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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서현 삼성물산 패션사업부문장 사장(왼쪽)과 남편 김재열 제일기획 스포츠단 사장. |
삼성그룹이 제일기획을 해외에 매각하면 처리해야 할 몇가지 과제를 안게 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전자와 금융, 중공업을 맡고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유통사업, 이서현 삼성물산 패션부문 사장이 패션과 광고를 책임질 것이라는 그동안의 승계구도에 균열이 생긴다.
특히 이서현 사장의 남편인 김재열 제일기획 사장이 제일기획 밑으로 모인 삼성라이온즈 등 스포츠단을 총괄하고 있는데 김 사장과 스포츠단도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아야 한다.
◆ 김재열 이서현의 운명
1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그룹이 제일기획을 해외에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제일기획 스포츠단을 총괄하고 있는 김재열 사장의 거취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제일기획 지분은 삼성물산과 삼성전자가 각각 12.64%, 12.60% 보유하고 있고 삼성카드(3.04%)와 삼성생명(0.28%)도 약간 소유하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 등 오너 일가의 지분은 없다.
이 부회장 등 오너 일가는 삼성물산을 통해 제일기획을 지배하고 있다.
그동안 제일기획은 이서현 사장의 몫으로 관측됐다. 이서현 사장이 지난해 말 삼성물산의 패션을 총괄하기 전까지 제일기획 경영전략담당 사장을 겸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서현 사장의 남편인 김재열 제일기획 스포츠단 사장의 존재도 무시할 수 없다. 제일기획은 전문경영인인 임대기 사장이 총괄하지만 스포츠사업은 김재열 사장이 이끄는 구도였다.
제일기획은 지난해 말 삼성전자 등으로부터 삼성라이온즈 지분 64.5%를 6억7596만 원가량에 인수해 최대주주에 올랐다.
제일기획이 기존에 운영해온 축구, 농구, 배구 등에 야구까지 프로스포츠 5개 구단을 거느리게 됐다.
삼성그룹은 제일기획 매각 추진이 현실로 나타날 경우 이 부회장 등 3세의 계열분리 시나리오가 물 건너 가는 것은 물론이고 이서현 사장과 김재열 사장 부부의 입지도 약화될 것으로 보인다.
◆ 삼성 스포츠사업의 미래
제일기획 매각설이 돌면서 삼성라이온즈를 비롯한 프로스포츠단의 운명도 주목된다.
제일기획 매각이 현실화되면 스포츠계에 미칠 파장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라이온즈의 경우 지난해 말 제일기획으로 이관이 결정된 당시에도 향후 운영에서 변화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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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환 삼성라이온즈 사장. |
삼성그룹이 스포츠단에서 손을 떼려는 것은 아닐 테지만 과거보다 그룹 차원의 지원이 줄어들 게 명확하기 때문이다. 삼성라이온즈는 지난해에도 정규 시즌 1위를 차지했지만 그룹의 지원을 받아 운영되고 있다.
삼성라이온즈가 삼성그룹에서 차지하는 상징성을 논외로 하고 경영적 관점에서만 본다면 대규모 적자를 감수하고 구단 운영을 계속할지 회의적인 시선도 적지 않은 형편이다.
물론 체육계와 증권가는 제일기획 매각이 추진되더라도 삼성그룹이 스포츠단을 포기하지 않을 것으로 내다본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프로스포츠단 가운데 가장 덩치가 컸던 삼성라이온즈 지분도 지난해 제일기획이 인수할 당시 6억 원이 넘는 수준이었던 만큼 다시 지분을 사들여도 비용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건희 회장이 IOC위원을 지내는 등 스포츠 사랑에 남달랐던 점과 이재용 회장이 직접 야구장 관람에 나서는 등 애호가라는 이유도 이런 관측에 힘을 싣고 있다.
그러나 이 부회장이 경영전면에 나선 뒤 선택과 집중에 초점을 맞춘 실용주의 경영행보를 강화하고 있는 만큼 상징성이나 명분에 연연하지 않고 불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과감한 정리수순을 밟을 가능성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