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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주 NXC 대표 |
“2000년대 초반은 넥슨의 황금기였지만 지난 10년간 (내세울 만한) 게임이 없었다.”
김정주 NXC 회장은 넥슨이 지난 10년 동안 히트게임을 내놓지 못했다고 자평했다. 김 회장은 넥슨의 경영진에게 게임개발을 독려하면서 넥슨의 미래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말했지만 넥슨의 미래에 대한 우려를 감추지 못했다.
김정주 NXC 회장은 27일 경기도 성남시에서 열린 제 8회 ‘넥슨 개발자컨퍼런스’(NDC)에 참석해 ‘게임회사 CEO의 역할’이라는 세션을 직접 진행했다. 박지원 넥슨코리아 대표와 오웬 마호니 넥슨 대표도 행사에 참석했다. 김 대표는 이 자리에서 넥슨이 지난 10년간 히트게임이 없었다고 냉정하게 평가했다.
넥슨은 2003년 ‘카트라이더’와 ‘메이플스토리’, 2004년 ‘마비노기’를 출시해 큰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그 이후로 이렇다 할 히트 게임이 나오지 않았다. 김 대표는 이점을 지목한 것이다.
김 회장은 ‘은둔의 경영자’로 알려져 있다. 사람들 앞에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고 언론노출이나 외부강연도 거의 하지 않는다. 그런 그가 공개행사에 등장한 것은 넥슨에 대한 고민이 많다는 것을 암시한다.
그는 “넥슨은 지난 10년간 히트게임 없이 (인수합병으로) 성장을 계속해 왔는데 앞으로도 인수합병만하고 게임개발은 안 할 건가”라는 말도 했다. 농담처럼 던진 말이지만 여기에 그의 고민이 집약되어 있다.
김 회장은 그동안 인수합병을 주도해 왔다. 그는 업계에서 인수합병의 귀재로 평가받는다. 넥슨의 캐시카우인 던전앤파이터, 서든어택, 영웅의군단 등은 각각 네오플, 게임하이, 엔도어즈 인수에서 비롯됐다. 인수 때만 해도 너무 비싼 값에 결정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받았지만 결국 인수가를 몇 배 상회하는 결과를 일궈냈다.
그런데 그가 이런 말을 던진 것은 더 이상 인수합병만으로 넥슨이 성장할 수 없다는 고민이 바탕이 된 것으로 보인다.
최근 넥슨의 성장은 정체돼 있다. 넥슨의 지난해 매출은 1553억 엔이고 영업이익은 507억 엔이다. 전년도 대비 매출은 43% 늘었으나 영업이익은 7% 증가에 그쳤다. 김 회장은 “지난해도 7% 정도 성장했다지만 실제로 좋은 상황이 아니다”라고 평가하며 “앞으로 10년 동안 넥슨은 어떻게 살아야 할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이 질문에 대해 김 회장이 내놓은 답은 게임개발이었다. 김 회장은 “게임이 너무 재미있어서 손에 땀이 나는 게임이 좋다”며 “정상원 부사장이 그런 게임을 다시 만들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히트작 ‘카트라이더’ 개발자인 정 부사장은 2004년 넥슨을 떠났다가 올해 초 넥슨에 다시 돌아왔다.
넥슨은 현재 업계 최대규모인 약 1500여 명의 개발인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을 바탕으로 넥슨은 30여개 게임을 동시에 개발중이다. PC용 온라인 게임이 10개, 모바일 게임은 20여개다.
김 회장은 넥슨의 위기론을 일축했다. 그는 "넥슨이 위기냐고 묻지만 저는 긍정적이다"며 "이 자리에서 10년 동안 히트작이 없다고 농담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넥슨이) 잘 될 거라고 믿는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또 넥슨의 실적부진으로 인한 경영 복귀설에 대해서 “넥슨이 이렇게 성장하기 이전에도 나는 회사경영에 소질이 없다고 생각해 여러 전문가와 함께 일했다”며 “경영에 복귀할 생각은 전혀 없다”고 못 박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