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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학규 전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오른쪽)이 지난 3일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와 만나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
"국민 여러분께 함께 잘 사는 나라를 만들어 '저녁이 있는 삶'을 돌려드린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해 송구스럽다."
손학규 전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은 2014년 7월 정계은퇴를 선언하며 이렇게 말했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방한을 계기로 한바탕 요동쳤던 대선구도가 손 전 고문의 정계복귀 움직임에 또 한차례 출렁일 움직임을 보인다.
7일 정치권에 따르면 손 전 고문이 여의도 정계개편의 ‘뜨거운 감자로’ 급부상하고 있다. 차기 대선을 앞두고 정계개편 움직임이 급물살을 타면서 손 전 고문의 거취가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다.
손 전 고문은 ‘저녁이 있는 삶’으로 대표되는 공약 슬로건처럼 중도층에 상당한 지지기반을 확보하고 있다. 손 전 고문은 아직 정계복귀 의사를 공식화하지 않았으나 최근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와 회동하는 등 사실상 정치적 행보를 재개한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 손 전 고문의 영입에 가장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곳은 국민의당이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손 전 고문과 3일 목포에서 열린 김난영 가요제에 참석해 손 전 고문과 30여분 동안 만났다.
박 원내대표는 6일 회동 결과를 전하며 “손 전 고문을 만났을 때 정의화 전 의장과 ‘제4세력’에 함께 할 것이냐고 물었더니 단호하게 안한다고 얘기하더라”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국민의당 입당 가능성에 대해 “안철수 공동대표도 간절히 바라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영입희망 의사를 분명히 나타냈다.
정치권은 손 전 고문이 돌아올 경우 대략 세 가지 시나리오를 내놓는다. 손 전 고문이 국민의당에 합류하거나 더불어민주당으로 복귀하는 것, 정의화 전 국회의장과 손잡고 제3의 정치세력화를 모색하는 것이다.
여야가 정계개편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손 전 고문이 어느쪽에 합류하느냐에 따라 세력구도가 흔들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손 전 고문이 국민의당의 적극적인 러브콜에 화답해 합류할 경우 더민주당 입장에서 상당히 부담스러울 수 있다. 손 전 고문은 호남권과 경기도 등 수도권에서 정치적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더민주당이 손 전 고문의 당내 복귀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기도 부담스럽긴 마찬가지다. 더민주당은 문재인 전 대표뿐 아니라 박원순 서울시장, 안희정 충남도지사, 김부경 의원 등 대권후보군이 줄줄이 포진해 있다.
여기에 손 전 고문도 대권예비 경선주자로서 경쟁력이 결코 낮지 않은 만큼 손 전 고문이 당내 복귀해 비노 진영 세력의 중심에 설 경우 만만치 않은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국민의당도 이런 점을 파고들어 손 전 고문 영입에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것으로 풀이된다. 손 전 고문이 정계복귀에 나설 경우 더민주당보다 국민의당이 운신하기 쉬울 것이란 관측이 많다.
국민의당은 안철수 대표를 제외하고 의석 대다수가 호남에 편중돼 있다. 손 전 고문이 취약한 수도권 지지기반을 다지는 데 힘을 실어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손 전 고문은 안 대표와 함께 향후 국민의당 대권주자로서 경쟁구도를 형성해 경선까지 치를 경우 흥행 이벤트 효과도 거둘 수 있다. 또 손 전 고문이 국민의당에 합류하는 것 자체만으로 더민주당의 친노그룹을 압박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정치권 일각에서 손 전 고문이 정의화 전 의장과 연대에 나서 독자세력화를 추진할 가능성도 제기한다. 손 전 대표는 5월18일 광주 민주화운동 36주기 행사에서 정치권의 새판짜기 필요성을 나타냈다.
손-정 연대가 추진될 경우 수도권과 부산지역을 기반으로 여야를 망라한 중도층 구심점으로 떠오를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점쳐진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