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태 삼일회계법인 회장이 대대적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회계업계의 불황에 저가수주로 실적이 부진한데다 분식회계로 대규모 배상금을 물어야 하는 상황에 몰리자 이를 탈출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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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경태 삼일회계법인 회장 |
삼일회계법인이 최근 권고사직을 추진하고 있다고 23일 회계법인 관계자들이 전했다. 올해 인원 감축 규모는 100명을 넘어설 것으로 알려졌다. 삼일회계법인은 지난해에도 100여명을 권고사직 형태로 퇴직시켰다.
삼일 회계법인의 임직원 3500명 가운데 회계사가 2300명을 차지한다. 특히 최근 딜 비즈니스 사업부에서 전체 인원의 10% 가량이 권고사직 대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딜 비즈니스 사업부는 회사 인수합병 등을 담당하는 부서다.
삼일회계법인 관계자는 "적정 실적에 미달한 임직원을 대상으로 일단 완곡한 권고사직을 통보하는 메일을 회사가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메일의 내용은 '회사와 적합하지 않아 업무와 고용계약 변경을 권한다'는 내용이다.
권고사직은 사실상 인사권자에 의한 강제퇴직이나 마찬가지라고 내부에서 불만도 제기된다. 그러나 삼일회계법인 관계자는 “이번 회계사 권고사직은 개별 팀 단위에서 비공식적으로 이뤄지는 것이며 일부는 자발적으로 퇴사하기도 한다”며 "회계법인도 기업인만큼 인력순환이 필요하기 때문에 하는 조처“라고 말했다.
삼일회계법인이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이유는 새로운 연봉계약을 앞두고 비용절감을 통해 실적부진을 만회하기 위한 것이라는 게 내부 관계자들의 말이다. 통상 회계법인은 매년 6월 개별 실적을 평가한 뒤 이를 근거로 8월 성과급을 지급한다.
한 회계법인의 회계사는 "삼일회계법인은 최근 수년 동안 정기적으로 회계사들을 내보내왔는데 이번에 경영진이 구조조정을 포함한 전반적 조직개편에 대한 결심을 굳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런 조처를 결심한 배경에 삼일회계법인 분식회계 등을 파악하지 못해 배상금을 물어야 하는 상황에 몰린 것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삼일회계법인은 지난해 11월 코스닥 업체 분식회계를 감시하지 못한 책임으로 투자자들에게 140억 원의 배상금을 물어야 한다는 서울지방법원의 판결을 받았다. 또 최근 금융감독원과 금융위원회는 효성의 분식회계 혐의를 심의하고 있는데 삼일회계법인이 효성의 감사도 맡은 만큼 분식회계 혐의가 드러나면 삼일회계법인은 해당 기업 감사업무 제한이나 손해배상공동기금 추가적립 등의 조처를 받게 된다.
회계법인의 한 관계자는 “분식회계 혐의가 드러난 기업들 가운데 삼일회계법인이 외부감사를 맡은 곳들이 몇 곳 있는 데다 매출마저 줄어들어 구조조정을 비롯해 조직 전반에 대한 개편작업이 불가피하다고 삼일회계법인 경영진이 판단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회계업계는 현재 깊은 불황에 빠져있다. 삼일회계법인의 매출액은 2010년 4650억 원, 2011년 4587억 원, 2012년 4567억 원으로 정체돼 있다. 소속 공인회계사 수도 2011년은 2492명, 2012년은 2287명, 2013년은 2300명으로 제자리걸음이다.
이런 상황에서 안 회장은 지난해 각 사업부 본부장들한테 이메일을 보내 “점심시간이 끝났는데도 자리에 돌아오지 않는 등 근무태도가 불량한 직원이 있으니 다음 인사고과에 반드시 반영하라”며 직원 10명의 이름과 사번을 명시하는 등 조직에 긴장을 불어넣는 조처들을 취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