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 화웨이를 상대로 한 무역제재를 언제까지 지속할지 쉽게 결정을 내리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화웨이 제재가 미국 주요 IT기업에 타격을 주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미국 정치권에서 제재를 유지해야 한다는 요구도 커지고 있다.
트럼프 정부의 선택은 화웨이를 스마트폰 및 통신장비사업에서 최대 경쟁사로 두고 있는 삼성전자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LA타임스는 23일 “트럼프 대통령이 주요 IT기업 CEO를 만나 무역상황을 논의하며 미국 정부의 화웨이 제재 완화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고 보도했다.
구글과 인텔, 마이크론과 퀄컴 등 대형 IT기업과 반도체기업 CEO는 22일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화웨이에 미국 기업의 기술과 부품 공급 재개를 허용해달라고 요청했다.
미국 IT기업들은 트럼프 정부가 5월 화웨이를 상대로 미국 기업의 기술과 부품을 사용할 수 없도록 하는 무역제재를 도입한 뒤 타격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었다.
화웨이가 세계 통신장비시장에서 1위, 스마트폰시장에서 3위 업체인 만큼 미국기업에도 반도체 등 부품의 중요한 고객사로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백악관 대변인은 주요 IT기업들이 미국 정부에 일시적 수출 허용을 요청했고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기술과 부품 공급 재개에 일시적이라는 조건을 내건 것은 아직 화웨이를 상대로 한 무역제재를 얼마나 지속할지 결론을 내리기 쉽지 않은 상황이 배경으로 분석된다.
화웨이를 겨냥한 제재조치는 중국과 무역협상에서 미국에 유용한 협상카드로 쓰일 수 있고 화웨이 제재 완화 가능성에 미국 정치권 내부에서 반발도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상원의원들은 최근 미국 정부가 화웨이를 상대로 한 제재조치를 중단하려면 반드시 의회 동의를 거쳐야만 한다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하며 제재 완화에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워싱턴포스트 등 외국언론에서 화웨이가 미국의 대북제재를 위반하고 북한의 통신망 구축을 지원한 정황을 입수해 보도한 뒤 화웨이를 향한 미국 내부 여론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트럼프 정부는 최근 화웨이 제재에 점차 손을 떼고 있는 분위기였지만 화웨이의 북한 지원과 관련한 보도는 다시 긴장감을 높이는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바라봤다.
트럼프 대통령은 화웨이 제재 지속 여부를 놓고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됐다.
화웨이를 상대로 무역제재를 유지하거나 강화한다면 중국과 무역협상에 미국이 더 유리해질 수도 있고 화웨이와의 거래를 끊어야 한다는 미국 정치권의 요구에도 응답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하지만 미국경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IT기업과 반도체기업, 전자부품업체 등에 악영향이 확산될 수밖에 없어 장단점을 면밀히 따져야 한다.
트럼프 정부의 화웨이 제재 여부는 미국 기업보다 삼성전자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가 스마트폰과 통신장비사업에서 화웨이와 경쟁하고 있을 뿐 아니라 화웨이는 삼성전자 메모리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부품의 주요 고객사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화웨이가 미국 정부의 제재로 스마트폰 부품을 사들이기 어려워지거나 구글 운영체제를 사용하지 못하게 되면 삼성전자가 세계시장에서 스마트폰 수요를 대체하며 큰 수혜를 볼 가능성이 높다.
마이크론 등 미국 기업이 화웨이에 공급하던 반도체 물량을 삼성전자가 일부 빼앗아올 수도 있다.
화웨이가 판매에 주력하는 5G통신장비 역시 주요 부품의 수급 문제로 생산에 차질이 빚어지면 삼성전자가 글로벌 고객사에 공급을 늘리며 시장 점유율을 늘릴 기회를 마련할 수 있다.
하지만 트럼프 정부가 화웨이 제재를 완화하거나 철회한다면 치열한 경쟁을 피하기 어렵다.
삼성전자는 최근 한국을 상대로 한 일본 정부의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소재 수출규제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 놓였다.
미국의 화웨이 제재까지 삼성전자의 실적을 크게 좌우할 수 있는 변수로 떠오르면서 삼성전자가 당분간 대외환경 변화에 촉각을 기울일 수밖에 없게 됐다.
포브스는 “트럼프 정부가 화웨이 제재에 한 발 물러선 태도를 보이며 삼성전자 스마트폰을 뛰어넘겠다는 화웨이의 목표에 다시 힘이 실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