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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원순 서울시장이 15일 오후 서울지역 메르스 국민안심병원으로 지정된 서울 고대구로병원을 찾아 메르스 관련 운영상황을 점검하고 있다.<뉴시스> |
박원순 서울시장의 메르스 대응방식을 놓고 정치권에서 논란이 뜨겁다.
여당과 보수진영에서 박 시장을 견제하려는 움직임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그러나 여당 내부에서조차 박 시장의 최근 행보를 지지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15일 여야 의원들은 박 시장의 메르스 사태 대응을 놓고 날선 공방을 펼쳤다. 여당의원들은 박 시장이 메르스 사태를 이용해 선동과 포퓰리즘을 일삼고 있다고 비난했다. 반면 야당의원들은 불안과 공포를 키운 정부가 적반하장의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인제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무슨 난리가 난 것도 아닌데 한밤에 특별기자회견을 열어 허위과장된 사실로 국민공포를 확산시킨 것에 대해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최고위원은 “건강과 생명을 위협하는 바이러스는 과학으로 퇴치할 수 있지만 정치를 어지럽히는 선동주의, 절망과 환상을 뿌리는 포퓰리즘이라는 바이러스는 더 위험하다”고 주장했다.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도 당내 의원모임인 ‘아침소리’에서 “정부의 무능·초동대응 실패·늑장대응 등을 빌미로 박 시장이 선거도 아닌데 흑색선전을 일삼고 심지어 계급갈등까지 조장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인숙 의원은 서울시가 삼성서울병원 비정규직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키로 한 데 대해 “보건소에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삼성서울병원 비정규직에 대한) 전수조사는 누가 하느냐. 정치놀음도 분수가 있는데 기가 막힌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검찰이 수사에 나섰다는 보도가 있는데, 정부의 적반하장 태도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며 “메르스 대응에 실패하면서 국민들의 불안과 공포를 키운 것은 바로 정부다. 만약 수사해야 한다면 그 대상은 바로 정부 자신”이라고 반박했다.
전병헌 최고위원도 “검찰이 수사할 사람은 유비무환의 박 시장이 아니라 근무태만과 직무유기를 한 무사안일한 행정부 관료들”이라고 비난했다.
유승희 최고위원 역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협력해서 메르스를 퇴치해야 할 때 박근혜 대통령은 국회와 싸우고 박 시장과 싸우자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검찰은 박 시장을 상대로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5일 의료혁신투쟁위원회라는 보수성향의 단체는 메르스 관련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는 혐의로 박 시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박 시장은 4일 밤 메르스 관련 긴급브리핑을 갖고 정부에 메르스 관련 정보공개를 촉구하며 서울시 차원의 대책마련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박 시장은 이 과정에서 35번 확진 환자가 재건축조합원 총회에 참석하는 등 메르스 확산 방지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그러자 해당환자의 확진 판정일과 행사 참석시점을 놓고 논란이 크게 일었다.
박 시장이 메르스에 대응하면서 공격적 행보를 보이자 정부는 지방자치단체장의 월권행위라며 비판하면서도 뒤늦게 병원이름을 공개하는 등 박 시장에게 돌아선 민심을 되돌리는 데 안간힘을 쓰고 있다.
박 시장은 메르스 사태 이후 여야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을 반등시키는 데 성공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집계한 6월 2주차 지지도 조사에서 박 시장은 김무성 대표를 제치고 여야 전체를 통틀어 1위에 올라섰다. 박 시장은 메르스 사태 이후 지지율이 6.1%포인트 급등해 19.9%를 기록했다. 지난 1월1주차 이후 1위에 올라선 것은 약 5개월만이다.
반면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10% 이상 급락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역시 3.8%포인트가 하락해 2주 연속 지지율이 떨어져 여야 대선주자 지지도에서 2위로 밀려났다.
박 시장의 메르스 대응방식을 지지하는 목소리는 여당 일부에서도 나오고 있다. 김용태 새누리당 의원은 15일 “박 시장의 문제제기 때문에 지자체를 포함한 대한민국 전체의 완벽한 혼연일체 메르스 대응체계가 갖춰졌다”며 “칭찬받아 마땅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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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S 개그콘서트 '민상토론'의 한 장면. |
김 의원은 “박 시장이 그 당시 충분히 사실이라고 믿을 만한 정황이 있었기 때문에 그렇게 발표했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중요한 것은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느냐, 신뢰를 바탕으로 국민의 협조를 이끌어낼 수 있느냐에 있는데 여기에서 박원순 시장은 성공했고, 정부는 실패했다”고 일침을 가했다.
박 시장은 국가적 위기상황에서 강력한 리더십을 보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따라 대선주자로 위상도 높아지자 보수진영의 박 시장에 대한 견제도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KBS ‘개그콘서트’는 14일 민상토론이란 한 코너에서 메르스에 대한 보건당국의 위기대처능력을 풍자하는 내용을 선보였다.
출연자 가운데 개그맨 김대성은 박 대통령과 박 시장의 얼굴이 그려진 티셔츠 가운데 하나를 고르며 박 시장을 지지하는 입장을 내비쳤다.
인터넷미디어협회라는 한 단체는 이 개그 코너가 박 시장을 찬양하고 정부를 일방적으로 비난했다며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신고하기도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