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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
‘손정의 마법’이라는 말이 있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과 5분 만 이야기하면 그에게 매료된다는 의미다. 그의 이름이 세상에 알려지고 난 후 나온 평가지만 이 마법은 어릴 때부터 위력을 발휘했다. 이 마법이 곧 ‘손정의 제국’을 만든 힘의 원천이다.
손정의 마법의 바탕은 소프트뱅크 설립 직후 직원 2명 앞에서 “30년 뒤 1조 엔 매출을 올리겠다”고 말할 수 있는 배짱과 열정이다. 상대방은 손 회장의 이런 점에 탄복해 그의 요구에 응하게 된다.
손 회장은 빈민가 출신 재일교포 3세의 한계를 극복하고 이런 배짱과 열정을 앞세워 사업을 일궈냈다.
◆ 교장을 설득해 한 달 만에 고교졸업
손 회장은 고등학교 1학년 때 경험한 미국 어학연수를 계기로 가족들의 반대를 이겨내고 무작정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6개월의 어학연수를 거쳐 입학한 미국 고등학교 1학년 수업내용은 그에게 너무 쉬웠다. 그는 밤을 새워 교과서를 다 읽고 교장을 찾아가 “수업이 모두 아는 내용”이라며 2학년으로 월반해달라고 요구했다.
그렇게 2학년이 된 후 같은 이유로 또 월반을 요구해 순식간에 3학년이 되었다. 얼마 후 이번에 학교를 졸업시켜 줄 것을 요구했으나 거절당하자 학교를 그만두고 고등학교 검정시험을 치렀다.
손 회장은 영어를 완벽하게 하지 못해 시험을 치르기 힘들었다. 그는 감독관에게 사전을 요구했으나 당연히 거절당했다. 그러나 그는 쉽게 물러나지 않았다. 그는 “검정시험은 언어능력을 평가하는 게 아니라 지식을 평가하는 것”이라며 외국학생의 권리를 끝까지 주장했다. 그의 끈질긴 요구가 부담스러워 감독관은 상부에 보고했다.
손 회장의 열정에 감동했는지 교육당국은 손 회장에게 사전 사용을 허락했고 시험을 치를 추가시간도 보장했다. 결국 그는 한 번에 검정고시에 합격할 수 있었다.
◆ 21살 손정의, 샤프전자 전무를 사로잡다
일본 빈민가 출신인 손 회장은 창업자금도 스스로 마련했다. 그가 24살 소프트뱅크를 세울 수 있었던 자금은 음성전자번역기 발명에서 나왔다.
손 회장은 미국 버클리대학 경제학과에 다닐 때 하루에 한 가지씩 발명했다. 그러던 어느 날 키보드로 단어를 입력하면 다른 나라 언어로 해석해 주는 동시에 스피커로 소리까지 나오는 음성전자번역기를 생각해 냈다. 그는 그길로 해당분야 최고권위의 포레스터 모더 교수에게 찾아가 개발을 부탁했다.
손 회장은 일면식도 없는 교수에게 개발을 부탁하며 개발비는 나중에 물건을 팔아서 주겠다는 어이없는 제안을 했다. 손 회장의 표현에 따르면 당시 모더 교수는 “뭐 이런 미친놈이 다 있나” 하는 얼굴로 그를 봤다.
손 회장은 주눅들지 않고 앞으로 계획을 설명했고 결국 교수의 허락을 받아냈다.
손 회장은 시제품이 나오자 바로 일본으로 건너가 50여 개의 전자회사와 교섭했다. 그 중 샤프전자와 협상하게 되었는데 개강이 얼마 남지 않아 미국으로 돌아가야 하는 상황이었다. 손 회장은 최고담당자와 직접 교섭하는 게 빠르다고 생각해 샤프와 관계하는 모든 변리사를 찾아 전화했다. 변리사의 소개로 샤프의 사사키 전무를 만날 수 있었다.
손 회장의 설득능력은 빛을 발했다. 샤프의 사사키 전무는 음성전자번역기보다도 손 회장에게 매료됐다. 제품을 설명하는 손 회장의 눈이 예사롭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사사키 전무는 손 회장에 대해 뒷날 이렇게 회고했다. “처음 만났을 때 천재구나하고 생각했다. 그런 친구는 일본에서 좀처럼 안 나온다. 흉내가 아니라 창조적 재능을 갖고 있었다."
손 회장의 아이디어는 상품으로 출시하기 힘들었지만 그 원리를 다음 제품에 응용할 가치가 있었다고 사사키 전무는 판단했다. 샤프는 곧바로 손 회장의 음성전자번역기를 1억 엔에 구매했다. 1978년 당시 일본 중소도시에서 40평 아파트를 살 수 있는 거액이었다.
손 회장은 불과 21살 나이에 이 돈을 손에 쥐고 미국에서 소프트뱅크의 전신 ‘유니손 월드’를 설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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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
◆ 스티브 잡스 못지않은 프레젠테이션의 귀재
손 회장의 뛰어난 설득력은 프레젠테이션 능력으로 이어진다. 그의 프레젠테이션은 일본 비즈니스업계에 정평이 나 있다.
손 회장의 프레젠테이션을 다룬 ‘손정의 기적의 프레젠테이션’이라는 책이 나올 정도다. 손 회장이 프레젠테이션을 한다고 하면 회의장은 그를 보기 위해 모인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그의 프레젠테이션은 인터넷으로 중계돼 수만 명이 시청하기도 한다.
손 회장이 맨몸으로 사업을 시작해 자금, 사람, 정보 등을 얻을 수 있었던 것도 프레젠테이션 능력 덕분이다. 손 회장은 상대방을 끌어들이기 위해 닦달하지 않으면서 비전을 말한다. 그러면 그 열정과 비전에 감동한 투자자들이 자연스럽게 모여든다. 손 회장은 그들의 자발적 투자를 받는다.
IT업계의 프레젠테이션은 전문용어가 많아 보통 사람들은 알아듣기 어려운 편이다. 하지만 손 회장은 누구든 알아듣기 쉽게 설명한다. 손 회장은 “10초간 생각해도 모르는 것은 그 이상 생각해도 알기 어려우니 그 이상 생각해봐야 시간 낭비일 뿐”이라고 말했다.
손 회장이 미국 야후의 지분 35%를 취득할 때도 그의 설득력은 빛이 났다. 손 회장은 지분 35%를 원했지만 야후의 다른 주주들이 강하게 반대해 5%만 인수할 수 있었다. 주주들은 손 회장이 절대권력을 행사할까 경계하고 있었다.
손 회장은 그런 그들에게 이렇게 설득했다. “인터넷 비즈니스는 선점이 중요하다. 지금 라이코스 같은 경쟁사들이 치고 올라오고 있다. 하루빨리 더 큰 자본으로 글로벌시장을 공략해야 한다. 일본과 아시아시장은 내가 책임지겠다.”
손 회장은 단 5시간 만에 주주들의 동의를 받아내 야후 지분 35%를 확보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