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남재준 국가정보원장을 재신임했지만 여권 내부에서 남 원장에 대한 사퇴 요구가 계속 나오고 있다.
특히 남 원장의 자진사퇴 요구를 넘어 박 대통령의 유임 결정 자체에 대해 비판으로 번지고 있다. 박 대통령이 국정원의 잘못된 관행을 지적하면서도 수장을 바꾸지 않은 채 남 원장에게 국정원 개혁을 맡기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목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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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오 새누리당 의원 |
새누리당 중진인 이재오 의원은 16일 간첩사건 증거조작과 관련해 남 원장의 사퇴를 거듭 요구했다. 이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아니다“며 ” 국정원장은 스스로 물러나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남 원장이 사과문에서 ‘책임통감’ ‘환골탈태’ 등의 표현을 쓴 데 대해 "책임을 통감하는 것은 물러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환골탈태는 국정원장이 물러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박 대통령을 겨냥해 ”잘못된 관행이라면 국정원이 지금까지 한 사건은 모두 증거를 조작했다는 것"이라며 "이 잘못된 관행을 뿌리 뽑으려면 이번 기회에 책임자가 반드시 물러나야 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유감스럽게도 국정원의 잘못된 관행과 철저하지 못한 관리체계에 허점이 드러나 국민께 심려를 끼쳐 드렸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어떻게 집권당 154명의 의원 가운데 한 명도 국정원장은 물러나는 것이 합당하다고 말을 하지 않는 것인지“라며 새누리당 내부의 반응도 이해할 수 없음을 내비쳤다.
새누리당 비대위원을 지낸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도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남 원장이 뼈를 깎는 개혁을 추진하겠다고 했는데 사실 국정원이 사과한 게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라며 "더 이상 깎아낼 뼈가 있는지도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
그는 "국정원이라는 기관과 남재준 원장에 대한 신뢰는 이미 다 무너졌다"며 "기관장을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사람으로 교체해야 신뢰성을 회복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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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 |
이 교수는 박 대통령이 이번 사건에 대해 검찰수사에 맡기고 그 결과가 나오자 사과를 하고 남 원장을 재신임하는 과정에 대해서도 정면으로 비판했다. 그는 "남 원장이 언제, 어떤 보고를 받았는가에 대한 국민의 알 권리가 있다"며 "검찰 수사를 기다리지 말고 강력한 조치를 취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정부가 다른 일은 안하고 검찰수사 결과만 기다렸다는 듯이 언급한 것도 적절치 않다"며 "관행적으로 있어 왔다면 문제가 심각하다“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의 메시지에 실수가 있었던 것인지"라고 의문을 나타내기도 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이날 국정원장 해임과 특검 도입을 요구하며 남 원장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는다면 박 대통령이 책임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압박의 수위를 박 대통령에게로 올렸다.
김한길 공동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통령의 오만과 독선이 국가정보원에게 신성불가침 치외법권의 영역을 부여하고 있다"며 "대통령이 국정원장에 대해 책임을 묻지 않는다면 언젠가 반드시 대통령 그 자신이 책임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전병헌 원내대표도 "국정원장은 3분, 대통령은 30초, 어제 대통령과 국정원장이 증거조작 사건을 사과하는 데 걸린 시간"이라며 "고작 컵라면 하나 끓이기에도 부족한 시간에 질문도 안 받고 할 말만 하고 끝낸 것이야말로 불통정권의 민낯"이라고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