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그래픽처리장치(GPU) 설계회사 엔비디아가 영국 중앙처리장치(CPU)코어 설계회사 ARM을 인수하는 작업이 무산됐다.
파이낸셜타임즈(FT)는 8일 엔비디아와 ARM의 인수합병 협상을 잘 알고 있는 다수의 취재원을 인용해 “엔비디아의 ARM 인수작업이 미국, 영국, 유럽연합 규제당국의 독점에 대한 우려 속에서 좌초됐다”고 보도했다.
엔비디아는 이번 인수협상 실패로 ARM을 소유한 일본 소프트뱅크에 거액의 위약금을 물어줄 상황에 처했다.
파이낸셜타임즈는 익명의 취재원을 인용해 소프트뱅크가 최대 12억5천만 달러의 위약금을 받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또 소프트뱅크가 올해 말까지 ARM을 기업공개(IPO)하고 추후 매각할 것으로 보인다고도 전했다.
앞서 엔비디아는 2020년 9월 소프트뱅크로부터 ARM을 400억 달러(약 47조9200억 원)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발표 후 영국, 미국, 유럽연합(EU) 등 각국 정부 당국로부터 반대에 부딪혔다.
2021년 영국 경쟁시장청(CMA)은 엔비디아의 ARM 인수에 대한 1단계 조사 결과를 공개하면서 “경쟁 측면에서 심각한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 후 영국의 디지털문화미디어스포츠부는 반독점과 국가안보에 대한 우려로 2단계 조사를 진행하겠다고 발표했다.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는 지난달 엔비디아의 ARM 인수가 데이터센터와 자율주행기술 등의 분야에서 혁신과 경쟁을 억제할 수 있다며 인수 반대소송을 냈다.
인텔,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대형 IT기업들도 거래 무산의 근거가 될 수 있는 정보를 규제당국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파이낸셜타임즈는 이번 거래가 성사됐다면 반도체 분야 사상 최대규모로 엔비디아가 세계 대부분의 모바일 기기의 핵심기술을 장악하게 됐을 것이라고 짚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