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엔지니어링 유상증자 구주주청약에서 실권주가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최대 3천억 원까지 유상증자에 참여하기로 했지만 그 의미가 사실상 사라졌다.
이 부회장이 마련한 자금으로 삼성SDI가 보유한 삼성물산 주식을 사들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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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삼성엔지니어링은 12일 1억5600만 주 규모의 유상증자에 대해 구주주청약을 받은 결과 1억2469만7028주에 대한 청약이 이뤄졌다고 밝혔다.
11일 마감한 우리사주조합 청약물량 3120만 주를 합하면 실권주는 10만2972주에 그친다. 그나마 3만여 주의 단수주를 합한 것이다. 청약률은 99.9%로 대부분의 청약물량이 마감됐다.
삼성엔지니어링 주가가 1만 원 이상을 유지하면서 8110원의 신주 발행가액을 웃돌았고, 삼성엔지니어링이 지난해 대규모 손실에서 벗어나 향후 실적을 개선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오면서 유상증자가 성공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엔지니어링은 15일과 16일 실권주에 대한 일반공모를 진행한다. 하지만 실권주를 모두 합해도 규모는 8억3510만 원으로 많지 않다.
이재용 부회장은 일반공모에 3천억 원 규모로 참여할 예정이었으나 확보할 수 있는 지분은 매우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부회장이 실권주를 모두 배정받는다 해도 유상증자 후 삼성엔지니어링 지분은 0.05%에 그친다.
여기에 구주주청약이 흥행 마감된 점을 고려할 때 일반공모 역시 대규모 청약이 몰릴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이 부회장의 배정 주식수는 더욱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이 부회장은 일반공모에 참여하지 않고 다른 방법을 통해 삼성엔지니어링 지분 투자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이 유상증자에 참여하지 못하지만 회사 정상화에 사재를 내놓겠다는 약속을 지키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어떤 방법으로 지분 투자에 나설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삼성엔지니어링 주가는 12일 전일보다 2.42% 오른 1만600원으로 장을 마쳤다. 이날 증시하락으로 호텔신라(-5.90%), 삼성물산(-2.39%) 등 삼성그룹 계열사의 주가가 약세를 보였지만 삼성엔지니어링 주가는 삼성전기 주가(6.47%)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상승폭을 보였다.
이 부회장은 삼성엔지니어링 유상증자에 참여하기 위해 삼성SDS 지분 일부를 처분했다. 이 부회장이 삼성엔지니어링 유상증자에 사용하지 못한 3천억 원 남짓의 자금을 활용해 삼성그룹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 삼성물산 지분을 늘릴 가능성도 일각에서 제기됐다.
삼성그룹은 순환출자를 해소하기 위해 삼성SDI가 보유한 삼성물산 지분 2.6%를 처분해야 한다. 이 지분은 시가로 약 7천억 원 규모에 이르는데 이 지분을 이 부회장이 일부 인수할 가능성도 떠오른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