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셀트온헬스케어의 2020년 실적은 미국 항암 바이오시밀러시장에서 어느 정도 점유율을 확보할 수 있느냐에 달린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최근 전체 매출에서 미국 비중이 급격하게 증가했다.
셀트리온헬스케어는 1분기 미국 매출 비중이 48%까지 확대됐다. 이는 처음으로 유럽 매출 비중을 넘어선 것으로 자가면역질환 바이오시밀러 ‘램시마’가 미국에서 점유율을 확대하면서 얻은 결과다.
이런 매출비중 변화는 셀트리온헬스케어의 향후 성장에 미국 의약품시장이 가장 중요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은 세계 최대 의약품시장으로 시장 조사기관 BMI리서치 조사기준으로 2019년 세계 의약품시장에서 약 32.8%를 차지하고 있다.
김 부회장은 현재 항암제 바이오시밀러의 미국시장 조기 안착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램시마가 어느 정도 미국에서 자리를 잡고 있는 만큼 램시마의 뒤를 잇는 항암제의 성공이 가장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항암제는 자가면역질환 치료제보다 가격이 비싸 점유율을 확대했을 때 수익률이 보장된다. 게다가 미국은 유럽보다 약품 가격이 비싸 같은 제품을 팔더라도 훨씬 많은 이윤을 낼 수 있다.
셀트리온헬스케어는 2019년 11월 혈액암 바이오시밀러 ‘트룩시마’를, 2020년 3월 유방암·위암 바이오시밀러 ‘허쥬마’를 미국에 출시했다. 트룩시마는 미국 출시 5개월 만인 올해 4월 점유율 7.9%를 달성했고 허쥬마는 아직 점유율이 확인되지 않았다.
증권가에서는 트룩시마와 허쥬마의 미국 판매 확대 가능성을 놓고는 엇갈린 분석이 나온다.
이태영 KB증권 연구원은 “트룩시마의 미국 점유율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어 지속적 물량 확보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고마진 제품의 매출 증가에 따른 이익률 개선이 기대된다”고 전망했다.
반면 선민정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트룩시마는 경쟁 제품인 화이자의 ‘룩시엔스’가 4월부터 사보험 유나이티드헬스케어에 등재된 효과가 나타날 수 있어 향후 처방액 데이터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며 “허쥬마도 경쟁이 심해 급격한 점유율 확대는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 부회장은 트룩시마와 허쥬마의 미국 점유율 확대를 위해 가격 경쟁력을 부각시키는 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아직 유럽에 비해 바이오시밀러가 침투하기 어려운 시장으로 꼽힌다. 오리지널 의약품의 특허 만료가 대부분 유럽보다 늦게 끝나고 글로벌 제약사들이 오리지널 의약품의 기존 점유율을 지키기 위해 많은 리베이트를 풀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항암제는 의약품 특성상 기존에 투약하던 약품을 변경하는 것을 환자들이 꺼려 신규진입도 쉽지 않다.
바이오시밀러 개발기업의 한 관계자는 “미국에서 바이오시밀러 항암제가 점유율을 확대하는 것은 시간이 필요하다”며 “다만 바이오시밀러가 오리지널과 같은 효과와 안전성을 인정받는다면 장기적 관점에서 점유율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코로나19 등으로 항암제 투약비용에 비용부담을 느끼는 환자들이 많아지면서 바이오시밀러의 가격 경쟁력은 미국시장 침투에 중요하게 작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항암제는 자가면역질환제보다 훨씬 가격이 높아 바이오시밀러를 처방했을 때 환자가 체감하는 절대 할인가격 자체가 다르다. 똑같이 가격이 할인된다고 하더라도 환자들은 항암제 바이오시밀러가 훨씬 가격이 저렴해진 것으로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최근 미국에서는 많은 환자들이 높은 항암제 가격으로 치료를 포기해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데 바이오시밀러가 해결책으로 떠오르고 있다.
트룩시마와 허쥬마는 이미 유럽에서 2019년 4분기 각각 점유율 39%와 19%를 차지했을 만큼 처방 데이터도 충분히 쌓여있다.
이에 따라 미국 환자들이 우려할 수 있는 바이오시밀러 항암제의 안전성 문제도 충분히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트룩시마의 미국 판매가격은 유럽보다 3배 이상 높아 미국시장에서 성공이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이익개선과 가치평가 상승에 핵심역할을 할 것”이라며 “미국에서 항암제 바이오시밀러 가운데 가장 성공한 사례인 암젠의 ‘칸진티’와 비슷한 수준의 점유율을 확보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