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홍사 전 반도그룹 회장이 반도그룹 계열사에서 보유하고 있는 한진칼 지분가치를 높이기 위해 조원태 대한항공 대표이사 겸 한진그룹 회장의 지원군으로 돌아설까?

권 전 회장은 한진칼 지분 투자금을 단기간에 회수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인 만큼 한진칼 경영 정상화에 힘을 보태 주가를 높인 뒤 긴 시간을 두고 투자금을 회수할 수도 있다.
 
반도그룹 조원태 우군 되나, 권홍사 한진칼 지분가치 높여야 할 처지

권홍사 전 반도그룹 회장.


5일 증권업계 관계자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권 전 회장이 보유한 헌잔칼 지분의 규모가 워낙 커 투자한 자금을 이른 시점에 회수하기는 어렵다는 시선이 많다. 

권 전 회장은 대호개발, 한영개발, 반도개발 등 반도그룹 계열사를 통해 한진칼 지분 약 17.15%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5일 종가 5만2900원 기준으로 6010억 원 수준이다. 

권 전 회장은 지난해 11월 반도그룹 회장에서 물러나며 경영일선을 떠났다. 

하지만 한진칼 지분 매입을 주도한 만큼 이 지분을 처분할 결정권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권 전 회장은 한진칼 경영권 분쟁이 3자연합(KCGI, 반도그룹,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패배로 끝난 만큼 이 자금을 빼내 새 투자처를 찾는 것이 반도그룹 성장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하지만 현재 상황을 고려하면 권 전 회장이 보유지분의 장내 매각을 시도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권 전 회장이 지분을 장내 매각할 움직임을 보인다면 시장이 이를 대량대기매물(오버행)로 보고 투자심리가 위축돼 주가가 크게 떨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도 “3자연합 주체 가운데 하나라도 주식을 매각하면 오버행 우려가 현실화될 것이다”고 바라봤다. 

장외에서 대량으로 한진칼 지분을 매입할 곳을 찾는 것도 어려울 수 밖에 없다. 

한진칼 경영권 분쟁이 조원태 회장의 승리로 끝나면서 권 전 회장의 한진칼 지분은 현재로서는 경영권에 개입할 여지가 없는 지분이라고 볼 수 있다. 

게다가 한진칼 주가가 경영권 분쟁이 본격화하기 전인 2019년 말의 3만 원대로 되돌아갈 가능성도 있는 만큼 권 전 회장의 지분 매입에 관심을 보이는 곳이 나타날 가능성은 적다고 증권업계는 보고 있다. 

이 때문에 권 전 회장이 경영권 분쟁에서 서로 맞섰던 조원태 회장의 한진칼과 한진칼 핵심계열사인 대한항공 경영에 우군으로 돌아설 수 있다는 시선도 나온다. 

권 전 회장이 투자금 회수를 장기적으로 바라봐야 할 상황에 놓인 만큼 코로나19 이후 한진칼과 대한항공의 경영 정상화를 지원해 한진칼 주가를 높이는 행동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권 전 회장이 경영을 지원할 수 있는 방안으로는 노사문제에서 사측을 옹호하는 목소리를 내거나 이사회 각종 현안에서 조원태 회장을 지지하는 것 등이 꼽힌다. 

항공업계의 한 관계자는 “코로나19가 어느 정도 종식되는 내년부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직원들의 고용안정을 둘러싼 노사문제가 대한항공의 가장 중요한 현안으로 떠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권 전 회장이 투자금 회수를 놓고 KCGI보다는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다는 점도 한진칼 주가를 부양하는 쪽으로 전략으로 바꿀 가능성에 힘을 싣는다. 

KCGI는 사모펀드로 출자자들에게 투자금을 돌려줘야 하는 의무가 있는 데다 주식담보대출을 통해 한진칼 지분을 늘렸기 때문에 관련 금융비용도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권 전 회장은 대규모 차입없이 반도그룹의 풍부한 현금을 활용해 지분을 사들인 것으로 파악된다. 

당장 한진칼 지분을 매각하지 못하더라도 크게 문제될 것이 없고 주가가 좋은 시기를 기다려 매각에 나설 수 있는 셈이다. 

권 전 회장은 여러 시점에 여러 계열사를 통해 한진칼 지분을 매입했는데 평균 매입단가는 3만 원대 중반 정도로 알려져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감병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