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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무, 디자인 전쟁에 뛰어들다

이계원 기자 gwlee@businesspost.co.kr 2014-06-01 22: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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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본무, 디자인 전쟁에 뛰어들다  
▲ 구본무 LG그룹 회장이 박종석 LG전자 MC사업본부장 사장 등 임원진과 함께 신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이 마침내 IT업계의 디자인 전쟁에 뛰어들었다. 구 회장은 그동안 IT업계에서 벌어지고 있던 디자인 전쟁에 한 발 뒤에서 지켜보고 있었다. 기술개발을 통해 뒤쳐져 있는 경쟁력을 회복하는 게 급선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IT업계에 진행되고 있는 디자인 전쟁을 계속 방관하다가 완전히 경쟁대열에서 밀릴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꼈다. 이 때문에 구 회장은 팔을 걷어부치고 직접 디자인 역량 강화에 나섰다.


구 회장이 강력히 추진하고 있는 ‘디자인 경영’은 일단 성과를 내고 있다. 구 회장이 출시 마지막 순간까지 점검한 전략 스마트폰 G3에 대해 외신의 긍정적 평가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구 회장은 LG전자 디자인과 관련해 제품 본연의 기능이 강조돼야 하고, 단순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구 회장의 이런 주문이 집약된 것이 G3다. G3는 단순미가 최고라는 말을 뛰어 넘는다. G3는 ‘SIMPLE IS THE NEW SMART’라며 단순미가 새로운 스마트 세상이라고 말한다.

구 회장의 이런 디자인 강조는 만년 2등 LG전자에 대한 뼈저린 반성의 결과다. 구 회장은 지난달 13일 그룹 월례 임원회의에서 “변화에 둔감하고 관행에 익숙해 있으면 결코 시장을 선도할 수 없다”며 “한 발 앞서 변화의 흐름을 읽어 내고 우리의 강점으로 남다른 고객가치를 만들어 내야 한다”고 요구했다.

‘남다른 고객가치’를 만들어 내려는 치열한 경쟁의 최일선이 바로 디자인이다. 구 회장의 이런 디자인 경영은 LG전자를 깨울 수 있을까?

◆ 구본무의 디자인 경영 방침은 통할까

단순미가 새로운 스마트세상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선보인 G3에 대해 외신들은 평가는 긍정적이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TIME)은 “G3는 눈길을 끄는 놀라운 해상도와 레이저 오토 포커스 카메라를 갖추고 있다”며 “LG는 본연의 아이덴티티를 제대로 개척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미국 IT매체 비지알(BGR)은 “G3의 5.5인치 초고화질(QHD) 화면, 레이저 오토 포커스, 스마트 키보드, 노크 기능, 퀵서클 케이스 등 5가지 기능은 삼성 갤럭시S5를 낡고 한 물 간 것으로 보이게 만들 것”이라고 호평했다.

미국 IT매체 씨넷도 “G3는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며 “G3가 갤럭시S5보다 더 큰 관심을 끌지 모른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 매체는 “특히 스크린 사이즈를 키우면서도 무겁지 않게 만든 것은 매우 인상적”이라고 보도했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LG전자가 G3로 경쟁자보다 한걸음 앞서게 될 수도 있다”며 “광학이미지 보정(OIS), 듀얼 LED 플래시 등을 탑재한 1300만 화소 G3 카메라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르면서 최고의 사진을 만들어 낸다”고 높이 평가했다.

이런 평가는 디자인을 강조해온 구 회장의 발걸음을 한층 가볍게 해줄 것으로 보인다.

구 회장은 지난 21일 G3 출시를 며칠 앞두고 서울 금천구에 있는 ‘LG전자 가산 R&D캠퍼스’를 직접 찾았다. 구 회장은 스마트폰 G3, 웨어러블 기기 G워치, 초고화질 UHD TV 등 60여 개 주요 제품의 기능과 디자인을 꼼꼼히 점검했다.


이 자리에 구본준 LG전자 부회장, 안승권 최고기술책임자(CTO), 하현회 HE사업본부장, 박종석 MC사업본부장, 조성진 HA사업본부장, 노환용 AE사업본부장 등 LG전자의 경영진이 거의 모두 참석했다.

구 회장은 LG전자의 디자인과 관련해 두 가지를 강조했다. 첫 번째는 “제품 본연의 기능이 고객에게 잘 부각될 수 있도록 디자인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두 번째는 “다양한 연령층의 고객이 만족할 수 있도록 버튼 등 조작부분이 복잡하지 않아야 한다”고 했다. 단순함 속에서도 LG전자가 제공하는 제품가치를 최대한 부각하라는 요구였다.

  구본무, 디자인 전쟁에 뛰어들다  
▲ LG전자 초콜릿폰(왼쪽)과 프라다폰(오른쪽) 광고


◆ 구본무는 왜 디자인을 강조하나

구 회장이 디자인을 강조하고 나선 것은 LG전자의 성장 역사와 무관치 않다.

LG전자는 2006년 휴대폰사업에서 디자인 덕을 톡톡히 봤다. 단순한 감성 디자인을 강조한 ‘초콜릿폰’이 누적판매 2천만 대를 돌파했다. 명품 브랜드와 협력한 ‘프라다폰’이 여세를 몰아 세계 휴대폰시장에서 LG전자의 이름값을 높였다.

