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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와 다음은 왜 합병하나

이민재 기자 betterfree@businesspost.co.kr 2014-05-26 17: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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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카오와 다음은 왜 합병하나  
▲ 최세훈 다음커뮤니케이션 대표(왼쪽)와 이석우 카카오 대표(오른쪽)는 26일 오후 서울 중구 더 플라자 호텔에서 '다음카카오 출범 기자회견'을 열었다. <뉴시스>

카카오와 다음커뮤니케이션이 합병한다. 이번 합병은 글로벌 공략을 위해 컨텐츠와 자금이 필요한 카카오와 모바일 플랫폼이 절실했던 다음의 이해가 맞아 떨어져 이뤄졌다.


이번 합병으로 네이버에 대적할 수 있는 거대 IT기업이 탄생했다. 그러나 이번 합병이 두 회사의 기대에 적합한 시너지를 낳을지 혹은 오월동주로 끝날지 미지수다.


다음과 카카오가 26일 합병을 공식발표했다. 다음과 카카오는 지난 23일 각각 이사회를 열어 합병을 결의한 뒤 합병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합병 후 회사이름은 ‘다음카카오’가 된다.


다음과 카카오는 각자의 핵심역량을 합쳐 경쟁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합병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석우 카카오 대표는 “양사의 핵심 경쟁력을 통합해 빠르게 변화하는 글로벌시장에 대응키 위한 추진력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통합법인은 IT 전 영역을 아우르는 플랫폼사업자로 성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최세훈 다음 대표는 “카카오의 모바일 플랫폼과 다음의 우수한 콘텐츠, 서비스 비즈니스 노하우, 전문기술이 결합하면 높은 시너지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합병으로 시가총액 3조4천억 원이 넘는 IT기업이 코스닥 시장에 탄생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2위 포털기업인 다음의 시가총액은 23일 기준으로 1조590억 원이다. 카카오는 최근 장외거래 가격인 9만 원을 기준으로 할 때 시가총액이 2조3500억 원에 이른다. 합병 후 다음카카오는 시가총액 최소 3조원에서 최대 5조 원으로 코스닥 1위인 셀트리온에 이어 2위를 차지하게 된다.


합병은 다음이 카카오를 흡수합병하는 형태로 이뤄진다. 합병비율은 약 1대 1.556이다.


다음카카오의 최대주주는 교체된다. 이재웅 다음 창업자는 현재 다음 지분 13.67%를 보유하고 있지만 합병 후 다음카카오 지분율은 4%대로 떨어진다.


반면 카카오 지분 29.24%를 보유한 김범수 의장은 다음카카오 지분 22.23%를 소유하며 최대주주에 오른다. 김 의장이 지분 100%를 소유한 케이큐브홀딩스가 보유한 카카오 지분 23.15%까지 합하면 김 의장이 실질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지분은 45%가 넘게 된다.


다음카카오 이사진에도 카카오의 이사진들이 대거 포함된다. 김 의장을 비롯해 이제범, 이석우 카카오 공동 대표이사와 송지호 카카오 최고재무책임자(CFO), 서해진 카카오 최고기술경영자(CTO)가 사내이사가 된다.


카카오는 내년 5월 상장하겠다는 계획에 따라 기업공개(IPO)를 준비하고 있었다. 최근 증권선물위원회에 회계감사인 지정을 신청해 상장에 앞서 회계감사를 받을 것으로 예상되기도 했다. 그러던 카카오가 돌연 다음과 합병을 선택했다.

  카카오와 다음은 왜 합병하나  
▲ 이석우 카카오 대표

◆ 해외사업 위해 ‘실탄’ 필요했던 카카오


2006년 설립된 카카오는 2010년 3월 카카오톡을 선보이면서 국내 모바일 메신저시장을 지배했다. 카카오는 2012년 개임 플랫폼을 출시하면서 흑자전환에 성공했고 카카오스토리와 카카오앨범 등 다양한 콘텐츠를 개발했다. 카카오는 지난해 매출 2108억 원과 영업이익 659억 원을 기록했다. 2012년보다 각각 357%와 843%나 늘어난 수치다.


하지만 카카오의 미래를 책임질 ‘킬러 콘텐츠’가 없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메신저나 게임 외에 새로운 수익모델이 없어 성장성에 의문이 제기된다는 것이다.


카카오의 수익 포트폴리오에서 85%나 차지하고 있는 게임사업은 최근 신작 게임의 부진과 게임포화 등으로 성장이 정체위기에 있다. 네이버가 폐쇄형 SNS인 ‘밴드’를 통한 게임사업 진출을 선언한 데다 안드로이드 어플리케이션 마켓인 구글플레이에 직접 공급하는 비 카카오톡 게임이 늘어나면서 경쟁자들도 늘어나고 있다.


최근 카카오는 새로운 먹거리를 찾기 위해 네이버의 라인에 이어 캐릭터사업에 진출했다. 또 주식거래와 송금서비스 등 금융서비스를 시작하며 수익모델 창출에 나섰다. 그렇지만 신사업의 성공 가능성은 미지수다.


해외사업은 카카오의 가장 큰 고민거리다. 카카오의 해외법인인 카카오 재팬과 카카오 싱가폴, 베이징 카카오는 지난해 모두 순손실을 기록했다.


카카오는 이미 해외에서 확고한 자리를 잡고 있는 페이스북과 왓츠앱, 위챗 등에 밀려 점유율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카카오의 해외 가입자 수는 1억3천만 명으로 4억2천만 명을 확보한 네이버의 라인보다도 한참 뒤쳐진다.


