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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뉴시스> |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추진하던 기업구조조정 전문회사 설립이 무산됐다.
임 위원장은 대신 부실채권투자회사인 유암코(연합자산관리)의 기업구조조정 업무를 확대하기로 했다.
◆ 금융위, 유암코 기업구조조정 확대개편으로 전환
금융위원회는 17일 전국은행연합회가 제시한 유암코의 기업구조조정 확대개편 방안을 받아들였다.
은행연합회는 이날 기업구조조정 전문회사 설립을 백지화하고 비슷한 업무를 수행 중인 유암코를 확대개편하는 방안을 건의했다.
이명순 금융위 구조개선정책관은 “유암코를 확대개편하면 기업구조조정 전문회사를 새로 세우는 데 드는 시간과 신규 인건비를 줄일 수 있다”며 “유암코의 우수한 인력을 활용해 구조조정을 빠르게 추진하는 것이 더욱 효율적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유암코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급증한 은행권의 부실채권(NPL)을 처리하기 위해 만들어진 회사다. 부실채권은 대출이나 지급보증채권 가운데 원리금과 이자를 제때 돌려받지 못한 것이다.
임 위원장은 8개 은행과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의 출자를 통해 기업구조조정 전문회사를 설립하려 했다. 그는 14일 국정감사에서 “기업구조조정 전문회사를 설립해 안정적인 구조조정을 추진하기 위한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은행들은 각각 1200억 원을 내야 하는 초기 출자금에 부담을 느낀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들은 부실채권 관리와 기업구조조정 경험을 갖춘 전문인력을 대거 수급하는 것도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기업구조조정 전문회사와 유암코의 구조조정 영역이 겹친다는 점도 지적됐다. 유암코는 기업구조조정 전문회사와 마찬가지로 사모펀드를 통해 기업을 구조조정하고 있다.
유암코 아래의 기업재무안정 사모펀드회사는 2014년 중소 제지기업인 세하를 인수해 경영정상화 작업을 시작했다. 이 사모펀드회사는 현재 세하의 지분 64.26%를 보유하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본래 유암코의 구조조정 업무를 강화하는 것을 검토했지만 매각절차를 밟고 있어 기업구조조정 전문회사를 만들려 했던 것”이라며 “은행들이 유암코 매각을 중단하고 조직을 확대개편하겠다고 제안해 수용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 기업구조조정 전문회사 수준으로 유암코 강화
금융위는 기업구조조정 전문회사의 설립을 준비하던 태스크포스팀을 유지하기로 했다. 이 태스크포스팀은 앞으로 유암코 확대개편의 세부적인 방안을 마련한다.
금융위는 기업구조조정 전문회사의 사업모델을 유암코에 적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구조조정, 유동성 지원, 자구계획 지원 등 목적별로 사모펀드 3개를 만들어 기업을 구조조정하는 것이다.
구조조정 펀드는 은행의 부실채권을 한꺼번에 사들여 출자전환으로 구조조정을 진행한다. 유동성 지원 펀드는 일시적인 유동성 공급, 자구계획 지원 펀드는 구조조정 중인 기업의 비영업용 자산 인수를 맡는다.
금융위는 유암코의 자금 동원력도 확충할 것으로 보인다. 유암코는 주주 은행 6곳에 1조 원 규모의 출자약정을 받았다. 은행들은 지금까지 4860억 원을 출자했다.
금융위는 현재 남아있는 5천억 원 규모의 출자약정을 적극 활용하기로 했다. 금융위는 유암코의 대출약정도 기존 5천억 원에서 2조 원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KDB산업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도 유암코의 주주 은행들에게 지분을 인수해 운영에 참여하기로 했다. 신한은행, KB국민은행, KEB하나은행, IBK기업은행은 유암코의 지분을 17.5%, 우리은행과 NH농협은행은 15%씩 각각 보유하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기업구조조정 전문회사를 새로 세우면 초반 2~3년 동안 적자를 낼 수밖에 없지만 유암코는 매년 순이익을 내고 있으며 신용등급도 양호하다”며 “기업구조조정에 필요한 자금을 시장에서 직접 조달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라고 말했다.
금융위는 유암코와 은행권의 협의를 거쳐 10월 중에 구체적인 확대개편방안을 발표한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