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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현, 삼성 백혈병 피해 7년만에 공식사과

김희정 기자 mercuryse@businesspost.co.kr 2014-05-14 15: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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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오현, 삼성 백혈병 피해 7년만에 공식사과  
▲ 권오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이 14일 삼성전자 서초사옥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하고있다.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그룹을 대표해 반도체 백혈병 피해자에게 공식사과하고 보상을 약속했다. 삼성전자의 태도 변화는 백혈병과 관련한 산재 피해자가 발생한지 7년 만에 이뤄졌다. 이재용체제로 전환 전 삼성그룹이 안고있는 여러 문제들을 모두 털고가려는 노력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권오현 부회장은 14일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삼성전자 백혈병 피해자에게 합당한 보상을 제공하고 피해자 요구사항을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권 부회장은 “삼성전자가 성장하기까지 수많은 직원의 헌신이 있었고 그 과정에서 고통을 겪으신 분들이 계셨다”며 “이 분들과 가족의 아픔과 어려움에 대해 저희가 소홀한 부분이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 자리를 빌어 진심으로 사과드리며 문제를 성심성의껏 해결해 나가려고 한다”는 말했다.

권 부회장의 이런 발표는 지난달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삼성전자에 전달한 ‘삼성반도체 직업병 피해자 구제결의안’에 대한 공식답변인 셈이다. 심 의원은 삼성전자에서 근무하다 산업재해로 투병하거나 사망한 직원의 가족 및 반올림(삼성 반도체 집단 백혈병 진상 규명과 노동 기본권 확보를 위한 대책위원회)과 함께 지난달 결의안을 만들었다.


결의안 내용은 크게 3가지다. 삼성의 공식사과, 제3의 중재기구를 구성해 피해자에 대한 보상안 마련, 제3의 기관을 통한 삼성전자 반도체사업장의 종합진단 및 재발방지대책 수립 등이다.

이날 권 부회장의 기자회견은 삼성의 공식사과인 셈이다. 권 부회장은 이날 회견에서 “제3의 중재기구에서 보상기준과 대상 등 필요한 내용을 정하면 그에 따르겠다”고 밝혀 두 번째 요구사항도 수용했다. 권 부회장은 또 마지막 재발방지 대책에 대해 “독립성을 갖춘 기관을 통해 반도체사업장을 진단하고 그에 따라 재발방지대책을 수립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반도체 생산과 백혈병과 연관관계는 인정하지 않았다. 권 부회장 발표 이후 열린 문답에서 이인용 삼성전자 커뮤니케이션팀장은 “반도체 제조공정과 백혈병의 인과관계에 대한 이야기는 지금 하는 게 옳지 않다”고 말하며 대답을 피했다.


권 부회장의 발표 이후 심상정 의원은 "삼성전자가 사과와 함께 해결의지를 밝힌 만큼 피해자 가족 및 반올림과 성실히 협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오늘 백혈병 및 직업병 문제 해결의지 표명이 삼성의 변화와 혁신의 출발점이 되기를 바란다"고 주문했다.

2005년 삼성전자 기흥 반도체공장에서 일하던 황유미씨는 급성 백혈병 진단을 받고 2년 후 세상을 떠났다. 황유미씨 부친은 근로복지공단에 산업재해보상보험 유족급여를 신청했지만 2년 뒤 산업재해가 아니라는 판결이 내려졌다. 이 판결에 대해 황씨 유족과 다른 삼성반도체 백혈병 피해자 4명은 이듬해 서울행정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서울행정법원은 2011년 황유미씨의 산업재해를 인정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근로복지공단이 이에 항소해 현재 2심이 진행중이다.

이 과정에서 산업재해노동자협의회 등 13개 단체로 이뤄진 ‘삼성반도체 집단 백혈병 진상규명과 노동기본권 확보를 위한 대책위원회(반올림)’이 발족됐고 황씨 유족을 지원하는 활동을 벌였다.

삼성전자는 2011년 ‘퇴직 임직원 암 발병자 지원제도’를 마련했다. 당시 권오현 사장은 “이번 제도는 암으로 투병중인 퇴직 임직원에 대해 동료로서 아픔을 나누기 위해 시행되는 것”이라며 “비록 질병의 원인이 의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아도 인도적 지원 차원에서 추진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2012년 백혈병 피해자와 대화에 나섰다. 유가족이 보상을 요구한지 5년이 지나서야 삼성그룹이 반응을 보인 것이다. 이후 삼성전자와 반올림의 만남은 여러 차례 있었으나 제3의 중재기구 설립을 놓고 난항을 겪었다. 그러다 심상정 의원이 중재에 적극 나서면서 해결의 실마리를 마련했다.

삼성그룹은 유가족이 근로복지공단과 벌이는 법정다툼에 더 이상 관여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동안 삼성그룹은 보조참가형식으로 소송에 참여해왔다. 이에 따라 2심이 진행중인 재판은 유가족에게 유리하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다음은 권오현 부회장의 발표 전문이다.

삼성전자 백혈병 문제에 대해 말씀드립니다.

삼성전자 사업장에서 근무하다 산업재해로 의심되는 질환으로 투병중이거나 사망한 직원의 가족과 반올림, 정의당 심상정 의원 측에서 4월9일 기자회견을 통해 제안해주신 것과 관련해 삼성전자의 입장을 말씀드립니다.


저희 사업장에서 일하던 직원들이 백혈병 등 난치병에 걸려 투병하고 있고, 그 분들중 일부는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삼성전자가 성장하기까지 수많은 직원들의 노고와 헌신이 있었고, 그 과정에서 이 분들처럼 고통을 겪으신 분들이 계셨습니다. 정말 안타깝고 가슴 아픈 일입니다.


또한 이 분들과 가족의 아픔과 어려움에 대해 저희가 소홀한 부분이 있었습니다. 진작 이 문제를 해결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점 마음 아프게 생각하며, 이 자리를 빌려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저희는 이 문제를 성심성의껏 해결해 나가려고 합니다. 지난달 9일 기자회견을 통해 제안한 내용을 전향적으로 수용하고, 당사자와 가족에게 합당한 보상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제안해주신 바에 따라 어려움을 겪으신 당사자, 가족 등과 상의 하에 공정하고 객관적인 제3의 중재기구가 구성되도록 하고, 중재기구에서 보상 기준과 대상 등 필요한 내용을 정하면 그에 따르겠습니다.


제안에 참여해주신 가족 분들과 반올림, 심상정 의원께서는 이 문제를 협의하기 위한 구체적인 의견을 제시해 주셨으면 합니다. 또한, 전문성과 독립성을 갖춘 기관을 통해 반도체 사업장에서의 안전 보건 관리 현황 등에 대해 진단을 실시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재발방지 대책을 수립하도록 하겠습니다.


이와 함께 발병 당사자의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산재 소송에서 저희가 보조참가 형식으로 일부 관여해왔는데 이를 철회하겠습니다. 저희들의 이번 제안 수용을 계기로 이른 시일 내에 이 문제가 원만하게 해결돼 당사자와 가족들의 아픔이 조금이나마 덜어지기를 바랍니다.


2014년 5월14일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 권오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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