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 조기매각을 결정하면서 인수설이 끊이지 않는다.
대우조선해양은 과연 매력적인가?
4일 증권시장은 SK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설의 여진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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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 |
SK 주가는 4일 전일보다 4.53% 올랐고 대우조선해양 주가는 2.84% 내렸다.
3일 SK 주가는 5.58% 떨어지고 대우조선해양 주가는 7.66% 올랐는데 산업은행과 SK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SK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설의 여진은 남아 있었다.
대우조선해양은 투자은행업계에서 가장 많은 인수설이 생산되는 기업으로 꼽힌다.
대우조선해양이 2분기에 이어 3분기에도 막대한 손실을 내며 주가가 폭락하고 산업은행이 조기 매각을 결정하면서 인수설이 불거지는 간격은 더욱 짧아지고 있다.
포스코그룹과 한화그룹도 올해 들어 대우조선해양 인수후보로 거명됐다. 두 그룹은 2008년 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 매각을 추진했을 때 경합했던 곳이다. 당시 두 그룹은 6조 원대의 인수대금을 제시했다.
하지만 권오준 포스코그룹 회장이 직접 “포스코는 대우조선해양 인수전에 절대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조기진화에 나섰고, 한화그룹 역시 인수설은 사실무근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래도 여전히 대우조선해양 인수설은 끊이지 않는다. 우리나라의 이름있는 대기업들 대부분이 대우조선해양 인수설에 이름이 오르내린다.
재계 서열 2위로 과거 조선사업을 국가 기간사업으로 일궈낸 현대자동차그룹, 중공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지만 성장 한계에 부딪힌 두산그룹, 정유와 에너지사업을 강화하고 있는 GS그룹 등이다.
마치 누군가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선언하고 나서기를 기대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정도다.
이는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가치가 워낙 낮아 누구든지 마음만 먹으면 쉽게 인수를 할 수 있는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대우조선해양은 세계 최고 조선소 중에 한 곳이지만 지금 기업가치는 고작 1조 원초반대에 그친다.
만약 어디든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할 의지만 있다면 지금보다 적기는 없다. 최대주주 산업은행이 보유한 지분 31.5%의 가치는 4천억 원이다. 금융위원회 지분(12.2%)를 합해도 6천억 원 미만이다.
대우조선해양이 회생하는 데 상당한 자금이 들어갈 것으로 보이지만 과거 대우조선해양의 몸값에 비춰보면 턱없이 낮은 가격이다.
문제는 대우조선해양의 실제 기업가치다.
해양플랜트 부실과 조선·해양업황 부진 등으로 재무구조가 크게 악화됐지만 대우조선해양의 기초체력은 문제가 없는 것으로 평가된다. 정부가 대규모 자금을 동원해서라도 대우조선해양을 살리고자 하는 것은 이 위기를 넘기면 살아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 비춰보면 대우조선해양은 여전히 매력적일 수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2000년 이후 주인 없는 회사로 15년 동안 조선산업 최전방에서 분전해 왔다. 조선업계가 침체된 상황 속에서도 현재 1년 가까이 수주잔량 1위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이 두분기 연속으로 조 단위 적자를 낸 것은 주인 없는 회사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낸 대목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조선 3사 모두 해양플랜트에서 대규모 손실을 입었지만 대우조선해양은 다른 회사보다 손실 규모가 훨씬 컸다.
대우조선해양이 조선3사 가운데 해양플랜트 비중이 가장 낮다는 점을 고려하면 관리 부실에 대한 책임론이 나올 수밖에 없다.
한 업계 관계자는 “대우조선해양의 주인이 산업은행이 아니라 다른 대기업집단이었다면 부실 사태가 이정도로 커지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대우조선해양의 영업능력과 생산능력에 비해 관리능력이 아쉬운 게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대우조선해양을 SK하이닉스에 비교하는 시각도 있다. 과거 SK그룹이 하이닉스반도체를 인수할 때 말이 많았으나 지금 SK하이닉스는 그룹을 떠받치는 기둥으로 자리잡았다.
대우조선해양도 인수기업의 적극적인 의지가 있다면 미운오리새끼에서 백조로 거듭날 수 있다는 것이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