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승주 한화생명 대표이사 사장이 보험사업의 수익구조를 뜯어고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한화생명은 순이익에서 부침이 심하게 나타나고 있어 본업인 보험사업에서 안정적 수익이 절실하다. 이를 위해 여 사장은 실적부담의 원인 가운데 하나인 실손보험에 과감히 칼을 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오늘Who] 한화생명 본업 보험사업 안정 절실, 여승주 실손보험 손질

여승주 한화생명 대표이사 사장.


8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한화생명은 2분기 순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 및 직전 분기 대비 큰 폭으로 줄어든 것으로 추정된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한화생명은 1분기 선전했던 이차손익이 다시 손실로 전환해 2분기 순이익이 예상을 하회할 전망이다”며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면서 의료기관 수요가 늘어 보험금 청구가 증가해 위험손해율이 소폭 상승했다”고 진단했다.

박 연구원은 한화생명이 2분기 별도기준 순이익 517억 원을 낸 것으로 추정했다. 2020년 2분기 1280억 원보다 59.6% 감소하는 것이다. 

한화생명은 1분기에는 순이익 1942억 원을 내 2020년 연간 순이익과 맞먹는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이런 좋은 실적을 이어가지 못하고 한 분기 만에 순이익이 4분의 1 가까이 줄어드는 것으로 추정돼 편차가 큰 모습을 보인다.

여승주 사장은 3월 주주총회에서 연임에 성공하며 장수 최고경영자(CEO)로 가는 발판을 마련했다. 2분기 실적은 연임을 확정지은 뒤 첫 성적표나 마찬가지인데 앞으로 실적을 안정화하고 구조적으로 이익을 개선하는 데 매진해야 할 필요성이 커진다. 

한화생명은 투자사업 성과가 두드러지는 반면 본업인 보험사업에서 여전히 고전하고 있다. 2020년 보험사업에서 순손실 5450억 원을, 2021년 1분기에도 순손실 5400억가량을 봤다.

특히 손해율이 2020년 80% 아래로 떨어졌다가 올해 1분기 80.6%로 다시 80%선을 웃돌았다. 손해율은 고객이 낸 보험료 중 보험금으로 지급한 비율로 높을수록 보험사의 수익성은 떨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 사장은 7월 4세대 실손보험 출시에 맞춰 실손보험 수익성 개선에 착수한 것으로 보인다. 실손보험 신규 가입조건을 대폭 강화한 것이다.

한화생명은 2년 이내 병원 진료 이력이 있으면 실손보험 가입을 거절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수술이나 입원뿐 아니라 단순 외래 진료만 받았어도 실손보험에 새로 가입할 수 없도록 했다.

실손보험은 보험업계 실적 악화의 주범 중 하나로 꼽힌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손해율에 사업비까지 반영한 실손보험 합산비율은 2020년 기준 123.7%로 보험회사가 실손보험 사업에서 손해를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00을 기준으로 수치가 높을 수록 손해도 그만큼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생명보험업계만 놓고 보면 실손보험 합산비율은 107.1%로 손해보험업계(127.3%)보다는 낫지만 마찬가지로 적자구조다. 이 때문에 ABL생명과 동양생명 등은 4세대 실손보험을 기존 가입고객 전환용으로만 운용할 뿐 신규가입은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

한화생명의 실손보험 손해율은 약 85% 수준으로 전체 보험 손해율보다 5%포인트가량 높다. 여기에 15% 수준의 사업비율을 고려하면 실손보험 합산비율은 100% 안팎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실손보험에서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만큼 수술이 불가피하다. 여 사장이 기존 실손보험 고객은 부담을 낮춘 4세대 실손보험으로 조건없이 전환할 수 있도록 하고 신규가입 문턱은 높여 위험을 낮추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여 사장은 이미 지난해에도 한 차례 실손보험에 손을 대 손해율 개선을 꾀한 적 있다. 2020년 6월 한화생명은 실손보험 신규 가입연령 상한선을 65세에서 49세로 낮췄다. 나이가 많을수록 의료비 지출이 늘어나는 만큼 가입기준을 강화해 보험금 지급 부담을 줄이려는 것이다.

여 사장은 보험업계에서 가장 먼저 실손보험 가입연령을 낮추는 선제적 결단을 내렸다. 이후 삼성생명, 동양생명 등도 가입연령을 낮추는 등 생명보험 업계로 실손보험 가입연령 하향 추세가 확산됐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