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수동이 강남과 판교 넘본다, MZ세대 성지 넘어 IT기업 오피스권역 부상

▲ 서울 성수동에 '핫'한 기업들이 속속 몰려들면서 서울 강남과 경기 판교를 넘보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서울 성수동에 ‘핫’한 카페들을 넘어 ‘핫’한 기업들이 몰려들고 있다.

성수동의 빨간 벽돌로 지어진 2~3층 제조공장들이 카페, 갤러리, 패션 브랜드와 유통업계 팝업 스토어의 성지로 변신한 데 이어 업무용 빌딩 등 오피스 시장에서도 부동산 가격을 기준으로 서울 강남과 경기도 성남 판교를 넘보고 있다.

30일 부동산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성수동이 있는 서울 성동구 업무·상업용 건물의 가격은 주변의 유통상권 등 입지 조건이 부각되면서 최근 서울의 핵심 업무지구인 강남구 수준을 따라잡고 있다.

MZ세대들에 인기를 얻은 브랜드를 보유한 패션, 플랫폼 기업들부터 대형 게임기업과 엔터테인먼트, IT기업 들까지 성수동에 사무실을 임차하거나 본사 신사옥을 지으면서 부동산 가치가 치솟고 있다.

올해 공시대상 기업집단(자산총액 5조 원 이상)에 새롭게 지정된 게임기업 크래프톤은 미래에셋운용과 손잡고 이마트 성수동 본사를 1조2200억 원에 사들여 오피스빌딩으로 재개발하고 있다.

개발이 완료되면 크래프톤이 일부를 사옥으로 사용하고 나머지 공간은 첨단 IT기업과 복합문화시설이 공존하는 ICT산업 랜드마크로 조성한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요진건설이 올해 5월 준공해 매각한 성수동 건물은 1300억 원대에 팔렸다.

앞서 요진건설은 지난 2019년 오티디코퍼레이션 등과 함께 부동산 프로젝트 금융회사(PEV)를 세워 성수역 인근의 성수2가 277-47번지 부지를 420억 원에 사들여 지상 10층 높이의 복합빌딩으로 개발했다.

요진건설은 3년 사이 투자금 회수는 물론 꽤 큰 이익을 남긴 셈이다.

이 건물에는 유니콘기업 무신사 등이 입주할 예정이다.
 
성수동이 강남과 판교 넘본다, MZ세대 성지 넘어 IT기업 오피스권역 부상

▲ 크래프톤과 미래에셋운용 컨소시엄이 매입해 재개발하는 서울 성수동 이마트 본사. 


이 밖에도 현대글로비스, SM엔터테인먼트, 쏘카 등이 성수동에 새롭게 둥지를 틀었고 첨단 기술 스타트업과 대기업 등이 계속해서 성수동 오피스빌딩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업계에서도 성수동이 ‘한국의 브루클린’을 넘어 서울의 신흥 업무지구로 더욱 유망해지고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부동산시장에서도 성수동의 가치는 확인할 수 있다.

상업용 부동산정보 기업 알스퀘어에 따르면 2022년 1월부터 7월까지 서울 업무·상업시설 3.3㎡당 평균 매매가격이 높은 지역은 용산구, 종로구, 중구, 강남구, 성동구 순으로 성동구가 '탑5' 안에 들었다.

성동구 업무·상업시설 3.3㎡당 평균 매매가격은 6542만 원으로 강남(6725만 원)을 바짝 뒤쫒았다.

건물이 아닌 토지 매매가격으로도 성동구는 강남 서초구, 중구, 용산구에 이어 4위를 차지했다.

성동구 토지 3.3㎡당 평균 매매가격은 강남 서초구(1억2227만 원)와 마찬가지로 1억 원을 넘어섰다.

국토교통부의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실거래가 자료를 살펴봐도 전국 공장, 창고, 운수시설 등 비주거시설 6종류 가운데 대지면적 기준으로 가장 평당 단가가 높은 건물은 서울 성수동2가 공장이었다.

서울 성수동2가 대지면적 7.26㎡에 연면적 37.83㎡ 규모 공장은 7억2300만 원에 거래되면서 대지면적 3.3㎡당 매매가격이 3억2921만 원에 이르렀다.

건물의 연면적 기준 매매가격이 가장 높은 청담동 위험물 저장 및 처리시설(연면적 3.3㎡당 3억9천만 원)이었다.

성수동에 몰리는 돈을 볼 때 확실히 강남을 잇는 서울 핵심 지구로 경쟁력을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성수동은 도시재생학적 관점에서도 주목받는 사례다.

성수동은 1960년대 들어서면서 한강 등 하천이 인근에 있는 데다 서울 가운데 위치한 입지로 영세업체들이 모여들면서 준공업지역으로 지정됐다.

그리고 서울시가 1966년 뚝도지구 토지구획정리사업을 추진하면서 성수동에는 빨간 벽돌로 지어진 공장 등 산업시설들이 대대적으로 들어섰다.

성수동은 이렇게 제화와 피혁 등 섬유부터 화학, 자동차기계 등 전형적 도시형 제조공장들이 밀집한 지역으로 발달하다 1982년 수도권 정비계획으로 공장들이 서울 외곽지역으로 이동하면서 지역이 생기를 잃고 쇠퇴하기 시작했다.

성수동이 창고, 공장을 개조한 독특한 카페, 문화거리로 재생되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대림창고’도 1970년대 초까지 정미소 공장이었다가 1990년대부터 20여 년을 공장들의 부자재 창고 등으로 사용된 거의 버려진 건물이었다.
 
성수동이 강남과 판교 넘본다, MZ세대 성지 넘어 IT기업 오피스권역 부상

▲ 성수동 대림창고갤러리. <대림창고갤러리>


성수동은 2011년 대림창고가 음악방송, 패션 브랜드 행사, 콘서트, 전시회, 공연 등의 이벤트성 행사 공간으로 활용되면서 문화예술분야 창작자의 주목을 받았다. 

그 뒤 대림창고가 낡은 공장의 외관과 분위기를 그대로 살려 다양한 전시와 행사, 식음료를 파는 복합문화공간으로 개조돼 유명해지면서 주변의 공장, 창고들도 카페, 식당 등으로 개발됐다.

성수동은 그 뒤로도 독특한 분위기의 지역상권으로 차별성을 무기로 지역이 활성화되고 있다. 

스타트업부터 세계적 패션 브랜드, 식음료 등 유통기업, LG전자까지 다양한 산업분야 기업들의 팝업스토어 등이 모이면서 서울에서 가장 빠르게 변화하고 움직이는 지역이 됐다. 

성수동은 지자체에서도 개발에 힘을 붙이고 있다. 성동구는 산업개발진흥지구 지정 뒤 11년 만인 지난해 말 성수동2가 227-28번지 일대 57만8619㎡ 부지를 IT산업, 유통개발진흥지구로 개발하는 지구단위계획을 결정해 고시했다. 

계획에 따라 이 지역 용적률은 최대 560%, 높이는 84~120m까지 개발할 수 있게 규제가 완화됐다.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