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가상화폐 ‘루나’의 시세 급락을 계기로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 주요 가상화폐 시세가 모두 크게 떨어지면서 시장을 바라보는 전문가들의 시각도 점차 부정적으로 바뀌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현지시각으로 15일 “가상화폐 시세가 ‘죽음의 소용돌이’에 빠지면서 투자심리 악화를 이끌고 있다”며 “투자자들이 불편한 현실을 마주하게 된 것”이라고 보도했다.
외부 변수에 따른 시세 하락에 부담을 느낀 투자자들이 가상화폐를 매도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이는 추가로 시세 하락을 이끄는 원인으로 작용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세계 주요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비트코인 시세는 3만 달러를 밑도는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한때 2만5천 달러대로 떨어졌다가 소폭 반등했지만 여전히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한국인 개발자가 개발한 루나 시세가 하루만에 99% 이상 떨어지는 사태로 시장 전반에 충격이 발생하면서 투자자들이 시장 불확실성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시장 조사기관 코인게코에 따르면 최근 1주일 사이 가상화폐시장 전체의 시가총액 하락 폭은 3500억 달러(약 449조 원)에 이른 것으로 집계됐다.
가상화폐 지지자로 꼽히던 경제 전문가들도 최근 시세 하락을 반영해 부정적 전망을 내놓고 있다.
증권전문지 FX스트리트는 최근 흐름을 봤을 때 비트코인 시세가 현재보다 약 18% 낮은 수준에서 저점을 형성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가상화폐 거래소 루노의 샘 코펠맨 매니저는 비트코인 시세 하락세가 아직 끝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저점이 약 2만 달러 안팎에서 형성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최근 투자자들의 심리 악화에 더해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 경기 침체 전망과 유럽 지정학적 리스크 등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시세가 더 떨어질 것이라는 의미다.
경제전문지 포브스도 전문가 분석을 인용해 “관측 가능한 수준의 미래에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시세 변동성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며 “투자자들이 시장에 아예 뛰어들지 않는 선택이 긍정적일 수 있다”고 보도했다.
대표적 가상화폐인 비트코인은 이른 시일에 최대 기념일인 ‘피자데이’를 앞두고 있다.
피자데이는 2010년 5월22일에 한 가상화폐 투자자가 처음으로 피자를 주문하며 가상화폐로 대금을 결제한 날을 상징하는 가상화폐 투자자들의 중요한 기념일이다.
세계 주요 가상화폐 거래소들도 이 날을 기념해 투자자를 위한 다양한 행사를 진행한다.
그러나 올해 피자데이는 비트코인 시세가 크게 하락하고 전문가들의 전망에도 점차 먹구름이 끼고 있는 상황을 맞고 있는 만큼 이전과 같은 긍정적 분위기를 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의 비트코인 시세 그래프 참고용 이미지. |
루나 급락 사태를 계기로 미국 바이든 정부가 가상화폐에 대한 규제를 강화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이는 앞으로 가상화폐 투자 심리를 더욱 악화하는 결과를 낳을 가능성이 있다.
포브스에 따르면 증권사 크레딧스위스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바이든 정부가 가상화폐시장에 ‘충격 요법’을 시험할 수도 있다며 앞으로 변동성이 더 커지는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정부와 연방준비제도(Fed)가 인플레이션 완화를 공격적으로 추진하는 과정에서 주식이나 가상화폐와 같은 자산 가치가 하락하도록 유도하는 전략을 쓸 수 있다는 의미다.
크레딧스위스는 가상화폐 시세 하락이 미국 정부의 경제정책에 필연적으로 뒤따르는 결과로 남을 수 있다며 모든 위험자산이 앞으로 위기를 맞게 될 수 있다고 바라봤다.
루나 시세가 단기간에 폭락한 것과 같은 사태가 다른 가상화폐에 충분히 재현될 수 있다는 전망도 점차 힘을 얻고 있다.
다만 가상화폐 전문매체 코인데스크는 “투자자들이 루나 시세 하락으로 교훈을 얻을 수 있다면 이는 오히려 전화위복이 될 것”이라며 “가상화폐시장은 계속 유지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