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시스템반도체 연구개발에 73조 원을 들이는 대규모 투자계획을 내놓으면서 강인엽 시스템LSI사업부 사장이 목표로 두고 있는 인공지능 반도체 개발에 탄력을 받게 됐다.
인공지능 반도체는 삼성전자의 스마트폰과 사물인터넷 가전, 자동차 전장부품 등 주요제품의 핵심 경쟁력으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높다.
2일 외국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삼성전자가 인공지능 반도체를 포함한 차세대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 주요 기업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세계 최대 반도체학회 ISSCC에서 자체 기술로 설계한 인공지능 연산 프로세서의 성능을 공개하며 업계 상위권 수준의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인공지능 반도체는 대량의 정보를 빠르게 처리하는 연산에 효율적 구조를 갖춘 시스템반도체다.
스마트폰과 사물인터넷 가전 등 삼성전자의 다양한 제품에 쓰일 수 있는 잠재력이 있고 서버시장에서 수요도 급증하고 있어 시장 전망이 가장 밝은 시스템반도체 분야로 꼽힌다.
삼성전자의 시스템반도체 설계사업은 메모리나 반도체 위탁생산사업과 달리 시설투자가 아닌 기술력만으로 승부를 봐야 하기 때문에 경쟁력을 확보하기 쉽지 않다.
그동안 삼성전자가 반도체사업에 선제적 투자와 물량공세를 통해 빠른 성장을 이뤄냈지만 시스템반도체 설계 분야에서는 아직 후발주자로 고전하고 있는 점도 이런 특성 때문이다.
인텔과 퀄컴 등 시스템반도체 상위기업은 CPU와 모바일 프로세서 등 주력시장에 가장 먼저 진출해 경험을 쌓았고 지금까지 경쟁사가 넘보기 어려운 기술격차와 시장 지배력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삼성전자는 모바일 프로세서와 통신반도체, 이미지센서 등 시스템반도체 설계사업의 주요 분야에서 모두 후발주자로 선두기업을 추격하는 상황이라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2030년까지 시스템반도체 연구개발에만 73조 원을 들이겠다는 대규모 투자계획을 발표하며 반전의 계기를 노리고 있다.
삼성전자 시스템반도체 설계사업을 총괄하는 강인엽 사장이 막대한 연구개발 투자의 지원에 힘입어 기술 경쟁력 확보를 위한 노력에 속도를 붙일 수 있게 됐다.
강 사장은 삼성전자 스마트폰에 탑재하는 '엑시노스' 프로세서의 설계 기술력을 1위 기업인 퀄컴과 맞먹는 수준으로 끌어올리는데 가장 크게 기여한 인물로 꼽힌다.
삼성전자가 5G 스마트폰에 탑재하는 통신반도체를 자체 기술로 개발하고 최신 엑시노스 프로세서에 인공지능 연산 기능을 구현한 것도 모두 강 사장이 설계사업을 총괄하며 이뤄낸 성과다.
강 사장은 삼성전자가 스마트폰용 반도체를 넘어 인공지능 반도체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춘 기업으로 거듭나도록 만들기 위해 설계역량 강화에 온힘을 쏟고 있다.
자율주행차와 사물인터넷기기 등 삼성전자가 주목하는 미래 주요 사업에서 고성능 인공지능 반도체의 설계 기술력을 확보하는 일이 경쟁력을 높이는 데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 인공지능 연산기술이 적용된 삼성전자 '엑시노스9810'. |
삼성전자는 73조 원의 연구개발비 투자에 이어 삼성종합기술원과 세계 인공지능 연구소 등 다양한 조직을 통해 시스템반도체 설계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는 캐나다의 인공지능 연구센터를 인공지능 반도체 전문조직으로 탈바꿈하기 위해 세계 인공지능 전문가를 잇따라 영입하며 연구인력 확충에 힘을 싣고 있다.
삼성전자의 차세대 기술 연구조직인 종합기술원도 최근 인공지능과 반도체 연구팀과 시스템반도체 설계부서의 협업체제를 강화하기 위한 인력을 재배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종합기술원은 시스템반도체에 적용하는 인공지능 연구에 집중한다"고 말했다.
현재 삼성전자는 대부분의 시스템반도체를 자체 브랜드 스마트폰과 가전 등에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인공지능 반도체 분야 선두기업으로 떠오른다면 세계 자동차기업과 서버업체, 스마트폰과 가전업체 등 다양한 고객사로 시스템반도체 공급을 확대할 기회도 충분히 노릴 수 있다.
강 사장은 지난해 한 외국언론과 인터뷰에서 "삼성전자는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며 "앞으로 3~5년 뒤에 결과로 노력을 증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