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로사회는 자기착취의 사회다. 피로사회에서 현대인은 피해자인 동시에 가해자이다.”
재독 철학자 한병철 베를린 예술대 교수는 2012년 ‘피로사회’라는 책을 출간해 큰 반향을 일으켰다.
한 교수는 성과사회에 억눌린 현대인들을 성과주체라고 이름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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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로사회'의 저자 한병철 베를린 예술대 교수. |
성공과 욕망에 시달리며 자기착취에 빠져있다는 뜻이다. 한 교수는 무위의 삶에 의미를 부여한다. 사색적 삶, 영감을 주는 무위와 심심함, 휴식의 가치를 역설한다.
여름휴가철을 맞아 ‘아무 것도 안할 자유’를 찾는 이가 늘고 있다.
한 여론조사 기관이 이달 초 만 19세 이상 성인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51.7%가 “여행을 가지 않겠다”고 대답했다. 휴가는 곧 여행이라는 공식이 깨지고 있는 것이다.
머물다(Stay)와 휴가(Vacation)를 합친 ‘스테이케이션’이 최근 매년 여름휴가철마다 등장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집에 머물거나, 집을 떠나도 가까운 곳을 찾아 휴식을 즐기는 휴가법을 일컫는 신조어다. 방에 처박혀 혼자만의 휴식을 즐긴다는 ‘방콕’에서 좀 더 진화한 형태다.
메르스가 전국을 강타했던 올해 스테이케이션이 여느 때보다 대세로 떠올랐다. 관련 업계도 이런 흐름에 발맞춰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스테이케이션 바람에 가장 환호하는 곳은 국내 특급호텔들이다.
호텔들은 다양한 패키지상품을 내놓고 스테이케이션족 잡기에 나섰다. 올해 메르스 여파로 외국인 방문객이 크게 줄자 호텔들은 다양한 상품을 내놓으며 내국인 고객맞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조용히 집에서 아무것도 안하고 쉬고 싶지만 막상 집에 있으면 집안일에 치이기 일쑤다. 다소 비용이 들긴 하지만 호텔패키지는 장거리 여행에 따르는 비용이나 시간을 줄여주면서 집으로부터 잠시 벗어날 수도 있는 장점이 있다.
서울웨스틴조선호텔은 8월31일까지 시원한 호텔에서 30시간을 보낼 수 있는 ‘핫 서머 30 C°’ 패키지를 선보인다.
커플, 프렌즈, 패밀리 총 3가지 타입으로 구성된 이 패키지는 금요일 체크인을 제외한 나머지 날짜에 이용 가능하며, 가격은 35만원부터(세금 봉사료 별도)다.
콘래드서울도 개관 1천 일을 기념해 특별 객실 패키지를 오는 8월부터 12월까지 선보인다. 객실 패키지 이용 고객은 제스트(Zest) 뷔페 레스토랑에서 조식을 1천 원에 이용할 수 있다. 특별패키지 가격은 1박 기준 조식을 포함해 25만1천 원이다.
서울 양재동에 위치한 더케이호텔서울은 특급호텔에 머물며 주변 산책로를 거니는 여유를 즐길 수 있다. 썸머패키지로 일반실 1박, 조식 2인, 아사이베리 건강쥬스 2잔을 제공하며 가격은 18만7천 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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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양재동 '더케이호텔서울' 외부 전경. |
호텔의 부대시설을 이용하면서 숙박은 하지 않는 무박패키지는 가격이 싸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은 객실 정상가의 50% 정도만 내면 체크인 기준 6~8시간 객실에서 쉬거나 사우나 피트니스 클럽 등의 부대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세계적 호텔예약 사이트 호텔스닷컴은 국내 5성급 호텔들을 중심으로 국내 도심 주요 호텔의 패키지상품 정보를 올려놓았다.
외식기업들도 스테이케이션족을 겨냥해 상품들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이랜드의 아시아문은 태국 본연의 풍미를 잘 살리면서도 우리 입맛에 맞게 현지화한 태국 요리 4종을 선보였다.
삼양그룹이 운영하는 샐러드·그릴 레스토랑 세븐스프링스는 7가지 테마섹션 내에 세계 휴양지 곳곳의 메뉴를 한 곳에서 즐길 수 있는 세계 테마 맛 기행을 진행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