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리지 게이트'로 이미 타격을 입은 크리스 크리스티 미국 뉴저지 주지사가 또 다른 추문에 휩싸였다. 크리스티 주지사 측이 뉴저지의 소도시 호보켄의 돈 짐머 시장에게 부동산 개발 계획을 승인하지 않으면 구호 자금을 지급하지 않겠다고 압력을 넣었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사실로 밝혀질 경우 대권의 꿈이 산산조각나는 것은 물론이고 크리스티의 정치 생명마저도 끝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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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리스티 주지사가 구호자금을 볼모로 잡았다고 폭로한 돈 짐머 호보켄 시 시장(좌)과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우). |
지난 18일 돈 짐머 시장은 MSNBC와의 인터뷰를 통해 허리케인 샌디의 피해를 복구하던 당시에 킴 구아다뇨 부주지사로부터 "록펠러 그룹의 재개발 사업을 빨리 추진할 수 있도록 도와주지 않으면 우리도 (호보켄을) 도와줄 수 없다"는 말을 들었다고 폭로했다. 록펠러 그룹은 크리스티 주지사와 친분이 있는 부동산 개발 기업이다. 다음날 이어진 인터뷰에서 짐머 시장은 구호 자금을 묶어두겠다는 것이 부주지사의 개인 의견이 아니라 크리스티 주지사 본인의 뜻이라고 전달받았다고 말했다.
짐머 시장은 재개발 사업에 대한 압박을 받았던 당시 쓴 일기를 CNN 측에 증거로 보였으며, 정식 수사 과정을 밟고 싶은 뜻을 밝혓다. 그는 '왜 당시에 이 일을 폭로하지 않았냐'는 질문에 크리스티 주지사가 "굉장히 인기가 많은 사람이기 때문에 아무도 내 말을 믿어주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대답했다. 그는 "필요하다면 거짓말탐지기 테스트를 받을 의향이 있다"고 덧붙였다. CNN은 짐머 시장이 정식 청문회를 원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뉴저지 주 민주당원의 구심점이자 크리스티 주지사의 정적인 로레타 바인버그 상원의원은 "똑같은 패턴"이라는 말로 이 사건과 '브리지 게이트' 사이의 유사성을 강조했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브리지 게이트에 대한 사과) 기자회견에서 (크리스티) 주지사는 그가 뭘 잘못했기에 그의 사람들이 그에게 거짓말을 했는지 알고 싶다고 말했다. 그 질문은 '내가 뭘 잘못했기에 내 주변 사람들이 이런 식으로 행동해도 된다고 생각하게 된 거지?'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크리스티 주지사 측은 짐머 시장의 발언을 거짓말이라고 일축하고 있다. 크리스티 주지사의 대변인인 콜린 리드는 폭로전 직후 기자회견을 열어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그는 "MSNBC가 편향된 보도로 당파 싸움을 조장하고 있다"며 전례없이 언론을 상대로 강하게 비난했다. 크리스티 주지사의 의향을 전달했던 인물로 지목된 구아다뇨 부주지사는 20일 기자회견을 열어 짐머 시장의 말이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뉴저지 지역 언론은 크리스티 주지사에게 의심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짐머 시장이 민주당 소속이지만 그간 '친 크리스티적' 행보를 보이던 인물이었기 때문에 갑자기 거짓말을 만들어 크리스티를 낙마시키려 할 이유가 없다는 분석이다. 뉴저지 한 지역언론은 "호보켄 시장이 사실을 말하고 있는 거라면 크리스티 주지사는 백악관의 꿈에 작별을 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크리스티 주지사를 둘러싼 또 다른 스캔들인 '브리지 게이트'는 지난해 9월, 그의 수석 참모 브리짓 앤 켈리가 크리스티의 재선임 동의안 서명을 거부한 포트 리 시의 민주당 소속 마크 사콜리치 시장에게 보복하기 위해 고의로 포트 리로 통하는 조지 워싱턴 대교의 차선을 폐쇄해 교통체증을 유발한 사건이다. 나흘간 포트 리 시민들이 심각한 교통체증에 시달렸으며, 구급차 파견에 제동이 걸려 사망자까지 발생했다. 크리스티 주지사는 이 일에 대해서 자신의 측근들의 음모인 줄은 전혀 몰랐다고 해명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