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 갤럭시S22에 탑재되는 퀄컴 '스냅드래곤8 1세대' 모바일프로세서 이미지. |
[비즈니스포스트] 미국 반도체기업 퀄컴이 삼성전자 프리미엄 스마트폰에 고성능 프로세서 공급 점유율을 더욱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적극적으로 앞세우고 있다.
삼성전자 자체 프로세서 ‘엑시노스’ 시리즈가 충분한 수요처를 확보해 시장에서 입지를 지키는 일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3일 증권전문지 시킹알파에 따르면 크리스티아노 아몬 퀄컴 CEO는 투자기관 번스타인이 주최한 콘퍼런스에 참석해 퀄컴의 미래 사업계획 및 목표를 제시했다.
그는 퀄컴의 사업 모델이 결국 고성능 모바일 프로세서 수요에 크게 의존할 수밖에 없다며 프리미엄 스마트폰용 고성능 프로세서에 더욱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아몬 CEO는 “퀄컴의 고성능 프로세서 중심 사업 전략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며 “삼성전자 스마트폰에서 탑재 점유율을 높인 성과가 대표적”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프리미엄 스마트폰 갤럭시S 시리즈에 자체적으로 개발한 엑시노스 프로세서와 퀄컴의 고성능 프로세서를 약 절반씩 나누어 탑재해 왔다.
그러나 올해 갤럭시S22 시리즈에는 유럽 등 일부 시장에 출시하는 모델을 제외하고 모두 퀄컴의 스냅드래곤8 1세대 프로세서를 채용했다.
퀄컴에 따르면 삼성전자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퀄컴 프로세서 채용 비중은 기존에 약 40%에서 현재 75~80% 수준까지 약 두 배로 높아졌다.
아몬 CEO는 “삼성전자 스마트폰에서 앞으로 점유율을 더 늘릴 기회가 있다고 믿는다”며 고성능 프로세서 공급 물량을 확대하겠다는 데 강한 자신감을 나타냈다.
그는 삼성전자가 오포와 비보, 샤오미 등 중국 경쟁사들에게 큰 압박을 받고 있다는 점을 배경으로 꼽았다.
중국 스마트폰업체들이 퀄컴의 고성능 프로세서 탑재를 핵심 요소로 강조하면서 유럽 등 글로벌시장 진출을 확대하는 만큼 삼성전자도 맞대응해야 할 이유가 커졌다는 것이다.
퀄컴이 삼성전자 반도체 파운드리사업에 가장 중요한 고객사라는 점도 삼성전자가 스마트폰에 퀄컴 프로세서 탑재 확대와 관련한 압박을 받을 수 있는 배경으로 꼽히고 있다.
▲ 삼성전자 '엑시노스2200' 프로세서 이미지. |
결국 삼성전자가 자체 기술로 개발하는 엑시노스 시리즈 고성능 프로세서가 프리미엄 스마트폰에 탑재될 가능성은 더욱 낮아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하반기 출시하는 '갤럭시Z폴드4' 등 폴더블 스마트폰에도 퀄컴의 최신 프로세서 탑재를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엑시노스 프로세서가 삼성전자를 제외한 외부 고객사에도 거의 공급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수요처를 확보해 시장에서 입지를 지키는 일이 갈수록 불안해지고 있는 셈이다.
삼성전자가 신형 엑시노스 프로세서 개발을 순차적으로 중단하고 수 년 안에 갤럭시 스마트폰 전용 프로세서를 새로 개발해 탑재할 수 있다는 전망도 업계에서 고개를 들고 있다.
그러나 퀄컴이 지금과 같이 삼성전자 스마트폰에서 큰 영향력을 차지하는 한 삼성전자가 자체 프로세서를 통해 단기간에 퀄컴에 의존을 낮추는 일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아몬 CEO는 삼성전자와 대만 미디어텍 등 여러 업체가 난립하며 경쟁하던 스마트폰 프로세서시장의 구조가 이전과 완전히 달라지고 있다며 낙관적 전망을 내놓았다.
퀄컴이 프리미엄 스마트폰용 고성능 프로세서 분야에서 독보적 지위를 계속 유지하면서 이런 경쟁사들과 맞대결을 피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미다.
그는 퀄컴이 모바일 프로세서뿐 아니라 자동차와 사물인터넷, PC와 서버용 프로세서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기술 역량을 꾸준히 강화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