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대표이사 6월2일 오후 서울 명동사옥에서 열린 비전선포식에서 그룹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임직원과 공유하고 있다. <하나금융그룹> |
[비즈니스포스트] “하나금융그룹을 진정한 아시아 최고의 금융그룹으로 성장시킬 수 있도록 헌신하겠다.”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은 3월 별도의 취임식 없이 곧바로 업무를 시작하며 이렇게 말했다.
함 회장은 취임 뒤 100일 동안 계열사 투자를 결정하고 조직개편을 단행하는 등 하나금융그룹의 대대적 변화를 위한 전열 정비를 마친 만큼 앞으로 도약을 위해 본격적으로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1일 하나금융지주에 따르면 함 회장은 2일 취임한 지 꼭 100일을 맞는다. 함 회장은 3월25일 정기 주주총회를 거쳐 회장에 올랐다.
하나금융그룹 수장이 워낙 오랜만에 바뀌었기 때문에 한꺼번에 전면적 변화가 이뤄지기는 쉽지 않다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지난 100일을 살펴보면 함 회장은 큰 무리 없이 디지털 역량 강화를 위한 조직개편을 단행하고 비은행 강화를 위한 투자를 진행하는 등 하나금융그룹의 성장을 위한 기반을 하나씩 다져 나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함 회장은 비은행 강화를 위해 비은행 계열사의 ‘맏형’인 하나증권(옛 하나금융투자)에 적극적으로 힘을 실어주고 있다.
하나금융지주는 4월 하나증권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5천억 원 출자를 결정했다. 함 회장이 3월 회장에 오른 뒤 가장 먼저 내린 계열사 지원 결정이다.
하나증권은 베트남과 홍콩 등 동남아시아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는데 하나증권이 거둘 해외사업 성과는 글로벌 네트워크를 함께 활용하거나 해외 투자처나 우량매물 등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다른 비은행 계열사와도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하나증권은 2015년 이후 7년 만에 하나금융투자에서 하나증권으로 회사 이름을 바꾸며 변화에 의지를 내보이기도 했다.
함 회장은 새 비전도 마련했다. 이와 함께 디지털 역량 강화를 위한 지주 조직개편도 실시했다.
하나금융그룹은 6월 ‘하나로 연결된 모두의 금융’이라는 새 비전을 내놓았다. 하나금융그룹이 그룹의 비전을 바꾼 건 2014년 이후 8년 만이다.
함 회장은 급변하는 금융환경의 변곡점을 맞아 조직과 구성원의 변화를 이끌어야 한다는 공감대를 바탕으로 비전 재정립을 추진했고 이 비전이 성공적으로 실행될 수 있도록 지주 조직개편도 시행했다.
특히 그룹디지털총괄 아래 △디지털전략본부 △데이터본부 △ICT본부를 두는 내용의 조직개편을 실시하며 그룹 차원의 디지털 전략 컨트롤타워 기능을 강화했다.
하나금융지주는 기존에 그룹디지털총괄, 그룹데이터총괄, 그룹ICT총괄 등 임원을 두고 3개 부문을 각각 운영했는데 이를 통합구조로 바꾼 것이다.
하나금융지주는 3월 함 회장의 취임과 지성규 전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의 이직으로 부회장 2인 자리가 공석이 됐음에도 지난해 말 뒤로 6개월 동안 별다른 인사나 조직개편을 실시하지 않았다.
함 회장은 조직 정비를 어느 정도 끝낸 만큼 앞으로는 그룹의 변화와 성장에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KB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가 모두 디지털 전환에 전략을 쏟는 가운데 금융권에 카카오, 네이버 등 빅테크 기업의 영향력도 점차 커지고 있다. 이들과 대결에서 밀리지 않으려면 디지털 경쟁력을 서둘러 확보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가장 먼저 디지털 관련 정비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함 회장은 디지털 경쟁력 확보를 위한 조직정비를 한 만큼 그 다음으로 해외사업 확대 등에 힘을 쏟는 등 단계적으로 핵심사업을 추진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함 회장은 6월 새 비전을 선포하며 “하나로 연결된 모두의 금융은 일상 속 특별한 경험을 선사하고 금융을 넘어 모두가 필요로 하는 세상과 미래를 연결해줄 것”이라며 “하나금융만의 혁신적 플랫폼을 통해 모두가 금융을 즐기고 신뢰에 기반한 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함께 비전을 이뤄가자”고 말했다.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