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이랜드리테일이 이랜드그룹의 사실상 지주회사인 이랜드월드의 자금난을 해결하기 위해 1071억 원 상당의 자금을 무상 제공한 사실이 적발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이랜드리테일과 이랜드월드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40억7900만 원을 부과한다고 10일 밝혔다.
 
공정위 이랜드리테일에 과징금, "자금난 지주사에 1천억 부당 지원"

▲ 공정거래위원회 로고.


공정위에 따르면 이랜드월드는 2010년 이후 무리한 인수합병으로 유동성 문제를 겪으며 2014년부터 2017년까지 자금 사정이 악화했다.

이랜드월드는 신용등급이 하락하며 외부 자금 조달이 사실상 어렵게 되자 계열사인 이랜드리테일을 동원했다. 

이랜드리테일은 2016년 12월 이랜드월드 소유 부동산 2곳을 총 670억 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맺고 계약금 명목으로 이랜드월드에 560억 원을 지급했다. 

6개월이 지난 뒤 이랜드리테일이 잔금을 내지 않으면서 계약은 해지됐고 계약금을 돌려받았다. 결과적으로 이랜드월드는 그동안 560억 원에 이르는 자금을 무상으로 빌리며 13억7천만 원의 이자를 내지 않은 셈이 됐다.

공정위는 이사회 의결이 없었던 점, 이랜드리테일이 내부적으로 부동산을 활용할 방법을 검토하지 않은 점, 계약 해지 위약금이 없는 점 등을 이랜드리테일이 이랜드월드를 부당지원한 근거로 꼽았다.

또한 이랜드리테일은 의류 브랜드 ‘스파오(SPAO)’를 양도해 이랜드월드를 지원했다.

두 회사는 2014년 5월 양도대금 약 511억 원에 SPAO 양수도계약을 맺었다. 이랜드리테일은 7월 양도대금을 받지 않았음에도 자산부터 양도했다.

이랜드월드는 2017년 6월까지 15차례에 걸쳐 대금을 분할상환했고 지연이자는 내지 않았다. 이 가운데 243억 원은 현금 없이 대물·채권으로 상계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공정위는 SPAO의 미래 수익 창출 능력이 있다는 점, 이랜드월드는 양도대금을 낼 현금이 없다는 것을 이랜드리테일이 알고 있었음에도 이 같은 거래를 진행했다고 지적했다.

이랜드월드가 511억 원의 자금 지급을 유예받아 유동성 공급 효과를 누렸고 지연이자를 내지 않아 약 35억 원의 이익을 받았다고 바라봤다.

공정위는 이랜드그룹의 소유·지배구조를 유지하기 위해 계열사인 이랜드리테일을 부당 지원에 동원한 것으로 판단했다. 

이랜드월드는 이랜드그룹 총수인 박성수 그룹 회장과 특수관계인 등이 지분 99.72%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황원철 공정위 기업집단국장은 과징금과 함께 고발이 빠진 이유에 관해 “이랜드월드의 매출액과 비교해 지원금액이 많지 않았고 지원에도 불구하고 이랜드월드의 시장 점유율이 정체 상태를 보인 점을 고려했다”며 “지원 과정에서 대표이사의 직접적 관여 증거가 부족하다는 점도 반영했다”고 말했다. 조윤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