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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의 '원 롯데 원 리더'의 길, 아직은 첩첩산중

김수정 기자 hallow21@businesspost.co.kr 2015-07-29 17:4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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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동빈의 '원 롯데 원 리더'의 길, 아직은 첩첩산중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원(One) 롯데, 원(One) 리더’의 꿈을 이룰 수 있을까?

롯데그룹에서 신동빈 원톱 체제가 개막했다. 신격호 총괄명예회장이 일본롯데홀딩스 대표이사에서 물러나면서 신 회장은 형식적으로 한국과 일본 롯데그룹 경영권을 손에 넣었다.

신 회장은 한국과 일본의 롯데그룹의 패권을 모두 쥐었으나 롯데그룹 후계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신 회장은 한국과 일본 롯데그룹에 산적한 현안에서 경영능력을 보여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남은 경영권 분쟁의 불씨도 진화해야 한다.

신 회장의 ‘외로운’ 싸움은 이제부터 시작인 셈이다.

◆ 정당성 없는 승계가 낳은 가족의 비극

경제개혁연대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27일부터 이틀간 벌어진 롯데그룹 ‘형제의 난’에 대해 “롯데그룹의 이번 사태 역시 정당성에 바탕을 둔 후계프로그램이 준비되지 못해 일어난 비극”이라고 평가했다.

신 회장은 “연로한 아버지(신격호 총괄회장)을 하루에 두 번이나 비행기를 태워 한국과 일본을 오가게 하다니, 가족이라면 차마 할 수 없는 일”이라며 이번 사태에 격노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 총괄회장은 28일 밤늦게 수척한 모습으로 휠체어를 타고 귀국했다. 신 총괄회장은 이번 사태에 대한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쿠데타에 실패한 신 전 부회장 역시 이날 오후 10시 누나인 신영자 이사장 등과 함께 한국으로 다시 돌아왔다.

신 회장은 일본에서 신 총괄회장과 대면을 시도했으나 신 전 부회장의 저지로 뜻을 이루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 회장은 29일 롯데그룹 국내 임직원들에게 전문을 보내 이번 사태와 관련한 입장을 밝혔다.

신 회장은 "여러분께 불안감과 혼란을 드리게 되어 죄송한 마음 금할 길이 없다"면서 "국민 여러분에게도 심려를 끼쳐 드려 송구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신 회장은 또 롯데그룹 창업주인 신 총괄회장의 기업보국의 기치 아래 키워낸 기업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아버님의 뜻에 따라 국가경제에 이바지하고 공동체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기업활동을 펼치기 위해 노력해 왔다"고 강조했다.

신 회장은 "오랫동안 지켜온 기업가치가 단순히 개인의 가족문제에 흔들려서는 안될 것"이라며 임직원들에게 흔들리지 말 것을 주문했다.

신 회장은 일본롯데홀딩스 임직원들에게도 “롯데그룹의 거버넌스(지배구조)가 자리 잡는 과정에서 겪는 아픔”이라며 “곧 거버넌스도 안정을 찾고 아버지의 건강도 회복되실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 ‘신동빈호’ 롯데그룹 현안 첩첩산중

롯데그룹 ‘신동빈호’는 출범했으나 보기 좋은 모양새를 갖추지는 못하게 됐다. 연로한 아버지를 앞세운 형제간 볼썽사나운 경영권 다툼이 만천하에 드러났기 때문이다.

신 회장은 불과 보름 전까지만 해도 한일 통합경영의 닻을 보기 좋게 올리는 듯 했다. 신 회장이 지난 16일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로 취임하며 “아버지의 뜻”임을 강조한 것도 승계의 정당성을 과시하기 위한 것이었다.

  신동빈의 '원 롯데 원 리더'의 길, 아직은 첩첩산중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20일 영국 상원의원인 휴 트렌차드 자작과 서울 롯데월드타워 103층 공사현장을 둘러보고 있다.<뉴시스>
그러나 이번 사태를 계기로 신 회장은 스스로 승계의 정당성을 입증하고 확보해야 할 과제를 안게 됐다. 경영능력에서 확실한 우위를 보이고 안정적 경영을 위한 지분을 확보해야 한다.

한국과 일본의 롯데그룹에 신 회장이 풀어야 할 현안들이 산적해 있다.

한국 롯데그룹의 경우 숙원사업인 제2롯데월드의 성공적 안착이 최대과제로 남아있다. 제2롯데월드는 3조7천억 원이라는 천문학적 사업비를 쏟아붓고 있는 사업이다. 이 사업에서 실패하면 롯데그룹 전체가 흔들릴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신 회장은 끊임없이 터져나오는 안전논란을 잠재우고 롯데월드몰 활성화를 이뤄내야 한다. 또 제2롯데월드의 초고층 빌딩부인 롯데월드타워의 임대와 분양에서도 가시적 성과를 내야 한다.

롯데그룹은 주력인 유통업에서 성장한계에 부딪혀 있다. 롯데면세점은 최근 서울 시내면세점 신규사업권을 얻는 데 실패한 데다 호텔신라 등 기존 경쟁자들뿐 아니라 신규사업자들의 거센 도전에 직면해 있다.

