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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종균 삼성전자 IT모바일(IM)부문 사장이 지난 2월24일(현지시각) 스페인 바르셀로나 컨벤션센터(CCIB)에서 열린 '삼성 모바일 언팩 2014'에 참가해 '갤럭시S5'와 '삼성 기어2', '삼성 기어핏'을 공개했다. <뉴시스> |
삼성전자가 스마트워치(스마트 손목시계) 시장을 빠른 속도로 장악하고 있다. 신종균 삼성전자 사장의 ‘웨어러블 대중화’가 본격화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애플이 곧 신제품 출시를 앞두고 있어 진정한 승부는 이제부터 시작된다고 봐야 한다.
시장조사기업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는 삼성전자가 지난 1분기 세계 스마트워치 시장에서 71.4%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했다고 19일 발표했다. 1분기 세계시장에서 판매된 스마트워치 70만 대 가운데 삼성전자 제품은 약 50만 대를 차지했다.
업계는 삼성전자가 세계 주요 IT기업 중 처음으로 스마트워치를 출시하며 시장을 선점한 덕분에 시장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다고 본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9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국제가전박람회(IFA)’에서 스마트워치인 ‘갤럭시기어’를 처음 선보였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약 100만 대의 스마트워치를 판매하며 시장점유율 52.4%를 기록했다.
삼성전자가 세계 스마트폰 시장 1위라는 타이틀을 활용해 공격적 판매에 나선 것도 점유율 확대에 기여했다고 업계는 분석한다.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는 “갤럭시 기어의 판매 증가는 삼성전자의 집중적 마케팅에다 주력 스마트폰과 적극적 묶음 판매가 가세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경쟁사들의 점유율은 지난해보다 떨어졌다. 지난해 삼성전자와 비슷한 시기에 스마트워치를 출시한 소니와 페블은 1분기 8만 대씩 팔아 점유율 11.4%를 기록했다. 소니와 페블의 지난해 점유율은 각각 19%와 16%였다. 모토로라와 퀄컴은 1분기 1만 대씩 팔아 점유율이 1.4%에 그쳤다.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는 삼성전자가 2분기에도 세계 스마트워치 시장을 선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전자는 지난 2월 스페인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2014’에서 ‘기어2’와 ‘기어2네오’, ‘기어핏’ 등 후속 제품들을 선보였다. 이 제품들은 4월부터 판매를 시작했다. 삼성전자는 전작에서 단점으로 지적받았던 배터리를 개선했고 시장반응도 더 좋기 때문에 내심 높은 판매량을 기대하는 눈치다.
업계는 1분기 세계 스마트워치 시장규모가 벌써 지난해 전체 규모인 190만 대의 37%에 이르자 올해 예상치인 300만 대를 쉽게 돌파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시장조사회사 IDC는 지난달 보고서에서 삼성기어2 등 스마트 액세서리의 올해 출하량이 380만 대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IDC는 2018년 스마트 액세서리의 출하량이 5250만 대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시장에서 신종균 사장이 지난 MWC에서 올해 달성하겠다고 제시한 ‘웨어러블기기 대중화’가 본격화되는 게 아니냐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신 사장은 “올해부터 웨어러블시장이 빠르게 성장할 것”이라며 “성장을 주도해 올해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에서 삼성전자가 아직 안심하기는 이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대 경쟁자인 애플이 3분기에 첫 스마트워치를 내놓을 예정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애플이 스마트워치를 출시한 시점부터 비로소 시장경쟁이 시작될 것이라고 본다.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도 “삼성전자의 유일한 위협은 곧 출시될 것으로 보이는 애플의 아이워치(iWatch)뿐”이라고 내다봤다.
웨어러블시장에 대한 애플의 파급력은 상당히 클 전망이다. 레이먼 라마스 IDC 연구원은 지난 15일 삼성동 그랜드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애플은 아직 웨어러블기기를 내놓지 않았는 데도 불구하고 가장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 라마스 연구원은 “애플은 그동안 다른 회사 제품을 참조해 애플만의 제품을 내놓는데 성공했다”며 “웨어러블기기 시장에서도 같은 전략을 펼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IDC 조사에 따르면 미국 소비자들의 45%는 출시되지도 않은 애플의 웨어러블 기기를 신뢰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42%의 소비자 신뢰도를 기록하며 애플의 뒤를 이었다. 웨어러블시장을 선점했다고 생각한 삼성전자는 애플의 신제품 출시를 긴장하며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삼성전자보다 늦게 웨어러블 시장에 뛰어든 LG전자는 다음달 25일 열릴 구글 개발자 회의에서 첫 스마트워치인 ‘G워치’를 선보인다. LG전자는 스마트폰에서처럼 구글과 협력을 강화하며 스마트워치시장에서도 ‘레퍼런스 제조사’로서 자리 잡겠다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모토로라도 ‘모토 360’이란 신제품을 출시하며 점유율 확대에 나선다. 특히 모토로라는 현재 스마트워치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삼성전자를 넌지시 비판하며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마크 랜델 모토로라 수석 부사장은 지난 14일 “솔직히 우리는 현재 출시된 스마트워치 제품들을 모두 형편없다(crappy)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