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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 |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에게 화려한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아시아 최고의 황금 손’ ‘아시아 사모펀드 탑4’ 등이 그런 수식어다. 김 회장은 MBK파트너스를 아시아 최고 사모투자전문회사로 성장시켰고 국내 사모펀드 시장 활성화에도 크게 기여했다.
그러나 그 화려함 뒤에 그림자도 깔려 있다. 외국자본 꼬리표가 따라 다니고 먹튀의 대명사인 론스타 악령을 불러들였다는 곱지않은 시선도 받는다. 물론 이런 그림자에 단기간의 수익만 추구한다는 사모펀드에 대한 전반적인 불신도 자리잡고 있다.
◆ MBK파트너스에 따라붙는 ‘외국자본’ 꼬리표
MBK파트너스는 2005년 설립 당시 발행된 1호 펀드를 통해 1조 원 이상의 자금을 끌어 모으며 순조롭게 첫 발을 뗐다. 이는 김 회장이 세계적 사모투자펀드인 칼라일 재직시절 한미은행 거래에서 7천억 원 이상의 차익을 낸 성공에 힘입었다.
2007년 한미캐피탈 매각으로 투자금의 4배가 넘는 자금회수에 성공하면서 MBK파트너스의 돈줄은 더욱 탄탄해졌다. MBK파트너스의 2, 3호 펀드에 각각 2조 원, 3조 원이 넘는 돈이 몰렸다.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과 캐나다공무원연금 아시아담당 시니어매니저 김수이씨는 MBK파트너스의 주요 투자자로 꼽힌다.
테마섹은 MBK파트너스 1호 펀드에 5천억 원 가량을 투자했다. 최근 테마섹 경영진과 임직원 500여 명이 한국에서 연례 이사회를 열었다. 테마섹은 철저하게 내부행사임을 강조했지만 김 회장은 한승수 전 국무총리 등 정재계, 학계 거물들과 함께 초대받아 테마섹과 친분을 과시했다.
김수이씨는 칼라일에서 일하면서 김 회장과 인연을 맺었다. 캐나다교직원연금이 MBK파트너스 1호 펀드에 2500억 원의 투자를 결정하게 된 것도 당시 캐나다교직원연금에서 일하던 김수이씨 덕분이다.
김수이씨는 이후 캐나다공무원연금으로 자리를 옮기면서도 MBK파트너스에 지속적으로 투자했다. 그가 현재까지 MBK파트너스 펀딩에 집행한 금액은 모두 1조원 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MBK파트너스는 국내법인으로 등록돼 있지만 외국자본 비율이 높다. 여기에 김 회장 개인 이력까지 더하면서 외국계 사모펀드로 취급받기도 한다. 김 회장은 10대 시절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줄곧 머무르면서 미국 시민권을 취득했다.
MBK파트너스가 지난해 ING생명보험 한국법인 인수에 나섰을 때 외국자본 논란이 크게 일었다.
당시 민주당 김기준 의원과 정의당 박원석 의원은 국회의원회관에서 ‘사모펀드의 보험회사 대주주자격, 왜 문제인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고 MBK파트너스의 ING생명 인수에 반대했다.
김 의원은 이 자리에서 “보험업법에 따르면 대주주가 외국법인인 경우 국내 보험사의 대주주가 되려면 해당 외국법인이 보험업을 영위해야 하지만 MBK파트너스는 국내법인이기 때문에 이 조항을 피해갈 우려가 있다”며 “외국자본의 국내 보험업 진출에 엄격한 규제를 가하는 보험업법 취지를 무력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의원도 “투자자 대부분이 외국자본인 사모펀드가 보험회사를 인수하게 되면 사모펀드의 국적과 관계없이 보험업을 영위하지 않은 외국법인은 국내 보험사의 대주주가 될 수 없다는 보험업법 취지에 반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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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국사무금융 노동조합연맹은 지난해 12월 서울 세종대로 금융위원회 앞에서 ‘투기적 사모펀드의 금융기관 인수 불승인 촉구’에 관한 기자회견을 열어 MBK파트너스의 ING생명보험 인수에 대한 반대 의사를 밝혔다. <뉴시스> |
금융권 노조의 발발도 거셌다. 전국사무금융 노동조합연맹은 지난해 12월 서울 세종대로 금융위원회 앞에서 ‘투기적 사모펀드의 금융기관 인수 불승인 촉구’에 관한 기자회견을 열었다.
