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연간 경제성장률 2.6%를 이룰 목표를 세웠지만 실제 달성은 불확실하다.
22일 경제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정부가 추경을 편성해 집행해도 현재 예상되는 규모로는 경제성장률 상승효과가 크지 않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홍 부총리는 최근 기자들에게 “경제성장률 목표치 2.6%를 이룰 방법으로 추경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전체 추경 규모가 7조 원을 넘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도 내놓았다.
추경이 7조 원 이하로 편성되면 2015년 이후 평균 추경액 9조4천억 원을 밑돌게 된다. 국제통화기금(IMF)에서 경제성장률을 지킬 추경 규모로 권고한 9조 원에도 못 미친다.
김지연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추경 7조 원의 집행에 따른 경제성장률 상승효과는 대략 앞으로 2년여 동안 0.2%포인트 정도”라며 “이 정도 수준으로는 경제성장률 하강을 방어해줄 가능성이 미미하다”고 내다봤다.
조세연구원이 최근 30년 동안의 추경 재정승수(정부의 재정지출이 1단위 늘었을 때 국민 소득의 증가량 지표)를 조사한 결과를 보면 10조 원 정도의 추경 예산을 집행할 때 경제성장률이 향후 2년 동안 0.3%포인트가량 추가로 상승했다.
이 조사결과를 놓고 추론하면 추경 7조 원 정도를 집행할 때 경제성장률이 향후 2년 동안 0.2%포인트가량 추가로 오르는 데 머무르게 된다. 연간 기준으로 계산하면 평균 0.1%포인트다.
LG경제연구원도 21일 보고서에서 “정부가 추경 6조~7조 원을 계획하고 있지만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리는 효과는 0.1%포인트 수준으로 제한될 것”이라며 “2019년 국내 경제성장률이 2.3% 수준까지 낮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수출 부진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평균 0.1%포인트 정도의 연간 경제성장률 상승으로는 정부의 목표치 2.6%를 맞추기 힘들다고 LG경제연구원은 내다봤다.
1분기 소재·부품 수출액은 675억 달러로 집계돼 2018년 같은 기간보다 9% 줄었다. 주력 수출업종인 메모리반도체의 수요 감소와 단가 하락이 영향을 미쳤다.
메모리반도체의 하반기 업황 전망도 엇갈린다. 정부는 하반기부터 수요가 점진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고 바라보지만 업황 회복 시기가 늦어질 수 있다는 예상도 만만찮다.
일본 노무라증권은 “메모리반도체 생산회사들은 단기 수익성의 하락을 견디면서 재고를 청산해 시장 점유율을 방어할 것”이라며 “이 때문에 메모리반도체 기업들의 이익이 기존 예상인 2분기보다 늦은 3분기에 바닥을 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중국과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의 하반기 경기 전망이 밝지 않은 점도 수출에 악재로 꼽힌다. 한국의 2018년 수출액을 살펴보면 중국과 동남아국가연합의 비중이 43.3%에 이른다.
중국은 미국과 무역분쟁 등의 영향으로 경기 악화를 겪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 동남아국가연합도 신흥국인 만큼 글로벌 경기 둔화의 영향을 많이 받을 지역으로 꼽힌다.
홍 부총리가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를 늘리는 방식으로 추경을 통한 경제성장률 상승효과의 확대를 추진하는 방안도 쉽지 않아 보인다.
사회간접자본 사업은 재정승수가 높고 일자리를 만드는 효과도 뛰어나다. 홍 부총리가 더불어민주당과 추경 예산안을 협의하는 과정에서 노후한 사회간접자본의 안전 투자 일정을 앞당길 의지를 나타내기도 했다.
그러나 추경 예산에서 사회간접자본 투자의 비중이 높을수록 ‘선심성 예산’이라는 야당의 공격을 피하기 힘들다. 그만큼 추경 예산안이 국회를 통과하기도 힘들어진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가 최근 홍 부총리를 만난 자리에서 “2020년 총선용·선심용 세금으로 일자리를 만드는 추경을 허용할 수 없다”고 미리 선을 긋기도 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경제성장률 2.6%를 이루기에 추경 7조 원대는 다소 부족한 편”이라며 “예상되는 추경 규모를 보면 사회간접자본 투자 등의 성장보다는 분배정책에 초점을 맞췄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