롯데면세점의 독점적 지위가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신 회장은 올 연말 특허기간이 끝나는 롯데면세점 소공점과 월드타워점 특허권을 지켜야 한다.

핵심계열사인 롯데쇼핑이나 롯데마트 등 유통업 침체를 극복하는 일도 신 회장이 넘어야 할 산이다. 롯데쇼핑은 1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1.3%나 줄었다. 대형마트는 출점규제에 묶여 역성장 우려를 낳고 있다.

신 회장은 국내사업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해외사업을 공격적으로 확장하고 있다. 신 회장은 한일 통합경영 첫 사업으로 태국 방콕에 일본 롯데홀딩스와 호텔롯데가 공동 출자해 면세점을 세우기로 했다.

신 회장은 5월 뉴욕 팰리스 호텔을 9천억 원에 사들였으며, 러시아의 대규모 쇼핑몰 등 추가 인수합병도 진행하고 있다. 신 회장은 올해 롯데그룹에서 사상 최대인 7조5천 억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일본 롯데그룹의 성장성 확보도 신 회장이 풀어야할 최대 과제다. 신동주 전 부회장이 일본 롯데그룹의 독립경영에서 부진한 성적을 냈던 만큼 신 회장의 향후 경영성과가 무엇보다 주목될 수밖에 없다.

일본 롯데그룹은 매출이 2013년 기준 5조7천 억 원으로 한국 롯데그룹 약 83조 원의 15분의 1에 불과하다. 신 회장은 양국 롯데그룹의 수장자리를 꿰찬 만큼 협력사업을 확대할 것이란 기대를 받는다.

이번 ‘형제의 난’을 계기로 롯데그룹의 이미지를 끌어올려야 하는 짐도 신 회장에게 더해질 것으로 보인다.

롯데그룹은 제2롯데월드 허가를 따내는 과정에서 이명박 정부로부터 특혜의혹을 받았으며 롯데홈쇼핑 대표의 납품비리와 갑질 횡포 등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롯데그룹이 박근혜 정부 들어 사정당국의 표적이 될 것이란 우려의 시선도 잇따랐다.

◆ 지배구조 개편없으면 신동빈 원톱도 ‘흔들’

신 회장의 원톱 체제가 흔들리지 않으려면 지분확대와 지배구조 개편도 이뤄져야 할 것으로 지적된다.

롯데그룹은 국내 재벌그룹 가운데 순환출자고리가 가장 많다. 지난 6월 공정위 발표에 따르면 롯데그룹 순환출자고리는 416개나 된다. 규모가 훨씬 큰 2순위 삼성그룹의 10개와 비교하면 지분구조가 거미줄처럼 얽힌 것이다.

  신동빈의 '원 롯데 원 리더'의 길, 아직은 첩첩산중  
▲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28일 오후 서울 강서구 김포국제공항으로 입국해 취재진과 경호팀에 둘러싸여 입국장을 빠져나오고 있다.<뉴시스>
더욱이 사업체들이 한국과 일본에 흩어져 있어 정확한 지분현황을 파악하기 어려운 계열사들도 숱하게 많다.

롯데그룹은 신 총괄회장 일가-광윤사-롯데홀딩스-호텔롯데-국내 계열사로 이어져 있다. 롯데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광윤사에 대한 신 총괄회장 일가의 지분률도 정확히 공개되지 않고 있다. 호텔롯데를 통해 사실상 한국 롯데그룹 계열사들을 지배하는 롯데홀딩스 역시 비상장기업이다.

신 회장이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로 한국과 일본 롯데그룹의 경영권을 장악한 것으로 보이지만 향후 신 전 부회장이 다시 반격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특히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이 신동주 전 부회장의 일본행에 동행했다는 점에서 신 회장을 제외한 나머지 가족들이 연합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신 회장이 부친마저 명예회장으로 일선에서 밀어내 유리한 고지를 점령한 듯 보이지만 신 전 부회장의 반격 또는 가족 내부합의에 따라 구도가 흔들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신 총괄회장이 올해 93세로 고령인 점도 롯데그룹 후계구도에 여전히 변수로 남아 있다. 롯데그룹은 신 총괄회장이 제2롯데월드 현장을 둘러보는 등 건강에 이상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으나 재계의 시각은 이와 다르다.

신 전 부회장이 아버지를 앞세워 거사를 도모한 것도 신 총괄회장이 사실상 의사결정을 내리기 어려운 상황에서 벌어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신 총괄회장은 지난 27일 일본 롯데홀딩스에서 신동빈 회장과 쓰쿠다 다카유키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 부회장을 해임한 직후 쓰쿠다 부회장을 향해 “잘 부탁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 총괄회장의 정상적 의사결정이 어려운 상황임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신 총괄회장 보유지분의 향배가 드러나지 않은 이상 신 전 부회장과 엇비슷한 지분밖에 들고 있지 않은 신 회장은 언제라도 경영권을 빼앗길 수도 있는 잠재적 위험에 노출돼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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