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부총리급 CEO.' 포스코가 원하는 외부 CEO 후보이다. 부총리급 이상의 경륜을 갖춘 동시에 젊기를 원하니, 양립하기가 여간 힘든 조건이 아니다. 포스코는 과연 이런 외부 인물을 찾을 수 있을까? 왜 이런 인물을 찾으려고 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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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스코는 현재 승계협의회를 구성해 차기 회장 후보를 물색하고 있다. |
지난 11월 15일 정준양 회장의 사의 표명 이후 포스코는 신임 CEO 선임을 위해 승계협의회를 결성했다. 승계협의회는 정식으로 ‘최고경영자 후보 추천위원회'를 가동하기 이전, 사내외 인사 중 차기 회장 후보를 발굴하기 위한 조직이다. 포스코 승계협의회는 차기 회장 후보 선정에서 공모 방식은 배제하고 사내추천 및 헤드헌팅 업체를 통한 외부 인사 추천 방식을 도입하기로 합의했다. 그리고 헤드헌팅 업체에 ‘젊은 부총리급'의 인재 추천을 의뢰한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는 공기업을 제외하면 재계 순위 6위의 글로벌 대기업이지만, 민영 기업이면서 오너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특수성상 정권 교체시마다 CEO가 교체되는 수모를 겪었다. 그러나 비슷한 처지의 KT와는 달리 외부 인사가 CEO로 선임된 적은 김영삼 정권 당시 김만제 전 회장 단 한 건뿐이었다. 박태준 명예회장이 정계로 진출하여 포스코를 외압으로부터 보호해왔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렇기에 박태준 명예회장 사후 치러지는 첫 번째 CEO 선임에서 어떤 인물이 최종적으로 선정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박태준이라는 방패가 없어진 포스코가 외풍을 얼마나 받을지 궁금해 하는 시선이 지나치게 몰린 나머지, 지난 17일에는 최병렬 새누리당 상임고문이 차기 회장 단독 후보로 내정되었다는 오보가 뉴스 포털 사이트를 뜨겁게 달구기도 했다. 이에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이 17일 전경련 신축회관 준공식에서 최병렬 상임고문 내정설은 오보라고 해명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최병렬 상임고문 역시 “그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없다”, “황당하다"는 반응으로 내정설을 일축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포스코 승계협의회가 외부 인사 후보에 ‘젊은 부총리급'이라는 조건을 단 이유는 두 가지로 해석할 수 있다.
하나는 드라마에나 나올 법한 분석이다. 도저히 충족시킬 수 없을 조건을 제시함으로서 외부 인사를 후보군에서 아예 배제하고자 하는 움직임이라는 것이다. 외부인사 추천을 아예 받지 않는 것보다는, 조건에 부합하는 후보가 없어 부득이하게 외부 인사를 제외하는 흐름이 포스코 측에 덜 부담스러우리라는 관측이다. 외부 후보를 포함하더라도 나중에 선임 절차에서 요구 조건 불충족을 이유로 탈락시켜 내부 인사끼리 경합을 벌이게끔 하기 위한 ‘들러리’로 이용하리라는 시각도 있다.
포스코 내부에서는 “반드시 내부 인사가 차기 회장이 돼야 한다”는 분위기이다. 철강 기업이라는 특성상 CEO가 현업을 잘 알아야 한다는 실용적인 이유 이외에도, 박태준 회장의 부재에도 꿋꿋하게 포스코의 색을 지킴으로써 민간기업으로서의 권리를 행사하고자 하는 의지이다. 현재 포스코 내부 인사 중에서는 김준식 포스코 사장, 윤석만 전 포스코건설 회장, 이동희 대우인터내셔널 부회장 등이 유력한 후보로 손꼽히고 있다.
김준식 사장은 제철소장을 역임해서 포스코의 본업인 제철 분야에 가장 많은 경험을 자랑한다. 실무 경험을 중시한다면 김 사장이 유력한 후보라는 평이다. 윤석만 전 회장은 2009년 당시 정준양 회장과 경합을 벌였던 인물이라 이번 회장 선임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는 분석이 있으나, 2009년 당시 회장직을 정준양 회장에게 양보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가 현장 실무 경험 부족이었다는 평가도 있어 “현장을 잘 아는 내부 인사 회장”으로는 적합하지 않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이동희 부회장은 포스코의 재무 전문가로, 자금관리실장 및 기획재무부문장 등을 지냈다. 지난 13일에는 일부 언론이 차기 회장으로 이 부회장이 내정되었다는 보도를 했으며, 포스코 측은 “아직 후보추천위원회도 구성되지 않았다”며 이와 같은 추측을 부인했다.
다른 하나는 포스코가 이미 염두에 둔 인물이 존재한다는 해석이다. 전 부총리를 포함해 장관급, 혹은 이전 부총리 후보자군에 올랐던 인물 중 포스코를 외압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을 만큼의 정치적 영향력을 지닌 ‘젊은' 인물을 이미 낙점해 두었으리라는 것이다. 이 경우에는 포스코가 아예 적극적으로 외부 인사를 영입해 ‘제2의 방패'의 역할을 맡기고자 한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포스코의 진짜 속내가 어느 쪽일지는 최고경영자 후보 추천위원회가 구성될 것으로 예상되는 내년 1월경 확인할 수 있을 전망이다. 포스코의 2014년 정기 주주총회는 3월 14일이며, 따라서 차기 회장은 늦어도 2월 말까지는 선임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