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정치권은 윤석열 후보의 50조 원 지원과 이재명 후보의 전국민 재난지원금이 한 쌍을 이뤄 종일 공방이 오갔다.
이날은 주로 더불어민주당에서 윤 후보 공약의 재원 마련 계획을 묻고 조기 집행을 압박하는 공세를 펼쳤다.
그동안 국민의힘이 이 후보의 전국민재난지원금을 두고 포퓰리즘이라며 공세를 펼쳤는데 공수가 맞바뀐 모양새가 연출됐다.
이 후보는 전국민을 대상으로 재난지원금을 지급해 소비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에 반해 윤 후보는 투입한 예산에 비해 개인에게 지급되는 금액이 너무 적어 비효율적이라며 영업제한으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게 직접 두텁게 지원을 하자는 방안을 내놨다.
양쪽의 대립을 두고 '쩐의 전쟁'이라는 표현까지 등장했다. 이 후보는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해 13조 원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윤 후보는 50조 원이라고 규모를 못박았다.
재원 계획도 다르다.
이 후보는 올해 10조 원가량으로 전망되는 초과세수를 활용하겠다는 했지만 윤 후보는 내년 예산지출을 조정하고 단기 국채발행을 통해 재원을 마련한다는 구상을 내놨다. 구체적인 방안은 제시하지 않았다.
예산지출을 조정한다고 했을 때 자영업자 지원을 위해 줄일 수 있는 부분은 한정돼 있고 국채 발행을 하더라도 부족한 금액을 모두 국채발행으로 충당하기도 어렵다.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한다면 역대급 추경안이 나오게 된다.
이에 재원계획을 두고 일제히 혹평 또는 비판이 나왔다.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국회에서 균형발전 공약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정해진 예산 범위 안에서 작은 사업의 전용은 가능하겠지만 50조 원은 불가능하다"며 "취임 직후 추경을 한다는 건데 50조 원 규모 추경은 대한민국 역사상 없고 그 돈을 조달하려면 전부 국채를 발행해야 하는데 전부 국민의 부담"이라고 말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는 이날 윤 후보의 자영업자 피해보상 50조 원과 관련해 "왜 50조인지는 100일 후에 설명하겠다고 하는데 일의 앞뒤가 완전히 바뀌었다"며 "50조 원에 맞춰서 피해 업종과 규모를 끼워 맞출 일만 남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자영업자 손실보상은 사실과 증거에 기반해 피해업종과 규모를 특정하고 그에 따른 예산 추계, 예산 확보방안까지 마련한 뒤 공약을 발표하겠다"고 덧붙였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윤 후보가 50조 원 지원 공약을 내놓으면서 이번 대선이 이른바 포퓰리즘 대결로 가는 것 아니냐는 시선이 나온다.
특히 국가부채 증가를 들며 문재인 정부의 재정 확대정책을 비난해온 윤석열 후보와 국민의힘이 국채 발행을 얘기하는 것은 스스로 포퓰리즘의 대열에 동참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 후보는 지난 5일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선출되고 수락연설에서 "이번 대선은 합리주의자와 포퓰리스트의 싸움"이라고 말했다. 적어도 50조 원 지원을 놓고는 상대를 포퓰리즘이라 비판하기 힘들어진 셈이다.
윤 후보가 설익은 상태에서 50조 원 지원 공약을 내놨다는 분석도 나온다.
상대방인 이 후보가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가상자산 과세 유예, 청년정책 등 연일 정책행보를 이어가며 정책이슈를 선점하고 있어 '강력한' 대응이 필요해 구체적 재원계획과 정책효과에 대한 점검없이 '50조 원'을 구호처럼 내놨다는 시선이다.
민주당은 재원계획보다 지급시점을 파고들고 있다. 내년 대선 이후가 아니라 당장 움직여야 하지 않느냐며 압박했다.
이 후보 측의 박성준 대변인은 9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윤 후보가 신속하게 해결해야 한다고 하면서 대통령이 된 이후에 50조 원을 풀겠다는 건 자기모순 아니겠나"며 "소상공인 지원은 당장 필요한 정책이니 여야가 합의할 수 있다면 토론을 통해 실질적 정책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