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라임과 옵티머스펀드사건을 놓고 특별검사 도입을 정부여당에 압박하기 위해 장외투쟁을 선택할지를 놓고 고민이 깊어지게 됐다.
야당다운 강력한 투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은 만큼 김 위원장이 그동안 피해왔던 장외투쟁 방식을 선택할 수 있지만 장외투쟁에 나서면 오히려 김 위원장의 리더십이 흔들릴 수 있다는 시선도 나온다.
21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 안팎에서 라임과 옵티머스펀드사건의 특검 실시를 위해 장외투쟁 방식을 선택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강하게 나오고 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KBS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서 장외투쟁이 필요하다고 보느냐는 질문을 받자 “방법이 없다고 생각하면 어떤 희생을 감내하고라도 정부·여당을 저지할 방법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주 원내대표는 이전에도 특검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장외투쟁도 고려하겠다고 한 적이 있는데 거듭 장외투쟁 가능성을 내비친 셈이다.
현재 국민의힘이 더불어민주당과 원내협상을 통해 특검 시행에 합의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특검을 시행하려면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돼야 하는데 국회 다수 의석을 지닌 민주당이 반대하면 특검 시행은 불가능하다.
민주당은 라임과 옵티머스펀드사건을 수사하는 데 특검이 필요 없다는 태도를 보인다. 오히려 이 사건들을 계기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출범을 더 서둘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원내협상을 통해 특검을 관철할 마땅한 방법이 없는 탓에 김 위원장으로서도 장외투쟁을 고민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다.
그동안 김 위원장은 국회 안에서 협의를 강조하며 장외투쟁에는 거리를 뒀다. 이전에도 원구성 협상 과정에서 장외투쟁 얘기가 나온 적이 있지만 김 위원장은 ‘장외투쟁을 한다고 해결 되는 게 없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국민의힘 안팎에서 비대위가 정부·여당에 맞서 싸우는 데 장외투쟁을 비롯한 강한 투쟁 방식을 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김태흠 국민의힘 의원은 19일 성명서를 통해 “라임과 옵티머스 사기사건의 진실을 가리는 데 특검이 유일한 길”이라며 “원내 지도부는 특검 관철에 자리를 걸어야 한다”고 말했다.
홍준표 무소속 의원은 20일 페이스북을 통해 “라임과 옵티머스 특검을 받아내지 못한다면 야당은 문을 닫아야 한다”며 “국민의힘 당력을 총동원해 당 지도부가 전면에 나서 라임과 옵티머스 특검을 반드시 관철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 정부·여당이 여러 악재를 맞고 있는데도 국민의힘이 좀처럼 정국을 주도하지 못하는 이유가 야당답게 투쟁하지 않고 끌려다니고 있는 탓이란 시선도 있다.
심지어 비대위를 끝내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은 20일 페이스북을 통해 “현재의 비대위로서는 더 이상 대안세력, 대안정당을 기대할 수 없다”며 “비대위를 끝내고 전당대회를 통해 대안정당으로 거듭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리더십 위기를 수습하기 위해서라도 특검을 관철하기 위한 특단의 조치는 반드시 필요한 셈이다.
하지만 장외투쟁이 오히려 김 위원장의 리더십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은 부담이다.
국민의힘은 과거 자유한국당 대표 시절 황교안 전 대표 주도로 장외투쟁을 진행하다 다수 국민들의 외면을 받은 적이 있다.
라임과 옵티머스펀드사건과 관련해 특검이 필요하다는 국민적 공감대를 얼마나 얻을 수 있을지도 아직은 미지수다.
장외투쟁이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면 오히려 김 위원장에게 자충수가 될 여지도 있다.
게다가 장외투쟁 국면이 되면 김 위원장보다 투쟁경험이 많고 지지기반과 조직력을 갖춘 당내 중진들에게 더 힘이 실릴 가능성이 있다. 새로운 전략과 정책을 중심으로 당 쇄신을 이끌던 비대위의 동력이 약화할 수 있는 셈이다.
이날 김 위원장은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대통령이 라임과 옵티머스펀드사건에 관심을 지니고 반드시 특검을 통해 명백히 밝히도록 지시를 내려야 한다”고 거듭 요구했다.
그는 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그를 향한 당내 불만과 관련해 “관심 없다”며 “나는 내가 할 일만 하면 되는 사람”이라고 대답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