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산불에서 민간보험 한계 확인, 정책보험 강화 목소리 커져

▲ 4일 강원도 고성군에서 발생해 속초시, 강릉시, 동해시, 인제군으로 번진 산불로 주택 500여 채가 피해를 본 것으로 추산된다. <연합뉴스>

강원도 지역에서 발생한 산불의 피해 보상을 놓고 민간보험의 한계가 드러나면서 산림화재와 관련된 정책보험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8일 보험업계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이번 강원도 산불로 민간보험사들이 지급해야할 보험금의 규모는 크지 않다.

행정안전부 재난안전 관리본부에 따르면 이번 산불에 피해를 입은 주택은 8일 오전 6시까지 확인된 피해만 고성 335채, 강릉 71채, 속초 60채, 동해 12채 등 478채로 집계됐다.

하지만 대부분 주택이 화재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보험사도 현장 창구를 마련하는 등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도 “화재 피해는 안타깝지만 피해지역 주택 대부분이 화재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은 상태”라며 “현재까지 접수된 피해 신고도 많지 않다”고 말했다.

'화재로 인한 재해보상과 보험가입에 관한 법률' 제5조에 따르면 동법 시행령이 규정한 ‘특수건물’은 의무적으로 화재보험에 가입해야 한다.

동법 시행령 제2조에 따르면 특수건물은 연면적 3천㎡(제곱미터) 이상인 의료시설, 숙박시설이나 2천㎡ 이상의 학원시설, 16층 이상의 공동주택, 11층 이상 건물 등이다.

화재보험 가입이 강제되는 특수건물은 대부분 일정 규모 이상인 셈이라 이번 강원도 화재처럼 산간지역에 위치한 소규모 일반 주택은 대부분 화재 가입이 강제되지 않는다.

산림화재보험도 사정은 비슷하다. 국내 손해보험사들은 화재보험에 특약 형식으로 산림화재보험을 판매하고 있으나 연간 판매 건수는 10건 미만이다.

결국 이번 강원도 산불로 발생한 피해와 관련돼 지급되는 보험금의 대부분은 민간보험이 아니라 정책보험을 통해 지급되는 보험금이 대부분을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농작물, 가축 피해에는 농협손해보험이 판매하는 정책보험이 있다. 농협손해보험은 5일부터 피해 조사를 시작했다.

농작물보험은 보험료의 50%, 30%를 각각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한다. 가축보험의 부담비율은 정부 50%, 지방자치단체 10~30%다.

인명 피해와 관련해서는 시민안전보험이 있다. 이번 산불이 발생한 지역의 지방자치단체 가운데서는 동해시가 시민안전보험에 가입된 상태라 동해 시민이 인적 피해를 봤다면 보험금이 지급된다. 강릉시는 6월에 시민안전보험 가입을 추진하고 있다.

대규모 산불 피해가 발생할 때마다 산림화재를 대비한 정책보험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승준 보험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017년 5월 강릉과 삼척에서 대규모 산불이 발생 했을 때 “우리나라는 국토의 63.2%가 산림인 세계 4위의 산림국가인데도 보험제도를 통한 산림자원 위험관리는 미비한 상태”라며 “이번 강원도 화재를 계기로 산림재해보험을 도입해 보험시장을 통한 민간의 자율적 위험관리의 촉진과 정부차원의 정책적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풍수해보험의 보장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번 강원도 산불과 관련해 풍수해보험을 주관하는 행정안전부가 산불은 풍수해보험의 대상이 아니라는 태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풍수해보험은 지진, 해일, 홍수, 대설 등 자연재해로 주택, 온실, 소상공인의 상가과 공장 등이 피해를 봤을 때 손해를 보상해 주는 정책보험이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보험료의 34~92%를 지원해 준다.

풍수해보험의 꾸준히 보상범위와 대상을 확대하고 있고 지방자치단체도 주민들의 가입을 독려하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이번 산불의 피해가 커진 데에는 강풍이라는 자연적 요인이 작용했으므로 풍수해보험이 적용될 여지도 있다”면서도 “산불 관련된 특약을 명시적으로 추가해 확실하게 보장대상으로 포함하는 것이 바람직 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