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이 올해 도시정비사업에서 악재에 잇달아 직면하고 있다.

대우건설은 도시정비사업 수주 부진, 시공능력평가 순위 하락 등에 이어 서울 서초구 신반포15차아파트 재건축조합과 법적 분쟁을 이어가고 있는데 이런 점들이 향후 서울 강남권 도시정비사업 수주전에서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대우건설 신반포 소송 패배로 부담 커, 강남 수주전에 영향 줄 가능성

▲ 김형 대우건설 대표이사 사장.


7일 건설업계와 대우건설에 따르면 대우건설은 신반포15차 재건축조합과 도급계약 해제, 공사부지 가처분신청 인용 등을 놓고 소송을 계속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신반포15차 재건축사업은 애초 대우건설이 시공사로 선정됐다. 하지만 입찰과정에서 제시한 조건을 지키지 않고 공사비 증액을 요구한다는 이유로 조합이 시공사를 삼성물산으로 바꾸고 대우건설에 도급계약 해제를 통보했다. 

대우건설은 도급계약 해제의 적법성을 다투는 소송을 진행하며 공사부지에 유치권을 행사했는데 법원이 5일 조합의 부동산 인도 단행 가처분신청을 인용하는 바람에 공사부지를 넘겨줘야 할 처지에 놓였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가처분신청 인용을 놓고 법원에 이의신청을 할 계획을 세웠다”며 “이의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별도의 손해배상소송을 진행하는 방안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우건설이 이렇게 신반포15차 재건축사업에서 완전히 철수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소송을 통해 원하는 결과를 얻기는 어렵다고 보는 시선이 법조계에서 많다. 

부동산 인도 관련 가처분신청은 한 번 인용되면 이의신청을 통해 뒤집어지는 사례가 적은 데다 이의신청이 받아들여진다 하더라도 유치권을 회복시켜주지 않고 공탁금을 대신 들고가게끔 하는 사례도 많기 때문이다. 

대우건설로서는 어떤 방향으로 결과가 나오더라도 신반포15차 재건축사업에서 손을 떼야 할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대우건설이 이런 상황에서도 신반포15차 재건축사업에 끝까지 매달리는 이유는 사업의 상징성이 크기 때문이다. 

대우건설은 지난 5월 총력을 쏟았던 서울 서초구 반포3주구 재건축사업도 삼성물산에게 내준 이후 대형건설사로서 위상에 상징성이 큰 서울 강남 도시정비사업을 수주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신반포15차는 641세대로 규모가 적은 편이지만 반포 한 가운데 위치해 교통이 편리하고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어 랜드마크 역할을 할 수 있다. 대우건설로서는 이를 포기하기가 어려운 셈이다. 

대우건설이 신반포15차 재건축조합과 장기간 분쟁을 이어가는 것이 향후 서울 강남권 도시정비사업 수주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시선도 나온다. 

도시정비사업 조합은 건설사 입찰 조건 못지 않게 최근 사업의 진행이나 평판 등도 중요하게 여기는 만큼 분쟁을 계속하는 대우건설을 보는 눈이 고울 수 없다는 것이다. 

도시정비업계의 한 관계자는 “도시정비사업 시공사 교체과정에서 공사부지 유치권 해제를 위해 조합이 이전 시공사에 웃돈을 주는 사례도 있었다”며 “신반포15차 재건축조합은 대우건설이 법적 분쟁을 이어가는 것이 다른 의도가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대우건설은 시공능력평가 순위 하락으로 도시정비사업에서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받아왔다. 

대우건설은 올해 국토교통부에서 발표한 ‘2020 시공능력평가’에서 지난해보다 한 계단 밀린 6위에 이름을 올렸다. 2017년 시공능력평가 3위에 오른 이후 해마다 한 계단씩 순위가 떨어졌다.

시공능력평가 순위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주택시장에서 건설사와 브랜드 인지도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요인으로 알려져 있다. 

대우건설은 그동안 시공능력평가 5위권의 ‘5대 건설사’로 불리며 건설업계를 대표하는 상징성을 보유해왔지만 이를 잃게 되면서 서울 강남 도시정비사업 수주가 더욱 힘들어질 수도 있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도시정비사업에서 건설사와 브랜드 인지도가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며 “올해 서울 강남 도시정비사업에서 시공능력평가 ‘톱3’인 삼성물산, 현대건설, 대림산업이 강세를 보이는 점도 이와 연관이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감병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