 따른 대외환경 불확실성 확대로 삼성전기로서는 중화권 지역에서 매출이 줄어들 부담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발표한 ‘산업별 대중 수출의존도 변화와 시사점 보고서’를 보면 한국은 반도체 수출의 40% 가량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반도체 관련 중국의 전후방 산업에 제재를 강화하면서 데이터센터 등에 쓰이는 메모리반도체 수요가 위축될 공산이 커졌다.
삼성전기는 반도체 칩을 올려 제 기능을 하도록 연결하는 반도체기판을 생산하는 기업으로 반도체 수요가 줄어들 경우 연쇄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위치에 있다.
최근 IT 수요 둔화로 삼성전기의 또 다른 주력 제품 가운데 하나인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 판매도 감소하는 상황에서 반도체기판까지 악영향을 받는다면 어려움이 커질 수 있다.
특히 삼성전기는 올해 7월 국내 최초로 서버용 반도체기판(FC-BGA, 플립칩 볼그리드 어레이)를 양산하며 서버·네트워크용 분야에 힘을 주고 있다.
삼성전기는 올해 6월 국내 부산과 세종사업장, 해외 베트남 생산법인의 FC-BGA 시설에 3천억 원을 투자해 반도체의 고성능화 및 시장 성장에 따른 반도체기판 수요 증가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인 바 있다.
삼성전기는 앞서 2021년 12월에는 베트남 생산법인에 FC-BGA 생산설비 및 인프라 구축을 위해 모두 8억5천만 달러(약 1조100억 원)을 투자하는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증권업계에서는 삼성전기가 데이터센터와 같은 서버와 네트워크 산업에서 사용되는 반도체기판 사업에 집중하는 것이 시황악화의 어려움을 이겨내는 돌파구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미국과 중국의 갈등 속에서 반도체기판과 관련한 사업 불확실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특히 데이터센터 산업은 중국이 미국과 기술패권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강화하고 있는 분야라서 앞으로 미국이 규제를 강화할 공산이 큰 분야로 여겨진다.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미국정부는 최근 엔비디아와 AMD 등 미국 반도체 기업들을 상대로 중국과 러시아에 일부 고성능 반도체 수출을 중단하라는 통보를 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번 규제에 포함된 제품은 엔비디아의 H100, A100과 AMD의 MI100, MI200 등으로 주로 데이터센터에서 머신러닝 등 연산작업에 쓰인다.
중국 매체 경제관찰망에 따르면 주징 베이징반도체산업협회 부비서장은 최근 미국정부의 제제를 놓고 “중국의 대규모 데이터센터에서 대부분 엔비디아의 A100과 H100를 구매해 사용하기 때문에 영향을 받는 산업 범위가 비교적 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시장조사기관 시너지 리서치 그룹에 따르면 글로벌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 수는 2021년 3분기 말을 기준으로 700개로 조사됐다. 이 가운데 미국에 49%가 있고 중국이 15%로 미국 다음으로 많은 것으로 파악된다.
미국이 중국을 상대로 고성능반도체 관련 제재를 강화하면 데이터센터와 관련해 메모리반도체 기업뿐 아니라 삼성전기 역시 중국시장에서 사업을 확장할 기회를 놓치게 될 공산이 커진 것이다.
전자업계 한 관계자는 “미중 무역갈등에 따라 삼성전기의 반도체 기판사업도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며 “삼성전기와 같은 국내 업체들은 성장산업으로 꼽히는 데이터센터 분야에서는 고객사를 적극적으로 다변화해 어려움을 해쳐나가는 전략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