구 회장은 이때부터 디자인을 강조하고 디자인 조직을 키웠다. 그 결과 LG전자는 글로벌 무대에서 각종 디자인상을 휩쓸기도 했다. 지난해 출시된 스마트폰 G플렉스는 세계 3대 디자인상에서 2관왕을 차지했고 다른 제품들도 ‘레드닷 디자인상’ ‘iF디자인상’ 등을 받았다.

구 회장은 올해 들어 부쩍 위기를 외치면서 제품개발에서 고객 눈높이를 강조하고 있다. 구 회장은 지난 3월 임원회의에서도 "무엇보다도 철저하게 고객의 눈높이에서 사업을 봐야 한다"며 "우리가 만들 수 있는 상품을 우리에게 익숙한 방식으로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이 진정으로 원하는 가치를 고객의 마음이 움직일 수 있도록 전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LG제품들이 항상 ‘2%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 데 대해 구 회장이 내놓은 대책이기도 하다. 그동안 스마트폰을 비롯해 TV 등 LG그룹의 주력제품들은 시장에서 ‘LG만의 그 무엇’이 없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1위 자리에 오르지 못하고 밀려나는 것도 이 때문이라는 것이다. 구 회장이 디자인을 강조하는 것도  이런 현실에서 출발하고 있다.

구 회장은 휴대폰시장에서 글로벌 10% 시장점유율을 돌파했던 영광을 재현할 수 있는 힘도 디자인이라고 보고 있다.

구 회장의 디자인 강조 경영방침은 이미 여러 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LG전자는 지난 1월 초경량 노트북 ‘그램’을 내놓았다. 13.3인치 화면인데도 무게가 1kg이 채 되지 않는다. 테이크아웃 커피 두 잔의 무게와 같다.

이 노트북의 외관은 최대로 ‘미니멀리즘’을 적용해 하얀색으로 단순하게 처리됐다. 그램은 ‘휴대성’이라는 사용자경험을 극대화한 제품이다. 구 회장이 요구한 것처럼 휴대성이라는 고객가치에 최대한 초점을 맞추고 일부 사양이 떨어지더라도 단순함을 강조했다.

LG전자 하연회 HE사업본부 사장이 다음해부터 LG전자의 스마트TV를 단순하게 바꾸려고 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LG전자가 조사한 결과 스마트TV가 아무리 다양한 기능을 갖춰도 이를 이용하는 사람은 불과 3%도 안됐다.

LG전자 한 관계자는 “TV는 스마트폰과 다르다는 것은 알게 됐다”며 “스마트TV의 모든 기능을 단순하게 해 홈버튼 하나로 모든 기능을 사용할 수 있도록 바꾸려고 한다”고 말했다.

◆ 왜 디자인 디자인 하는가


LG전자를 비롯해 글로벌 IT기업들이 앞다퉈 디자인을 강조하는 이유는 이제 전자제품에서 사실상 디자인이 유일한 ‘차별화’ 요소가 됐기 때문이다.


  구본무, 디자인 전쟁에 뛰어들다  
▲ 단순함을 강조하는 G3 광고.
기술이 표준화되면서 소비자들은 비슷비슷한 기능을 어느 제품에서나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오히려 너무나 많은 기능이 나오자 소비자들은 복잡한 기능보다 ‘단순함’과 ‘가벼움’ 등 제품 본연의 기능을 더욱 중시한다.

이런 변화 때문에 디자인은 이제 제품의 본질이 되고 있고 그만큼 디자이너들의 위상도 높아지고 있다. 그동안 제품을 개발할 때 디자이너와 엔지니어의 영역이 완전히 분리됐다. 엔지니어가 이번에 나올 기술을 내놓으면 디자이너가 거기에 맞춰 외관을 디자인해 내놓았다.

하지만 이제 디자인이 곧 기능까지 상징한다. 디자이너와 엔지니어는 제품을 개발하기 전부터 끊임없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이들은 가장 편리한 사용자경험(UX)에 초점을 맞춰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협업한다.

LG전자가 ‘디자인위원회’를 신설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디자인위원회를 통해 디자인 총책임자들은 의사결정권자를 직접 만나게 된다. 디자이너들이 아무리 혁신적인 디자인을 제안해도 제품개발 과정에서 엔지니어들에게 묻혀버리는 것을 사전에 막기 위해서다. 이제 엔지니어 못지않게 디자이너들에게 힘이 실리고 있는 것이다.

LG전자는 올해 초 디자인경영센터 안에 각 전자제품들 시이의 연결고리를 발굴하는 ‘통합 디자인담당’을 신설했다. 앞으로 스마트홈 웨어러블 등 새로운 사업영역에서 더욱 산업 간 경계를 허물라는 구 회장의 지시에 따라 ‘융합 프로젝트’를 확대하기 위해서다.

이와 관련해 LG전자 디자인경영센터장을 겸하고 있는 안승권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시장선도 상품 창출을 위해 디자인이 고객의 감성과 총체적 사용경험을 만족시키고 제품 트렌드를 이끄는 중심역할을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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