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화경 하나저축은행 대표이사가 저축은행업계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저축은행중앙회장에 당선됐다.
오 회장은 저축은행 규제 완화, 수도권과 지방 저축은행의 양극화 해소 등을 이뤄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그동안 관료 출신 회장이 득세했던 저축은행중앙회에서 오 회장이 민간출신으로 기대를 한 몸에 받으며 회장에 오른 만큼 앞으로 그의 행보가 주목된다.
저축은행중앙회는 17일 서울 서초구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임시 총회에서 오화경 하나저축은행 대표가 19대 저축은행중앙회장으로 선출됐다고 밝혔다. 임기는 이날부터 3년이다.
오 회장은 이날 저축은행중앙회장으로 임기를 시작하면서 하나저축은행 대표 자리에서는 물러난 것으로 파악된다. 저축은행중앙회장은 겸직이 금지돼 있다.
오 회장은 무려 9년을 저축은행 대표로 일했다. 2018년부터 4년 동안 하나저축은행을 이끌었고 직전에는 아주저축은행을 2012년부터 2016년까지 이끌었다.
오 회장은 저축은행업계 출신으로 업계의 현안과 어려움을 누구보다 잘 안다는 점에서 저축은행업계의 지지를 받았지만 관료출신과 비교했을 때 금융당국과 소통은 좀 더 힘을 써야할 부분으로 여겨진다.
현재 저축은행업계에서는 정부의 규제 완화를 바라고 있어 오 회장은 업계의 목소리를 금융당국에 전달해 정책에 반영되도록 노력할 것으로 보인다.
오 회장은 이날 회장에 당선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금융당국과 소통은 개인적인 네트워크를 통해 먼저 정중히 인사드리고 현안을 차차 의논해 나간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고 말했다.
저축은행업계는 2011년 저축은행 부실사태 이후로 계속 강도 높은 규제를 받고 있다. 예금보험료가 대표적이다.
예금보험료는 예금업무를 취급하는 금융회사가 경영부실 등으로 예금을 상환할 수 없는 사태에 놓이게 됐을 때 예금자의 손실을 보전해 주기 위해 예금보험공사에 적립하는 돈을 말한다.
현재 저축은행의 예금보험료율은 예금잔액의 0.4%로 시중은행(0.08%)과 비교해 5배나 높다.
예금보험공사는 과거 부실 저축은행 정리비용 등에 투입한 예금보험기금 약 31조7천억 원을 회수하기 위해 저축은행에 특히 높은 예금보험료율을 책정하고 있다. 저축은행업계는 그동안 건전성이 크게 강화된 만큼 예금보험료율을 인하해 줄 것을 계속 요구하고 있다.
오 회장은 저축은행 사이 양극화도 해소해야 한다.
수도권에 있는 대형 저축은행과 지역에 있는 중소 저축은행은 일단 규모부터 차이가 크게 난다.
전체 저축은행의 자산 규모는 지난해 말을 기준으로 100조 원을 넘었는데 이 가운데 90%를 수도권에 있는 대형 저축은행이 차지하고 있다.
여기다 최근 디지털 전환이 빠르게 이어지면서 격차는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대형 저축은행들이 모바일앱 등을 통해 실적 증가세에 탄력을 더하고 있는 반면 중소 저축은행들은 경영난으로 디지털 전환은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 회장도 저축은행 사이 양극화 문제를 시급한 해결 과제로 꼽았다.
그는 이날 “알다시피 저축은행들은 너무 규모 차이가 크기 때문에 규모별로 성장 밑그림을 달리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저축은행중앙회가 나서서 규모별 성장 모델을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오 회장이 저축은행업계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회장에 오른 만큼 앞으로 저축은행중앙회를 어떻게 이끌어갈지도 주목된다. 당장 함께 호흡을 맞춰갈 저축은행중앙회 전무이사가 관료 출신이다.
그동안 저축은행중앙회 회장과 전무이사 모두 관료 출신일 때가 많았는데 이번에는 회장은 민간출신이, 전무이사는 관료출신이 맡은 만큼 사정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전무이사는 저축은행중앙회에서 회장에 이어 2인자로 통한다.
이날 저축은행중앙회는 임시 총회에서 황정욱 전 금융감독원 경남지원장을 전무이사에 선임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오 회장은 이날 압도적 지지를 받으며 회장에 당선됐다. 그를 향한 기대감이 얼마나 높은지를 잘 보여준다.
회장 선거는 저축은행중앙회 회원사로 있는 79곳 저축은행이 1표씩 행사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는데 오 회장은 유효득표 79표 가운데 53표를 받았다.
지금껏 저축은행중앙회장은 대부분 관료출신이 맡았다. 1994년 곽후섭 전 회장과 2015년 이순우 전 회장이 민간출신이긴 했으나 다른 금융권 출신이고 저축은행업계 출신은 아니었다.
오 회장은 이날 “현직 출신 대표로 처음 당선된 만큼 변화를 원하는 회원사 의견이 많다고 생각한다”며 “저축은행업계가 조금 더 발전할 수 있도록 변화와 개혁을 이끄는 중앙회장이 되겠다”고 말했다.
오 회장은 1960년에 태어나 성균관대에서 경영·회계학 학사, 고려대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서울증권과 HSBC코리아, 아주캐피탈, 아주저축은행, 하나저축은행 등에서 일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