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생명보험업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이 교보생명 재무적투자자들의 풋옵션 가격을 산정한 딜로이트안진 회계사 및 재무적투자자 관계자들을 기소한 것으로 놓고 신 회장과 어피니티 컨소시엄 사이 국제상업회의소(ICC) 중재 결과에 주요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풋옵션 행사가격 산정의 적정성을 놓고 신 회장과 재무적투자자 사이 첨예하게 의견이 갈리는 상황에서 신 회장이 풋옵션 행사가격 산정 과정에 신뢰성 문제를 제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신 회장은 이번 검찰의 기소를 국제상업회의소 중재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수사 과정에서 혐의가 발견되지 않았다면 불기소처분이 나올 수 있었다는 점을 내세울 것으로 전망된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검찰의 기소가 이뤄졌다는 것은 딜로이트안진의 회계사들과 사모펀드 임원들이 풋옵션 산정 과정에서 공정시장가치(FMV)보다 훨씬 부풀린 가치평가를 위해 공모한 것이 드러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18일 서울중앙지검 형사9부는 공인회계사법 위반 혐의로 딜로이트안진 임원 3명을 기소했다. 딜로이트안진에 공정시장가격(FMV) 산출을 의뢰한 재무적투자자 관계자 2명도 함께 기소했다. 교보생명이 지난해 4월 딜로이트안진을 검찰에 고발한 지 9개월 만이다.
검찰은 신 회장과 주주 사이 계약을 체결한 어피니티 컨소시엄 등 재무적투자자가 풋옵션을 행사하는 과정에서 딜로이트안진이 공정시장가치 평가기준일을 재무적투자자에 유리하도록 산정했다고 결론 낸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상업회의소 중재재판 결과는 이르면 올해 상반기 또는 3분기 안에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국제상업회의소 중재재판 결과는 법원의 확정판결과 같은 효력이 발생한다는 점에서 신 회장에게는 풋옵션 행사가격을 낮게 인정받는 것이 중요하다.
중재결과에 따라 신 회장이 재무적투자자에게 지급해야 할 금액은 많게는 8천억 원가량 차이가 난다. 국제상업회의소가 재무적투자자의 주장을 모두 받아들여 신 회장에게 주당 40만9912원에 매수하라고 판정하면 신 회장은 2조 원이 넘는 대금을 마련해야 한다. 신 회장에게 불리한 판결이 나오면 풋옵션 행사가 이뤄진 뒤 소송 기간 동안의 지연이자도 물어줘야 한다.
최악의 경우에는 재무적투자자들이 신 회장의 교보생명 보유지분을 압류해 처분할 권리를 쥐게 될 수도 있다.
풋옵션 분쟁 중재결과에 따라 신 회장이 보유한 교보생명 지분 매각 가능성이 열려 있어 향후 신 회장의 경영권은 물론 지배구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신 회장은 특수관계인 지분을 포함해 교보생명의 지분 36.91%를 보유하고 교보생명을 통해 14개 계열사를 지배하고 있다. 교보생명 이외에 신 회장이 직접 지분을 보유한 계열사는 없다.
당시 어피니티 컨소시엄은 대우인터내셔널 등이 보유했던 교보생명 지분 24%를 주당 24만5천 원, 모두 1조2054억 원에 사들이면서 2015년 9월까지 교보생명의 기업공개를 한다는 내용을 계약에 담았다.
하지만 저금리와 규제강화 등으로 2015년 9월까지 교보생명이 기업공개를 하지 못하자 어피티니 컨소시엄은 2018년 10월 풋옵션을 행사했다.
신 회장은 풋옵션 행사가격으로 어피니티 컨소시엄이 매입한 가격인 24만5천 원을 주장했지만 재무적투자자들은 40만9912원을 제시했다. 재무적투자자들이 주장하는 가격을 책정한 회계법인이 딜로이트안진이다.
딜로이트안진은 교보생명 재무적투자자의 풋옵션 행사시점이 2018년 10월23일임에도 공정시장가치 산출기준을 2018년 6월30일로 잡아 직전 1년 동안 교보생명과 유사한 기업그룹 주가를 공정시장가치 산출에 반영했다. 이 기간에는 삼성생명 등 주요 생명보험사의 주가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2017년 말에서 2018년 초가 포함돼 있다.
통상적으로 풋옵션 행사가격은 풋옵션 행사일을 기준으로 책정된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