홍석환 사무금융노조 정책부장은 이 자리에서 “MBK가 보유한 주식인수대금은 약 8300억 원인데 MBK 3호펀드가 5천억 원, 캐나다 공무원 연금이 2천억 원, ING생명 재투자가 1300억 정도”라며 “MBK 3호펀드의 95% 이상이 외국자본으로 구성돼 있어 사실상 국내자본은 없는 셈”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반대에도 불구하고 금융위원회는 ING생명의 대주주 변경을 승인했고 MBK파트너스는 ING생명을 손에 넣었다.
윤종하 MBK파트너스 대표는 외국자본 논란에 대해 “펀드 출자금의 75% 가량이 해외, 25% 가량이 국내에서 투자되지만 이들은 단순 투자자일 뿐”이라며 “투자결정과 관리는 우리 몫”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도 “우리펀드에 해외자금이 많이 들어와 있지만 이런 사실만 갖고 나쁘다고 해선 안 된다”며 “오히려 글로벌시장에서 인정받는다는 뜻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 김병주가 론스타 사태를 불렀다?
MBK파트너스를 바라보는 부정적 시각은 또 있다. 김 회장의 한미은행 거래가 론스타에 한국진출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2000년 칼라일이 한미은행을 인수할 당시 칼라일 한국대표를 맡아 한미은행 인수 전 과정을 주도했다.
당시 정부는 사모펀드의 국내은행 인수를 금지했다. 칼라일은 은행 인수자격을 갖춘 세계적 투자은행 JP모건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한미은행 인수에 성공했다. 이 전략을 구상한 것도 바로 김 회장이다.
칼라일이 한미은행을 인수하기 이전에도 미국계 사모펀드 뉴브리지캐피탈이 1999년 제일은행을 인수했다. 그러나 제일은행은 부실에 허덕이던 상황이었고 이에 정부가 예외적으로 뉴브리지캐피탈의 인수를 허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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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 |
그런데 칼라일이 상대적으로 재무상태가 건전했던 한미은행 인수에 성공했다. 이는 외국자본의 국내 금융시장 유입을 부추겼다. 이 때문에 뉴브리지의 제일은행 인수가 칼라일의 한미은행 인수를, 칼라일의 한미은행 인수가 또다시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를 불렀다는 시각도 있다.
우리나라 은행법은 금융자본이 아닌 산업자본이 4% 이상의 주식 소유를 금지한다. 론스타는 외환은행을 인수할 당시 일본 호텔과 골프장 등을 소유하고 있어 산업자본인데도 불구하고 외환은행 인수에 성공했다. 당시 정부의 론스타 봐주기였는지 론스타의 속이기였는지에 대해서 아직까지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론스타가 먹튀 자본으로 규정된 까닭은 외환은행 인수매각 과정에서 배당금과 시세차익으로 편익을 취하면서도 해외법인인 탓에 소득세를 단 한 푼도 내지 않았고 법인세 탈세행위 등을 저질렀기 때문이다. 또 수익성을 극대화 하는 경영방침에 따라 고강도의 구조조정을 시도하면서 노조와 마찰을 일으켰다.
◆ 지나치게 수익성만 추구한다
MBK파트너스는 인수기업에서 수익성에 치중한 경영을 펼치면서 곱지않은 시선을 받기도 한다. 당장의 수익성을 추구하지 회사의 미래는 고려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코웨이는 지난해 초 MBK파트너스에 매각되면서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늘었다.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조9937억 원, 3341억 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7%, 47% 늘었다.
그러나 코웨이의 화장품 브랜드 리앤케이 대리점주들은 코웨이가 MBK파트너스에 매각된 이후 수익성 추구에 치중하면서 대리점 수익이 악화됐다고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한 리앤케이 대리점주는 “코웨이 본사가 직판점을 통해 공격적 영업에 나서면서 근처 대리점이 타격을 받았다”며 “본사가 대리점 직원을 직판점으로 빼돌리는 행위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코웨이는 “일부 대리점주들의 확인되지 않은 주장일 뿐”이라며 “한국공정거래조정원을 통해 사실관계조사 진행중”이라고 말했다.
MBK파트너스가 코웨이를 인수한 후 리앤케이 대리점이 대폭 줄어들었다. 리앤케이 대리점은 2012년 말 130개였으나 현재는 65개 정도에 불과하다.
MBK파트너스에 코웨이를 수익성 중심으로 경영한다는 사실은 다른 수치에서도 확인된다. 코웨이 임직원 수는 2012년 말 기준 4834명에서 지난해 말 기준 4776명으로 감소했다. 배당성향은 40% 중반에서 50%까지 높아졌다.
업계 관계자는 “MBK파트너스가 코웨이를 인수하고 3개월 만인 지난해 4월부터 가전 렌탈료를 평균 5.5%로 높였다”며 “점유율이 굳어진 상황에서 수익만 추구하는 모습은 소비자를 상대로 하는 기업 입장에선 향후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