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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 뜯긴 채 벌거숭이가 된 거위 |
임산부와 노약자는 조심해야 한다. 평소 비위가 약한 사람도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한다. 국제동물보호단체 PETA(People for the Ethnical Treatment of Animals·동물을 인도적으로 대하는 사람들) 는 지난달 홈페이지와 유투브에 'the down industry in 60 seconds flat‘라는 1분짜리 영상을 올렸다. 해당 영상에는 산 채로 털을 잡아 뜯기며 무기력하게 허공을 보는 거위들, 벌거숭이가 된 몸으로 시뻘건 생살을 드러내며 무리지어 있는 거위들의 모습이 포착돼 있다.
이 영상은 블로그와 SNS을 통해 급속도로 전파되었다. 영상을 본 누리꾼들은 댓글을 통해 ”지금까지 도축된거나 면도기로 깎는 줄 알았는데 충격이다.“ “사람으로 치면 가죽을 벗기는 것이다.”, “거칠고 빠르게 거위 털을 뽑고 마취도 없이 오리의 생살을 꼬매는 장면을 보니 눈물이 난다”등의 반응을 보였다.
임순례 감독이 비윤리적인 대우를 받는 거위들을 대변하고 나섰다. 임 감독은 ‘와이키키 브라더스’,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남쪽으로 튀어’ 등 여러 작품을 통해 잘 알려진 영화감독이다.
임 감독은 산 채로 털 뜯어 만드는 구스다운에 대해 지난 24일 라디오 프로그램 ‘한수진의 SBS 전망대‘에서 “많은 분들이 아무 생각 없이 점퍼를 구입하지만, 사실 그 이면에는 동물들이 털을 제공하기 위해서 엄청난 고통을 당하고 있다”고 폭로했다. 최근 '캐몽'(캐나다구스와 몽클레르의 앞자를 딴 줄임말)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하고, 150만원을 호가하는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유통 업체는 물량이 딸려 없어서 못 팔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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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순례 감독 |
그는 “요새는 거위나 오리 등이 산채로 털을 뽑히게 된다. 최근에 털이 하나도 없이 산채로 모든 털들이 뜯겨져 나간 거위와 오리 사진이 충격을 줬다”며 “그런 식으로 털이 다 자라면 뽑혀 나가고 또 뽑혀 나가고 하는 식이다”라고 말했다.
임 감독은 동물보호단체 KARA 대표를 맡고 있다. 2004년 자신의 반려견 백구가 집을 나가자 사방으로 백구의 행방을 쫓으면서 유기견을 구조하기 위해 애쓰던 KARA의 열혈회원과 마주치게 되면서부터 인연을 맺었다. 본업인 영화 때문에 오랫동안 KARA의 대표직을 고사하다가 2009년 7월부터 본격적으로 KARA의 대표직을 맡으면서 영화 <소와 함께 여행하는 법>, <동물과 함께 사는 세상> 등을 기획하며 동물 사랑의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전하고 있다.
거위털 동영상이 공개되면서 다시 불붙은 동물학대 논란은 구스다운을 대체할 수 있는 소재의 옷을 입어야 한다는 움직임으로 이어지고 있다. 인터넷 블로그 상에는 ‘이런 동물학대를 보면 합성섬유를 입어야 한다’, ‘합성섬유, 모직, 솜패딩도 충분히 따뜻하다’ 등의 글이 올라오고 해당 글에는 많은 공감 댓글이 달려있다.
라디오 출연 당시 임 감독 역시 소비자들의 선택이 곧 생명체의 고통과 직결된다는 인식의 제고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면서 다운을 대체할 수 있는 신소재가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프리마로프트(PrimaLoft)’라는 섬유는 방한기능이 구스보다 뛰어나고 천연 다운 같은 경우는 물에 젖었을 때 기능을 못하는데 이것은 그것도 커버할 수 있는 소재”라고 밝히며 구스다운을 구입할 때 한 번 더 소비자들이 고민을 해줄 것을 당부했다.
윤리적으로 대응하는 점퍼 생산업체도 있다. 미국에 본사를 둔 글로벌 아웃도어 브랜드 ‘콜맨’은 최초로 인조 털, 솜으로만 제작된 침낭과 재킷 판매 결정한 바 있다. 콜맨은 80%의 소비자들이 오리나 거위 털보다 합성 절연으로 만든 상품을 선택하겠다는 응답에 새털을 일절 판매 않겠다는 윤리적이고 용기적인 결단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