결국 카카오가 새로운 수익모델을 개발하고 해외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자금이었다. 카카오가 상장을 추진한 것도 투자자금을 확보하기 위함이었다. 이석우 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빠르게 변화하는 모바일 환경에서 인재확보와 자금지원 면에서 벤처기업의 한계를 느꼈다”며 “세계 IT모바일 시장에서 선도기업이 되기 위해 다음의 지원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물론 카카오는 독자적 상장을 통해 투자금을 마련할 수도 있었다.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합병과 단독상장을 동시에 추진했다. 다음과 협상이 결렬되면 스스로 자금 조달에 나서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카카오에게 시간과 선택의 여지가 부족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막강한 자본력을 등에 업은 경쟁업체들이 앞으로 얼마나 성장할지 확신할 수 없는 상황에서 마냥 내년 5월 상장을 기다릴 수 없었다는 것이다. 이석우 대표도 “시장은 빠르게 변하는데 국내증시에 상장하기까지 너무 많은 시간이 걸린다”고 말했다.


상장 전까지 게임 외에 수익성이 보장된 콘텐츠를 개발할 수 있는지도 카카오의 합병결정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카카오가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으려면 기업공개 전까지 확실한 수입원을 투자자들에게 제시해야 한다고 진단한다. 만약 게임 외 새로운 콘텐츠로 수익을 내는데 어려움을 겪는다면 ‘상장대박’은 기대키 어려울 거란 얘기다.


카카오는 이런 한계를 감안해 다음을 통한 우회상장으로 전략을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는 다음과 합병을 통해 올해 안에 코스닥에 상장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신사업 확보와 해외사업 확대를 위한 실탄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국내 1위 모바일 광고 플랫폼을 가진 다음의 지원을 받으며 네이버를 등에 업은 라인과 정면대결을 벌일 수 있게 됐다.

  카카오와 다음은 왜 합병하나  
▲ 최세훈 다음커뮤니케이션 대표

◆ ‘만년 2위’ 다음, 모바일에서 재도약 기회 찾는다


다음은 국내 2위 포털업체라는 타이틀을 내세우기 부끄러운 상황이다. 인터넷 리서치 업체인 코리안클릭에 따르면 지난 3월 검색 시장에서 네이버의 점유율은 75.09%이다. 이에 비해 다음의 점유율은 20.27%로 3배 이상 차이가 난다.


모바일 검색시장에서 오히려 구글의 추격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다음의 모바일 검색시장 점유율은 10% 정도로 2월 한때 구글에 2위 자리를 내주기도 했다.


다음은 국내 최초로 무료 이메일인 ‘한메일’과 커뮤니티인 ‘카페’ 서비스를 선보였다. 국내 포털업체 중에서 가장 먼저 모바일에 최적화된 서비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포털시장에서 네이버에 밀리면서 모바일 시장에서도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 1분기 다음은 매출 1270억 원에 영업이익 151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 6380억 원과 영업이익 1898억 원을 거둔 네이버와 비교하기 부끄러운 실적이다. 특히 포털사업의 가장 핵심 수익원인 광고매출의 경우 네이버와 격차가 무려 7배나 난다. 네이버의 1분기 광고매출이 4771억 원인데 비해 다음의 광고 매출은 646억 원에 불과했다.


네이버는 보유하고 있는 강력한 포털을 바탕으로 라인을 성공시키는 등 사업다각화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반면 다음은 ‘마이피플’이란 메신저를 내놨지만 카카오톡과 라인에 밀렸다. 지난해 SNS 서비스인 ‘요즘’과 블로그 서비스인 ‘다음 뷰’ 등을 차례로 선보였지만 기대한 만큼의 사용자들을 끌어 모으지 못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다음이 카카오와 합병을 결정한 것은 결국 기존 포털사업에서 더 이상 네이버를 추격하기 어렵다는 것을 인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 대신 카카오라는 강력한 모바일 플랫폼을 품으며 모바일 시장에서 네이버와 경쟁하겠다는 것이다.


◆ 앞으로 남은 합병 절차는


다음과 카카오의 합병은 이사회를 통한 결의만 이뤄진 상태다. 이번 합병은 비상장사의 최대주주인 김범수 의장이 새롭게 상장사의 최대주주가 되기 때문에 우회상장에 해당한다. 이에 따라 한국거래소가 우회상장 여부를 심사해 다음 달까지 결론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거래소가 이를 판단하는 데 최대 45거래일이 소요된다.


카카오가 우회상장 요건을 충족했다고 판단되면 최대 45거래일 동안 신설법인인 다음카카오에 대한 상장심사가 진행된다.


두 회사는 오는 8월27일 주주총회를 열어 합병을 결정한다.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들은 8월12일부터 26일까지 합병 반대의사를 통보하고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이 경우 다음과 카카오는 반대하는 주주들의 기존주식을 사들여야 한다. 다음과 카카오는 각각 주당 7만3424과 11만3429원에 기존 주식을 사들이기로 했다. 만약 다음과 카카오가 지불해야 하는 금액이 각각 2천억 원과 1천억 원을 넘게 되면 합병이 취소될 수 있다.


다음과 카카오는 10월1일자로 합병을 완료한다. 다음카카오가 코스닥시장에 상장되는 날은 10월14일이다.


다음카카오의 직원은 다음의 1600여 명과 카카오 600여 명이 합쳐져 2200여 명이 될 것으로 보인다. 통합법인의 대표는 이석우 카카오 대표와 다음 최세훈 대표가 공동으로 맡는다. 두 회사는 통합 후에도 당분간 독자적으로 운영되다가 장기적으로 사업 부문별 통합을 이뤄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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