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망신을 톡톡히 당하고 있다.
박 회장이 장남인 박세창 금호타이어 부사장을 금호타이어 대표이사에 앉혔다가 채권단의 강한 반대에 부딪혔다.
![]() |
||
▲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
금호타이어 채권단은 2일 박세창 부사장의 대표이사 임명에 절차상 하자가 있어 철회해 달라는 의견을 금호타이어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금호타이어 채권단은 이에 앞서 이날 오후 긴급회의를 열어 박 부사장의 대표이사 선임에 대한 시정을 결의했다.
금호타이어는 1일 기존 박삼구, 김창규 대표이사 외에 사내이사인 박세창, 이한섭 부사장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고 밝혔다.
금호타이어 채권단은 대표이사를 선임하려면 산업은행 등 9개 채권기관으로 구성된 주주협의회의 사전동의를 거쳐야 하는데 박삼구 회장이 이런 절차를 밟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박 부사장의 대표이사 선임은 3일 천하로 끝날 것으로 보인다. 지배지분을 보유한 채권단이 반대의사를 명확히 밝힌 상황에서 선임을 철회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채권단은 금호타이어가 시정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잔여채권에 대한 금융조건 완화 중단, 잔여채권에 대한 기한 이익상실과 회수, 경영진 퇴임 또는 해임 요구 등 강경한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금호타이어 지분은 우리은행 14.1%, 산업은행 13.5% 등 채권단이 42.1%를 보유해 최대주주로 있다.
금호타이어는 3일 박 부사장의 대표이사 선임을 취소하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호타이어는 유동성 위기를 겪으며 2009년 12월 워크아웃에 들어갔다가 지난해 12월 워크아웃을 졸업했다.
![]() |
||
▲ 박세창 금호타이어 부사장 |
박 부사장은 금호타이어가 워크아웃에서 벗어나면서 경영전면에 나서 후계자 입지를 강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박 부사장은 지난 2월 아시아나항공 자회사인 아시아나애바카스 대표이사를 맡았다.
박삼구 회장이 추진하고 있는 금호타이어 재인수 계획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채권단은 금호산업 매각 작업이 완료된 뒤 금호타이어 지분을 매각할 계획을 세워놓고 있는데 이번 일이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절차상 실수로 보기는 힘들다”며 “박 회장이 아들을 대표이사로 선임한 뒤 채권단을 설득할 수 있다고 본 것 같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유정 기자]