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준 포스코 회장의 리더십이 위기에 처했다.
전병일 대우인터내셔널 사장이 권 회장의 해임 결정에 사실상 거부의사를 밝혔다.
|
|
|
▲ 권오준 포스코 회장 |
이에 따라 대우인터내셔널의 미얀마가스전 매각을 놓고 촉발된 포스코와 대우인터내셔널의 갈등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11일 재계에 따르면 전병일 사장은 10일 대우인터내셔널 사외이사들에게 “조직 안정화와 경영 정상화가 우선”이라는 내용이 담긴 이메일을 보냈다.
전 사장은 이 이메일을 통해 “대표이사직 사임을 포함해 본인의 거취에 대해 숙고했다”며 “주주와 임직원 등 회사의 모든 이해관계를 위해서 회사의 구조조정과 관련된 혼란이 조속히 정리되고 경영을 정상화하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말했다.
전 사장은 “그 이후 주주와 회사가 원한다면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최고경영자(CEO)직을 내려놓겠다”며 사실상 사퇴 거부의사를 밝혔다.
권오준 회장은 10일 전병일 사장의 해임을 결정했다. 대우인터내셔널의 미얀마가스전 매각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대해 포스코와 계열사간 갈등을 촉발한 책임을 물었다.
하지만 전 사장이 사퇴를 거부하고 대우인터내셔널 임직원들도 크게 반발하면서 계열사간 갈등을 진화하고 구조조정을 흔들림없이 추진하려던 권 회장의 계획이 틀어졌다.
권 회장의 리더십도 상처를 입었다.
대우인터내셔널 임직원들은 “포스코가 대우맨의 자존심을 건드렸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포스코가 미얀마가스전을 일방적으로 매각하려 한 데 이어 매각에 반대한 전 사장 해임을 결정한 것은 포스코의 전횡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특히 전 사장이 직원들의 동요를 막기 위해 직원들에게 미얀마가스전에 대한 입장을 밝힌 점을 권 회장이 항명으로 받아들인 데 대해 이해할 수 없다고도 말한다.
또 대우인터내셔널 임직원과 기타 주주, 채권자와 사전협의 없이 독단적으로 해임을 결정한 부분에 대해서도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
|
|
▲ 전병일 대우인터내셔널 사장 |
현재 대우인터내셔널 전 임직원이 사직서를 제출해 전 사장의 해임을 막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인터내셔널의 한 사외이사도 최근 “포스코의 구조조정 방향이 잘못됐다”고 비판한 것으로 알려졌다. 잘 되는 사업은 매각대상으로 둘 것이 아니라 앞으로 더욱 키워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사태로 권 회장이 추진하는 포스코의 계열사의 구조조정이 당분간 힘을 잃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미얀마가스전 매각작업은 이번 사태가 벌어지면서 제대로 검토도 되기 전에 중단됐다. 앞으로 부실계열사 등 비주력사업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지금과 같은 잡음이 다시 생길 가능성도 있다.
권 회장은 이 모든 과정에서 대우인터내셔널 임직원의 반발이 예상됐는데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포스코그룹의 갈등을 더욱 키웠다는 비판에서도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